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을 앞두고 형님 댁에 모였습니다. 밥을 먹던 중에 형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내년부터는 제사를 줄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순간 밥상이 조용해졌습니다.

형님은 준비하다 병이 났다고 했습니다
형님은 이십 년 넘게 제사를 도맡아 왔습니다. 올해는 장을 보다 허리를 삐끗해 며칠을 누워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했습니다. 아무도 그 수고를 헤아려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제야 형님 손이 많이 상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작은아버지는 조상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집안의 도리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대대로 지켜 온 것을 우리 대에서 끊을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 누가 준비했는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는 맞는 말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짧게 한마디 하셨습니다
한참 말이 오간 뒤에 아버지가 수저를 내려놓으셨습니다. 산 사람이 먼저라고만 하셨습니다. 그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습니다. 형님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그대로 있었습니다. 결국 제사는 명절 한 번으로 줄이기로 정해졌습니다.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니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지켜 온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다만 누가 그 일을 감당해 왔는지는 한 번쯤 물어볼 일입니다. 그 질문에서 이야기가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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