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ZEN’ 뮤직비디오 의상 협업 르쥬의 두 디자이너가 말하는 LEJE NOW

2020년 브랜드를 정식 론칭한 후 독창적인 색을 만들어온 르쥬의 디자이너 강주형과 제양모. 최근 제니의 ‘ZEN’ 뮤직비디오 의상 협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현재는 2025 F/W 컬렉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새 마음으로, 다음 단계에 접어든 르쥬에게 ‘지금’을 물었다.


르쥬의 두 디자이너가 말하는 LEJE NOW

반갑습니다.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르쥬의 디자이너 강주형, 제양모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더더욱 바빠진 거 실감해요?

네, 정말 감사하게도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2025 F/W 시즌이라 시간이 더 빠르게 가네요.

제니의 신곡 ‘ZEN’ 뮤직비디오 의상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시작부터 작업 과정, 구상,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궁금합니다.
제니의 스타일리스트 박민희 디렉터님과는 이전에도 작업한 경험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자는 제안을 주셔서, 흥미롭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를 분석한 후, 여러 차례 미팅을 거쳐 의상 제작을 진행했는데요. ‘ZEN’은 제니의 첫 앨범을 여는 선공개 곡으로 의미가 깊었기 때문에, 신선하고 강렬한 비주얼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리더로 자리했던 신라시대를 떠올렸고, 신라시대 여성 리더의 상징인 ‘원화(源花)’로서의 제니를 상상하며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르쥬의 수공예 사랑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리도 아름다울 수가 없더군요. 금박, 두석, 지화공예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금속 공예가 윤여동 작가와도 협업했죠. 르쥬가 생각하는 한국 공예의 매력은 뭐예요?
한국 공예의 가장 큰 매력은 여전히 새롭게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점입니다. 한국 공예는 조선시대 이전에 전성기를 누렸는데, 당시의 기술과 작품이 제대로 전승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금속 공예나 옻칠 공예처럼 실용적이지 않고 사치스럽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은 기술과 분야도 많죠. 하지만 현대 작가들이 전통을 재해석하고 지금의 감각을 더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르쥬는 공예가 단순히 전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넘어설 때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면서도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는 과정이 한국 공예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해요.

과거로부터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방식. 이 과정에서 어떤 점을 배우고, 느끼는지도 듣고 싶어요.
과거의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는 곳은 아무래도 현장입니다. 오래된 도록을 수집하거나 기록 영상을 참고하기도 하지만, 답십리나 장안동의 고미술 전문점을 찾을 때 더 깊이 있는 배움을 얻습니다. 그곳의 많은 분들은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오랜 경험과 뛰어난 심미안을 가진 분들로, 책에서만 접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나눠주시죠. 그간 르쥬와 작업했던 장인분들을 직접 연결해주시기도 했고요. 다만,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귀한 분들이 대부분 고령이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분들의 지혜와 유산이 점점 사라질 수 있어 안타까워요.

너무나 흥미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그렇다면 르쥬는 한국 공예를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하고 싶나요?
르쥬는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단순히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이고 싶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미학은 일반적으로 절제된 단아함과 실용적인 요소로 표현되는데, 르쥬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공예적 요소를 결합해 보다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 황실 창고 ‘정창원’에는 삼국시대에 수출된, 포장도 풀지 않은 채 보존된 유물들이 있더라고요. 신라시대의 카펫부터 백제에서 전해진 상아로 만든 바둑돌까지, 잊혔던 찬란하고 화려한 전통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러한 영감을 바탕으로 2025 F/W 시즌에는 한국의 다양한 전통 가구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2025 S/S 컬렉션에 대해서도 되짚어보고 싶습니다. ‘In Search of Time’을 주제로 했는데요. 어릴 적 엄마의 방과 옷장에 대해 다룬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50년 경력의 장인이 한 장, 한 장 세심히 모양을 낸 자개로 만들어진 ‘Mein’ 드레스는 탄성을 감출 수 없더군요.
‘시간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선보인 2025 S/S 컬렉션은 어린 시절 엄마의 방과 옷장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탄생했습니다. 그 당시 엄마의 방은 작은 우주 같았어요. 꽃과 향수의 잔향, 반짝이는 자개 옷장과 레이스 커튼을 마주할 때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죠. 이번 컬렉션은 그런 기억의 단편에서 시작됐습니다. 꽃, 향수, 거울까지 모든 것은 실체가 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상은 끊임없이 변형됩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고자 했어요. 룩북 촬영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느낌을 주기 위해 2D 평면 오브제를 활용 했습니다.

이런 말을 한 적 있죠. “패션을 왜 하냐고 물으면, ‘재미있어서’라는 대답이 따른다”고요. 정규 컬렉션 외에도 별도의 라인인 패러그래프 컬렉션을 꾸준히 론칭하며 그런 갈증을 해소해온 걸로 느꼈는데요.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르쥬가 순수하게 하고 싶은 것을 반영하는 방식이라 더욱 뜻깊었을 테고요. 6번째 컬렉션 이후 지금은 잠시 멈춘 듯한데, 다시 이어갈 생각도 있어요?
현재 이미 여러 패러그래프 라인이 준비돼 있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선보일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어요. 요즘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만큼이나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있거든요. 패러그래프 컬렉션이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르쥬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창작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다 의미 있고 신선한 방식으로 선보이고 싶습니다.

또 한국에서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넓게 바라보거나, 가장 좁게 바라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어쩌다 그런 말이 떠올랐어요?
그 말을 하고 나서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 우려가 되긴했어요. 르쥬가 전하고자 했던 진정한 의미는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위해서는 넓은 시선과 좁은 시선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광범위한 관점을 가져야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극도로 집중된 시선이 요구되죠. 그래야만 진정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르쥬 역시 이러한 균형을 고민하며, 디자인의 방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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