한국의 트럼프 사용법 : ‘절대적 충성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왕선택 서강대 대우교수]
트럼프 참모들의 중요도 1,2,3순위
트럼프 주니어와 수지 와일스 '주목'
참모들의 경쟁심 적절히 활용해야
무조건 협력보다 3단계 전략 써야

트럼프 당선후 요동치는 지구촌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출됐다는 소식은 지구촌 곳곳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특히 많은 나라 주식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고, 특히 한국 시장은 가장 크게 흔들리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선거가 끝난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충격파는 오히려 커지는 추세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공직자 후보들의 이름이 나오면서 미국 안팎에서 당혹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멧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등 후보자 가운데 상당수는 업무 역량이나 자질, 윤리 의식 등에서 심각한 논란을 부르는 인사들로, 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조차 동의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일 정도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자질 논란이 심각한 인사들을 장관 후보로 지명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선택이 불쾌감을 유발한다고 해도 단순하게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비난하거나 욕설을 제기할 필요도 없고, 공포에 떨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깡그리 무시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정치 변동 상황을 차분하게 관찰하고 특징을 분석해서 최적의 대응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상책이다.

트럼프 충성파들의 면면

차기 트럼프 내각 후보자 명단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나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절대적인 충성파'라는 특징과 더불어 '플로리다 출신'이 많다는 점, 그리고 '40대 젊은 인사'들이 다수 기용됐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대부분 안정적으로 트럼프의 신뢰를 확보하고 화끈한 협력 관계를 확보한 인물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인격적으로 좋은지 여부는 남의 나라 평론가 입장에서 굳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트럼프 사용법'을 가장 잘 아는 트럼프 전문가들이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중요하다.

그들이 트럼프의 신뢰를 얻어내는 과정은 어느 정도 노출됐기 때문에 그들의 성공 비결, 즉 트럼프의 호감을 사서 미국 연방 정부 장관 자리를 얻어낸 배경도 추정할 수 있다. 첫째로는 그들이 트럼프에 절대 복종하는 충성파로 각인됐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모들의 충성이나 절대복종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2020년 11월 선거 불복에 대해 동의하는지 여부, 그리고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편을 드는지 여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년 전 대선 패배와 이후 의사당 난동 사건을 겪으면서 심리적 동요를 겪었고, 당시 자신을 추종한 참모들에 대해 특별한 동지애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트럼프에게 충성하지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인물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발탁된 고위 공직자 후보 중에는 그런 사람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가장 총애하는 딸 이방카와 사위 쿠슈너도 대선불복과 의사당 난입에 대해 다른 의견을 냈다가 그들의 관계 자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로 트럼프 차기 내각 후보자들이 보여준 특징을 보면 연구실에서 탁상공론에 익숙한 강단 전문가가 아니라 행동으로 트럼프를 지지한 '적극적인 투사형 참모'라는 점이다. 이들 중 다수는 각종 방송 프로그램이나 정치 행사장에 나가서 열정적으로, 때로는 매우 거칠고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트럼프를 옹호하고 트럼프가 제시한 미국 우선주의를 선전하는데 몸을 아끼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이들은 또 트럼프의 분신 역할을 하는 인물들과 최상급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분신에 해당한 사람은 두 사람을 꼽을 수 있다. 트럼프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공동선대위원장을 담당한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다. 이번 고위 공직자 인선에서 플로리다 출신이 비정상적으로 많은데, 와일스 비서실장 내정자의 존재와 역할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가 40대 젊은 정치인을 다수 발탁한 것은 도널드 주니어의 역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주니어는 트럼프 당선을 확인한 이후 인터뷰에서 차기 내각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도널드 주니어가 내각 인선에 깊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근거도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참모들. 가운데에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내정자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를 잘아는 전문가의 1,2,3순위

차기 트럼프 내각 후보자들의 성공 비결을 확인했다면 한미 동맹 관리를 위해 한국 외교가 추진해야할 정책 방향과 과제도 도출할 수 있다. 앞으로 4년 간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재구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트럼프를 극히 잘 아는 트럼프 전문가들과의 협력 증진, 그리고 트럼프를 활용하는 요령을 배울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전문가 중에 1등은 누구인가? 현재 상황에서 본다면 역시 트럼프는 가족을 가장 신뢰한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인 에릭 트럼프, 그의 부인 라라 트럼프가 유력하다. 가족과 동등하게 1순위에 포함되는 참모로는 수지 와일스, 부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스티브 밀러, 오래된 정치 참모 로저 스톤과 스티브 배넌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일론 머스크 역시 1순위 명단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2순위 명단에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쿠슈너가 가장 상단에 올라가야 한다. 이방카 부부는 트럼프와 소원한 관계가 됐지만, 이방카의 결심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트럼프의 총애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모 중에서는 부통령 당선인 JD 밴스가 선두 그룹에 속한다.

밴스 외에도 이번에 장관직을 얻어낸 절대복종 충성파들이 2순위 주요 인물이다.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마이클 왈츠 백악관 안보 보좌관 내정자, 털시 개바드 국가정보국장 지명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 앨리스 스테파닉 유엔 주재 대사 지명자, 리 젤딘 환경보호청 수장 등이 현재까지 드러난 2순위 트럼프 전문가들이다.

앞으로도 장관급 자리를 얻는 사람들은 2순위 명단에 추가될 것이다. 3순위 트럼프 전문가 명단에는 장관급 외에 차관급 이하 공직을 얻은 사람을 모두 포함하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제 47대 미 대통령 당선자. 사진= 연합뉴스

한국 외교는 이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한국 외교부는 다양한 정책 과제를 처리해야 하지만, 트럼프 전문가 명단을 작성하고 이들의 협조를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거나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지구촌 모든 나라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접근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대안은그들이 자신들의 성공을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고 제안하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행동대원 특성을 갖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참모들을 경쟁 구도에 몰아넣기 때문에 각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정책 성과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협력 방안을 제안하는 것은 표준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다만 그들이 선호하는 정책이 우리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불편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을 과도하게 견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중국의 반발을 초래하는 역효과가 생길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 그들에게 협력하기보다는 그들의 선호를 파악해서 협력할 것과 활용할 것, 우회해야 하는 요소를 구분하는 것이 외교 성공의 요체가 될 것이다.


※ 왕선택은 YTN 방송기자로 재직하는 동안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정책실무 석사를, 서울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를 취득했다. 통일, 외교, 국제 문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 문화, 특히 선비 정신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민족의 독특한 문화와 특성을 바탕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