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지수 사상 최고치 마감…불확실성 여전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27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과 주요국의 무역협상이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덕분이다. 다만 향후 미국 경제와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사진 제공=뉴욕주 감사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S&P500지수가 6173.07에 마감하며 지난 2월 기록했던 전 고점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지수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으로 급락한 이후 이날까지 24% 상승했다.

UBS의 데이비드 레프코위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주식시장은 3~4월 관세 여파로 인한 급락에서 계속 회복하고 있다”며 “대형주가 관세를 비교적 잘 버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반등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합의로 유가가 하락하며 중동의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완화됐다. 또한 이날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 간의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에 따라 투자자 심리도 개선됐다. 이날 한때 트럼프가 미국 빅테크 서비스세에 반발해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을 중단한다고 선언하며 장세가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내달 8일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시장을 떠받쳤다.

지난 몇 달간 시장은 트럼프의 감세 및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낙관론에서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로 인한 불안감으로 급격히 요동쳤다. 이후 분위기는 또 다시 반전됐다. 지난 4월 말 시장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트럼프가 "지금이 매수할 때"라며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선언하자 S&P500은 하루 만에 9.5% 상승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이었다.

헤이버포드트러스트의 행크 스미스 투자전략 책임자는 “시장에서는 이번 관세가 ‘해방의 날’에 발표된 상호관세만큼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지금의 반등이 그 증거”라고 평가했다.

최근 공개된 경제지표에서는 미국 경제 둔화 조짐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기업 대부분은 1분기에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5월 고용도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였고 실업률은 유지됐다. 또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예상보다 낮은 속도로 상승해서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투자사 트레저리파트너스의 리처드 사퍼스타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 실적은 여전히 탄탄하고 경제활동도 활발하며 인플레이션은 뚜렷하게 상승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이 경제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올해 들어 S&P500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섹터는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산업재다. 산업재 지수는 연초 대비 11% 상승해 약 5%인 S&P500를 훌쩍 웃돌고 있다. 동시에 통상 경기 회복기 때 통상 강세를 보이는 중소형주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올해 들어 2.6% 하락했다.

이러한 격차에 대해 투자자들이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예상 밖의 악재가 발생하면 시장 흐름이 반전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도 경고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2배로 10년 평균치인 19배를 상회한다.

무역협상이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의 정책과 교역국의 대응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불확실하다. 초기 관세 조치의 여파도 전반적인 경제에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또 관세가 최종적으로 완화되더라도 기업 투자 둔화, 경제 성장 저해, 고용 악화, 물가 상승 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찰스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분명한 리스크는 아직 데이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향후 경제 성장 둔화, 고용시장 타격, 인플레이션 상승이 지연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맥쿼리그룹의 티에리 위즈먼 전략가는 “리스크는 분명하다”며 “만약 무역과 관련된 진전이 백악관의 과장된 연출에 불과하고 실제 아무 합의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은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결국은 미국 경제 성장과 기업 이익 성장으로 귀결된다”고 덧붙였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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