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분리고시 2편]지금 교실은 '폭탄 돌리기'…분리하면 끝?
[EBS 뉴스12]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순직 이후, 수업 중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은 교실 밖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고시를 마련한 게 1년이 됐습니다.
문제는 분리 이후의 후속 대책입니다.
아이가 왜 문제 행동을 반복하는지, 어떻게 개선할지, 마땅한 분석과 지원책이 없는 건데요.
이렇다 보니 '폭탄 돌리기'라는 말까지 나오며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태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학기 수업 내내 한 학생이 노래를 부르고 크게 소리칩니다.
교감, 교장 선생님까지 나서서 타일러 봤지만 그때 뿐, 다른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은 교무실로 분리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경북 ○○초등학교 교사
"어떻게 보면 내가 지금 수업을 하기 싫은데 귀찮은데 도피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그런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또 사실은 정신적인 문제라든지 치료해야 되는 질병이라든지 그런 걸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수업 중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해 분리 조치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학교 현장에선 '폭탄 돌리기' 에 그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어렵게 분리되더라도 학생의 문제 행동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결국 분리만 거듭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EBS 취재진이 전국 학교 1만여 곳의 분리 지도 현황을 입수해 분석해 봤더니, 학교가 지정한 분리 공간으로 제일 많은 곳은 교무실이었습니다.
책임을 지는 관리자가 학생을 맡는 것도 방법일 수는 있지만, 문제를 개선할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뷰: 광주 ○○초등학교 교감 / 분리 조치 담당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저도 대화가 아예 안 되고 이제 아이들이 알아서 회피하는 성향이 되게 강해져요. 그러면 저희가 투입되어도 아예 접근 자체가 안 되니까 해결을 할 수 없는 것이죠."
문제 행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원 체계도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실제 EBS 분석 결과, 분리된 학생에게 교과서를 요약하거나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하는 학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인터뷰: ○○ 초등학교 교사
"그냥 잠깐 나와 있다 들어가면 또 그러면 또 나오거든요. 이게 계속 반복되는 거예요. 교장이 맡느냐 교감이 맡느냐보다는 어떻게 접근해서 이 아이가 근본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만들 거냐에 대한 그림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미국 등 해외에선 교사나 상담사, 행동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가 학교에 상주해 학생의 문제 행동을 교정합니다.
상황이 심각하면, 교육청에서 행동 전문가가 직접 학생을 관찰하고 해결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강경숙 국회의원 / 조국혁신당
"진공 상태에서 문제가 일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후 맥락이 있어요. 그러면 그것을 잘 파악해서 어떻게 학생들이 그런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분석도 해보고 또 전문적으로 그런 걸 다룰 줄 아는 인력이 충원돼야겠죠."
한 교원단체의 설문 결과, 교실에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있다고 답한 교사는 87%에 달합니다.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생활지도 고시, 취지를 살리려면 후속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