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까봐 무서워서" 보험 왕창 들면 '은퇴 낙원' 멀어진다 [행복한 노후 탐구]

이경은 기자 2022. 9.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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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노후 전문가 오오에히데키씨 인터뷰 1편
예비 은퇴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은퇴 상식
[행복한 노후 탐구] #내돈부탁해

“형무소에서 출소한 범죄자 같은 처지가 될까봐 두려워요. 구속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만끽하는 건 몇개월이고, 결국 바깥 세상에는 소외된 채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50대 직장인 이모씨)

길어진 수명, 높아진 물가, 야속한 연금... 온통 불안감을 자극하는 뉴스 뿐이다. 은퇴 예정자들은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이 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은퇴가 그렇게 공포스러운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은퇴 낙원’을 외치는 전문가도 있다.

올해 일흔살인 오오에히데키(大江英樹)씨는 ‘모르면 손해보는 연금의 진실’, ‘정년 전에 안 해도 되는 일 5가지’ 등 노후 관련 서적을 33권 펴낸 작가다. 한국에는 ‘투자의 속성, 당신이 투자로 돈을 못 버는 이유’란 책이 번역되어 올초 출판됐다.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38년 일한 증권맨으로, 개인 자산운용과 기업연금 자문역 등으로 일하다가 퇴직했다. 지난 2012년 직장인 대상 경제교육업체인 오피스·리베르타스를 설립했다.

오오에 히데키 오피스·리베르타스 대표. 리베르타스는 라틴어로 자유라는 의미다. 대형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에서 38년 일하고 정년 퇴직한 뒤 경제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이다./본인 제공

조선일보 [행복한 노후 탐구]는 지난 20일 일본에 있는 오오에히데키 대표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오오에 대표는 “여러 은퇴 선배들을 만나 보니 모두 각자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은퇴하면 이걸 꼭 해야 한다, 하면 안된다 하는 건 없다, 은퇴하면 자기에게 맞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오오에 대표가 들려주는 ‘은퇴의 상식’을 3회로 나눠 소개한다.

–은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막연히 불안하다.

“38년 동안 일했던 회사를 떠날 때, 내가 가장 실감했던 건 ‘돈 문제’가 아니라 ‘고독의 문제’였다.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정년 시점에 예금액이 150만엔 정도였다. 하지만 공적 연금과 회사 연금(퇴직연금) 금액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고, 가계부를 착실하게 쓰면서 지출을 관리해 왔다. 돈 걱정은 별로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인간 관계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 진짜 상처였다.”

–100세까지 살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돈 걱정을 안하나.

“노후자금 불안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자신의 돈을 가시화(見える化)하는 것이다. 즉 은퇴 후에 나의 생애 수지(收支)가 어떻게 될 것인지 미리 정확하게 계산해 보는 것이다. 흑자면 안심하면 되고, 적자면 당장 대책을 세우고 준비하면 된다. 굉장히 간단한 건데, 해보지도 않고 불안해 하는 것이다.”

–돈을 가시화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샐러리맨이라면 퇴직금이나 국민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나중에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다(한국에선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바로 가능, 조선닷컴에선 여기를 클릭). 지출은 가계부를 써보면 스스로 감이 잡힌다. 100원 단위까지 자세히 쓸 필요는 없다. 대략 씀씀이를 알기 위해서이니, 스마트폰 가계부 어플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통상 노후 지출은 현역의 70% 정도다. 나도 퇴직 2년 전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는데, 직접 해보니 진짜로 현역 시절의 70%선에서 돈을 쓰고 있었다. 물론 ‘지출 70%’ 선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대출은 제로, 자녀는 경제적으로 독립한 상태여야 한다.”

유엔(UN)은 지난 7월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서 "노년층 비율이 2022년 10%에서 2050년 16%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그래픽=권혜인 조선디자인랩 기자

–보험으로 노후에 대비하려는 사람이 많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달리 많은 국민들이 대부분 연금이나 공적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다. 민간 보험에 과하게 가입할 필요가 없다. 그럴 돈이 있으면, 저축하는 게 낫다. 보험의 본질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혹시 발생한다면 비용이 커서 본인 돈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일에 대비하는 것’이다. 자동차 보험이나 화재 보험은 필요하지만, 생명보험이나 건강보험은 잘 생각해서 가입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노후에 필요한 건, 보험이 아니라 현금이다.”

–은퇴 앞두고 고물가, 주가 하락에 고민인 사람들도 많다.

“고물가나 주가 하락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누구도 뭐라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물가나 주가는 단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흐름에 너무 휘둘리지 않는 것이 좋다. 차라리 시장 환경이 나빠진 김에 은퇴 시점을 좀 더 뒤로 미루고 가급적 더 오래 일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스트레스가 많지 않은 일을 한다면 건강 유지에도 좋고, 일을 통해 사람들과의 연결 고리도 가질 수 있다.”

–나이 들어서도 일할 필요가 있는가.

“퇴직 후엔 더 이상 일하긴 싫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창업에 대한 두려움도 클 수 있다. 하지만 정년 퇴직한 후에 오히려 더 신이 나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베이커리 카페 개업을 꿈꾸면서 빵집에서 수습으로 일하는 제약회사 영업간부 출신 은퇴자도 있고, 은퇴를 앞둔 보험회사 직원이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경제교육 업체를 세우는 사례도 봤다. 취미 혹은 현역 시절의 전문지식이나 기술, 경험을 살린다면 즐거운 일은 얼마든지 있다.”

–퇴직금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퇴직금은 가급적 깨지 말고 장래 의료비나 간병비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라. 노후에 대비해서 뭔가 준비하는 자세는 좋은 것이지만, 실제로 노후에 현금 흐름이 얼마나 될지 파악은 해 보셨나?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그저 불안감에 이상한 금융상품을 추천받아 가입한다면, 그게 더 리스크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피드백 환영합니다

[행복한 노후 탐구]는 은퇴 관련 궁금증을 풀어 나가는 코너입니다. “영글지 않은 젊은 사람들의 추측성 기사보다 성공적으로 은퇴한 인생 선배들의 준비법과 실전 노하우에 대해 알고 싶다”는 독자 지적이 있었습니다. 말씀해 주신 이#우님께 감사드립니다. 더 나은 [행복한 노후 탐구]를 만들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아쉬웠던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이메일(money@chosun.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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