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외모와 연기로 암투병중인 해외팬에 힘을줬다는 한국 배우

(Feel터뷰!) 디즈니플러스 '폭군'의 김선호 배우를 만나다
김선호 인스타그램

지금의 김선호를 있게 만든 2021년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당시 해외의 한 60대 팬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선호에게 직접 한국어로 된 메시지를 남겨 화제가 되었다. 그 팬은 자신이 4년간 암투병중이라 밝히며 김선호의 '갯마을 차차차'의 연기로 힘을 얻었다며 그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 '귀공자'

이같은 국내외 팬의 응원덕분인지 김선호는 다시 재기할수 있었고, 박훈정 감독의 영화 '귀공자'를 통해 멋지게 복귀하며 이어진 차기작 '폭군'에 출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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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플러스에서 4회로 만나볼 수 있는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샘플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추격 액션 스릴러다. <신세계>, <마녀> 등으로 장르물에 특화된 박훈정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8월 19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폭군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지켜온 설계자 ‘최국장’을 연기한 김선호를 만났다. 최국장은 대한민국 국가정보기관 소속, 최연소 국장 자리에 오른 엘리트 요원이다. 어떤 위기 상황에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실력자다. 하지만 극비리에 폭군 프로젝트를 운영해 오던 때 샘플 폐기 명령이 내려지고 배달 사고까지 겹쳐 샘플은 사라지고 최국장은 고군분투한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상기된 얼굴로 필자 노트북을 보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마블 영화팬인데 아직 시작을 못 봤다며 조만간 '데드풀과 울버린'을 보러 갈 거라고 말했다. 아이처럼 상기된 얼굴로 서먹함을 깨고 났더니 긴장이 풀린 듯 능수능란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시리즈 속 최국장의 서늘함보다는 확신에 찬 배우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귀공자 VS 최국장, 같은 듯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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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장’ 그동안 맡았던 역할과 달리 쓸쓸하고 외로워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촬영 시점과 상관없이 시청자는 <귀공자> 후 [폭군]을 만나기 때문에 어둡고 진지한 톤이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을 거다.

“최국장은 말수가 적지만 아예 과묵한 건 아닌 인울이다. 그래서 툭툭 던지는 말속에도 목표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단어 하나에도 톤 앤 매너를 생각하면서 감독님과 여러 대사를 조율해 나갔다. 특히 폴(김강우)과 한강에서 만났을 때 덜 움직여야 말의 무게가 실린다고 생각했다. 상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농담과 진담을 섞어가며 신경전을 세심하게 잡아갔다. 저랑 접목해 봤을 때 ‘최국장’은 분명 쉽지 않았던 도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인물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스스로 기대하게 된단 걸 깨달았다.

두 캐릭터가 겹쳐 보일 거란 부담은 없었다. 귀공자와 최국장을 다르게 그려주실 감독님을 믿고 의지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 [폭군] 제안도 감독님과 산책하다가 나왔다. <마녀> 같은 판타지가 중심에 있지만 누아르 분위기가 강한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다. 저는 <신세계>도 누아르고 재미있게 봤으니까 믿어 의심치 않았다”

-특별히 레퍼런스 삼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는 건가.

“있다. (웃음) 영화 <팅커 솔저 스파이>랑 <귀공자>때 의상 참고하려고 봤던 시리즈 [피키 블라인더스]다. 둘 다 인물들의 움직임이 많지 않고 시선 처리, 가리키는 것 하나하나가 움직일 때보다 힘이 크다는 걸 느꼈다. (참조는 했지만) 그렇다고 또 딱딱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스스로 ‘움직임도 대사’라는 말에 유념하면서 부족함을 노력으로 채워갔다.

마블 영화나 만화책도 좋아해서 그런지 <마녀> 같은 액션을 좋아했었다고 고백했었다. 감독님 작품은 만화책 한 권을 넘기는 것 같은 설정이라. 판타지 세계관(만화 같은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감독님 작품의 액션 장면이 제 취향이라 첫 작품 함께 할 땐 두근거렸고, 이번은 두 번째라 유연하게 소통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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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성격은 밝은데 과묵하고 우울한 최국장에 몰입했던 시간 동안은 일상에도 변화가 왔을 것 같다.

“침묵이 주는 의미, 무게를 표현하는 지점을 알게 되었다. 배움과 자극이 동시에 되고 있다. 왜 멋있는 선배들이 말이 없었는지도 알겠더라. (웃음) 평소 말 많은 나는 안 되겠구나 싶기도 했다. 과거에는 말과 말 사이의 행간을 채우는 대사를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안에서 끓고 있는 무언가를 관객이 상상하도록 했다.

철저하게 혼자여서 쓸쓸하고 마지막까지도 의도를 알기 힘든 인물이다. 결단을 내렸으면 슬퍼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끔 최국장에게 이입했다. 부하와 선배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자기만의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을 표현하고자 했다.

배우로 살아보니 어쩔 수 없이 타고난 생김새, 목소리의 템포감이 좋은 배우를 이기지 못하겠더라. (웃음) 오디션 볼 때 평범하게 생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큰 특색 없어서 유연하게 선역, 악역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생각했다. 물론 앉아 있기만 해도 분위기가 바뀌는 인물은 타고나야 해서 저는 힘들겠지만. 나름 저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았던 것 같다”

-검은 머리 외국인인 미국 요원 폴과 최국장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로 보인다. 김강우와 <귀공자> 때 이어 재회라 반가운 마음이 크겠다.

“(전사라면 전사인데) 폴과 최국장은 경찰대에서 만나 친했던 사이로 알고 있다. 폴은 정보를 캐내기 위해 미국에서 심은 요원이고, 최국장은 이너서클로 발탁된 요원인 거다.

강우 형하고는 두 번째 만났는데 이미 존경심 <귀공자> 때부터 생겨났다. 툭툭 던지는 말속의 서브 텍스트를 심어 놓는 세밀함에 감탄했다. 두 번째 취조 장면에서 ‘이거 좋더라’하면서 서슴없이 조언도 해주었다. 좋아하는 형이자 선배고 사적으로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승원 선배님과는 처음인데 TV에서만 보던 분과 함께 호흡 맞춘다는 게 신기했다. 본인이 긴장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했지만 늘 현장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 해주신다. 느슨하고 재미있게 업 시키다가도 본인이 갑자기 몰입하는 순간, 에너지가 좋은 선배였다. 캐릭터와 일상을 분리하는 모습, 루틴을 지켜야 활력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무엇보다 인물 구축 노력이 엄청나다. 사진 레퍼런스가 생기면 감독님과 계속 상의해 나가던데 저도 많이 반성했다”

누와르 얼굴 VS 로코 얼굴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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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를 보면 겉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속에는 어둠이 서려 있는 인물을 자주 연기했다. 나이보다 성숙하고 깊이 있는 인물을 자주 선보였다는 생각이다.

“스무 살 때 들었던 말인데 ‘지금 연기는 마흔은 넘어서야 할 것 같아’라고 하더라. 어렸을 때 어른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웃음) 어른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취향이 만들어진 것 같다. 슬픔 이면에 반드시 더 밝은 게 보인다는 저만의 확신이 있다. 죽음을 결심한 사람이 죽을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 것도 포함이다. 최국장도 죽음을 각오했지만 태연하게 토스트도 먹고 주변 사람과 조율하며 행동해 나간다. 그러다가 종착지에 가서는 성공의 희열이 어느 정도 느껴진 것 같아 행동한다. 드디어 이 자리를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다.

나이가 들면서 단점이 수습되어야 할 텐데... (웃음) 연륜이 쌓이면 사실 무섭기도 하고 기대감도 생긴다. 하고자 하는 지점에 미달할까 두렵기도 하다. 몇 주 동안은 발성에 꽂혀서 허스키한 목소리를 교정할 요량으로 영상을 찾아보면서 노력하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 단점을 보안하고 발현해 보려고도 꾸준히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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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안 잘 정도로 일을 향한 마음가짐이 남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외 팬도 많고 화제성이 큰데 쉼 없이 작품을 한다는 건 대세라는 증거다. 앞으로 예능에서도 얼굴 볼 날이 있을까.

“작품을 연이어서 하고 있어 쉴 틈이 생기지 않지만 좋은 분이 제안해 주시면 예능도 즐겁게 임할 것이다. 이제는 예능을 하다가도 작품 속 배우로서 잘 돌아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겨났다.일단 제가 건강해지려고, 일이 좋아서 몰두하는 일이라는 거다. 그 외에는 집중을 덜 하려고 한다.

화제성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직업을 향한 뚜렷한 가치관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건 결국 실력이겠지만, 제 연기에누구나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고. 안 좋은 평도 잘 걸려서 발전의 양분으로 쓰려고 한다.현재 로코를 촬영(이 사랑 통역도 되나요?)하고 있는데 제 역할을 윤정씨를 리액션으로 빛나게 해주는 상황이다 보니. 장르 호환이 잘 되는 선배들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어제도 제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하다가 촬영이 늦어졌다. (웃음)”

-박훈정 감독은 김선호의 누아르 얼굴을 발견해 주었고. 앞선 질문에서 연륜이 쌓이면서 두려움과 기대감이 동시에 든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나, 불리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요즘은 캐릭터적인 욕심을 내지 않는다. 대신 ‘믿음이 가는 배우’로 불리고 싶다. ‘어떤 장르든 김선호라면 의심의 여지 없다’는 말, ‘저 역할을 맡기면 잘 해내겠지’ 신뢰가 쌓인 배우가 욕심이라면 욕심이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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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혜령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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