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친윤계로 분류하지마” ‘친윤’ 색 빼려는 친윤계 의원들
“나를 친윤석열(친윤)계로 분류하지 말아달라”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워 지난 총선 전부터 공천이 유력하다고 하던 의원이었다. 친윤계의 대표적인 중진으로 꼽히던 한 의원도 최근 “특정한 계파로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며 기사에서 자신을 수식한 ‘친윤계’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에서 친윤계의 색을 빼려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과거 친윤계로 분류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의원들이 스스로 ‘무계파’를 주장하고 있다.
2022년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전 의원이 친윤계 의원 모임 ‘국민공감’을 출범시킬 때만 해도 국민의힘 의원 115명 중 71명이 참석했다. 친윤계는 그해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이준석 대표를 축출하고,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초선 의원 50여명의 연판장으로 나경원 의원의 불출마를 이끄는 등 행동력도 강했다.
하지만 최근 친한동훈(친한)계가 연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응하는 친윤계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권성동 의원을 제외하고는 이철규·윤한홍 등 윤핵관들도,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의원,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지낸 안상훈 의원 등도 조용하다. 원외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방송 등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옹호하고 있다.
친윤계 의원들의 침묵을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열쇳말은 윤 대통령이 다음 총선의 공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동훈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윤 대통령을 위해 팔 걷고 나설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한 친윤계 핵심 인사는 17일 통화에서 “한 대표에게도 협조를 안하고 있지만 본인들이 (윤 대통령의) 선봉대나 돌격대장이 돼서 리스크를 감당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며 “눈치를 보면서 어디에도 힘을 실어주지 않고 정중동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커진 반면, 한 대표는 친한계를 세력화하고 지난 16일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비교적 큰 승리를 거두면서 친윤계 의원들의 눈치싸움은 더 심해졌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기자에게 “한 대표가 마음은 안들지만 또 한 대표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찍히면 안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친윤계 원외 인사는 원내 친윤계를 겨냥해 “솔직한 말로 기회주의적”이라고 했다.
친윤계에선 당을 분열시키지 않으려 인내한다고 한다. 한 친윤계 관계자는 “지금 한 대표에 맞서 친윤계까지 들고 일어나면 당이 풍비박산이 난다”며 “할 말은 더 있지만 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11월10일이면 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지난다”며 “임기 후반기에는 친윤계 색을 빼려는 의원들이 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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