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이끌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는 누구인가?

무하마드 유누스

몇 주간 이어진 시위 끝에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결국 지난 6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히고 국외로 도피한 가운데 임시 정부를 이끌 인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경제학자인 무하마드 유누스가 지명됐다.

유누스(84)는 몇 주간의 시위를 이어온 학생 지도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앞서 이번 시위는 폭력 사태로 번지며 100여 명이 사망했다.

그렇다면 혼란의 방글라데시에서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끌고 있는 유누스는 누구일까.

경제학자이자 사회적 기업가이기도 한 유누스는 지난 1970년대, 가난한 서민들의 빈곤 퇴치를 위한 소액 대출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렸다.

방글라데시 치타공 대학 근처 빈민촌을 방문한 이후 영감을 받아 시작한 사업으로, 마을 주민 수십 명에게 한 번에 수십 달러 정도의 소액을 대출해 준 것이다. 아울러 기존 금융권에선 꺼리던 영세 사업가들에게도 금전적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러한 사회적 사업은 큰 성공을 거두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980년대 초, 소액 대출자가 수만 명으로 늘어나는 등 사업은 빠르게 성공하며 ‘그라민(방글라데시어로 ‘마을’이란 뜻) 은행’으로 성장했다.

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섬유 산업부터 모바일 통신, 광대역에 이르기까지 영리 및 비영리를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이렇게 사업적 성공도 거두고, 국제 사회의 인정도 받게 된 유누스는 2006년 소액 대출 프로젝트 활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의 이러한 활동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이 진행하는 유사한 프로젝트의 모델이었다.

노벨상 수상 이후 몇 달 뒤, 유누스는 정치계에서도 점점 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정치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던 그는 “그러나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정치에 뛰어들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정치적 불안정성이 심각한 방글라데시에서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는 그는 적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2007년, 유누스는 ‘나고릭 샤크티’(‘시민의 힘’이라는 뜻)라는 정치적 운동을 주도했다. 수십 년간 하시나 총리 혹은 그의 정적인 ‘방글라데시국민당(BNP)’의 칼레다 지아 전 총리가 지배해온 방글라데시의 정치 체제에서 제3의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는 이번 주 사임하기 전까지 15년 동안 집권했다

그러나 그는 권력 투쟁과 경쟁에 환멸을 느끼며 정치계에서 물러났다.

올해 초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는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나는 창당을 하지 않겠다고 즉시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 후 몇 년간 유누스와 정부 간 관계는 점점 더 험악해졌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집권한 하시나 총리는 유누스는 사업을 통해 빈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인물이라면서, 그에 대한 여러 수사를 지시했는데, 이에 대해 유누스와 그 지지층은 정치적 음해라며 맞섰다.

한편 지난해 UN은 방글라데시 정부가 정치적 반대파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라비나 샴다사니 UN 인권 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노벨상 수상자인 유누스 등 … 여러 인권 운동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협박 및 괴롭힘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그 이후로도 정치적 긴장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갔다. 지난해 7월, 방글라데시 최고 법원은 유누스에게 자선 기부금에 대해 세금 약 100만달러(약 13억7000만원)를 납부하고 명령했다.

그리고 올해 1월엔 노동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그라민 텔레콤스’ 소속 직원 3명과 함께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4명 모두 해당 혐의를 부인했으며, 항소심 전까지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리고 하시나 총리의 정부가 갑작스럽게 끝이 난 지금, 학생 시위 지도자들은 국가에 안정을 되찾아줄 인물로 유누스를 지목하고 있다. 그가 임시 정부의 수석 고문으로 활동하길 바란다는 학생 시위대 측 요청에 유누스 측 대변인 또한 유누스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의 이번 시위는 학생 시위를 넘어 총리 퇴진 요구로 번졌다

앞서 하시나 총리의 사임 소식에 유누스는 “방글라데시가 해방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도 언론 ‘더 프린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방글라데시 전역의 국민들이 축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누스는 “하시나 총리가 있는 동안 우리는 점령당한 국가였다”면서 “하시나 총리는 점령군, 독재자, 장군처럼 행동하며 모든 걸 통제했다. 그리고 오늘날 방글라데시 국민들을 해방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원하며, 국민들을 위한 아름다운 국가를 건설해 나가고 싶습니다. 이건 우리가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과 청년들에게 건네고 싶은 약속입니다.”

초반에 누가 정권을 잡든 방글라데시의 최우선 과제는 정치적 공백기를 메울 임시 정부의 신속한 수립이다. 국제 사회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유누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