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항공사, '에어로케이'의 승무원이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는 이유

에어로케이의 출발을 낙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2021년 팬데믹 취항, 청주와 제주만 오가는 여객기 한 대, 비항공업계 출신 대표까지. 무엇 하나 믿을 구석이 없었죠.

“뭘 해도 달라야 한다.” 에어로케이가 선택한 생존 전략입니다. 한 시간 남짓한 비행을 즐겁게 하는 데에 집중했어요. 그 결과, 취항 2년 만에 누적 탑승객은 25만 명을 넘겼어요. 2021년 13.5%이던 탑승률은 2023년 현재 97%를 기록하고 있어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Chatper 1. ‘팬’이 되고 싶은 항공사가 없다

에어로케이는 ‘불만’에서 출발했어요. “왜 항공사는 뻔할까?” 하는 불만 말예요. 비슷한 유니폼, 가격 경쟁에 쏠린 전략, 10년 전과 비슷한 기내 서비스까지. 아쉬운 것 투성이었죠.

질문을 던진 사람은 강병호 대표. 업계에선 드문 ‘비항공업계’ 출신 창업자예요. 삼정회계법인, CJ E&M 등에서 15년간 일했습니다.

하지만 강 대표는 항공에 관심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어요. 어린 시절 사업가인 아버지 따라 세계 각지를 누볐거든요. 이때 비행의 매력에 눈떴죠. 미국의 항공 전문 고등학교에서 공부했고, 자가용 비행기 면허를 땄을 정도로요.

“남다른 항공사를 차리겠다”던 강 대표. 2016년 실행에 옮깁니다. 전국 어디든 2시간 안에 올 수 있는 ‘청주공항’을 출발지로 삼았어요. 품격과 가격만 내세우던 대기업과 자회사 틈바구니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신선한 스타트업’을 꿈꿨죠.

“갑자기 항공사를 설립하자고?” 또 다른 창업 멤버인 김상보 커머셜 본부장. 그는 강 대표가 창업 제안을 하던 순간, 황당하면서도 설레던 마음을 기억해요. 김 본부장은 타이어 회사의 마케팅 전략팀 출신으로, 강 대표와는 사회에서 만나 친구가 됐죠. 친구의 뜬금없는 동참 제안에, 그는 “말도 안 된다”면서도 마음이 동합니다.

“항공사는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이에요. 여기에 도전하겠다는, 그것도 ‘자유롭고 신선한 문화’를 가진 항공사를 만들겠다는 약속에 매력을 느꼈죠.

모든 사업은 ‘첫 약속’이 중요하거든요. 바꾸기가 어려우니까요.”

_김상보 에어로케이 커머셜본부장
김상보 커머셜본부장(왼쪽)과 나혜미 브랜드전략팀장(오른쪽). ⓒ롱블랙

에어로케이는 이름 짓기부터 ‘남다름’을 고집했어요. 보통 항공사는 국가명이나 지역명에 에어 혹은 에어라인을 붙이죠. 신생 항공사도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꼭 그렇게 지어야 해?” 강 대표와 김 본부장은 신선한 이름을 원했어요. 네이밍 전문 업체를 활용하고, 직원 공모까지 받았지만 헛수고였죠. ‘청주 에어’이나 ‘충북 에어’ 같은 후보는… 너무 뻔했거든요.

때론 익숙한 걸 뒤집어 ‘새로움’을 발견할 때가 있죠. 한 외국인 직원이 낸 아이디어가 딱 그랬어요. “코리아를 거꾸로 말하면 에어로케이잖아요?”

직원의 한마디에, 모두가 만장일치로 찬성했어요. 항공을 뜻하는 Aero와 Korea의 K를 이어 붙여, ‘한국을 대표할 새 항공사’라는 뜻까지 붙였죠.

“그때부터예요. ‘뭐든지 다르게 하자’는 목표에 힘이 실렸죠. 구성원의 아이디어가 채택 받으니 조직에 활기가 돈 거예요. 너도나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려고 머리를 싸맸죠.”

_김상보 에어로케이 커머셜본부장
ⓒ에어로케이

Chapter 2. 승무원은 왜 불편해야 해?

차별화의 출발은 ‘유니폼’이었어요. 에어로케이는 사람들이 평소 비행기에서 느낀 ‘의문’에 귀기울였죠.

‘왜 항공사는 여자 승무원의 미소를 부각할까. 옷은 왜 실루엣을 드러내야 할까. 위기 상황에서 치마가 방해되진 않을까.’

에어로케이는 승무원 유니폼의 정의를 다시 내렸어요. ‘조금 더 활동적이고, 편안하고, 성 구분이 없는 옷’으로요. 승무원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데, 유니폼도 안전을 지키기 적합해야 했죠.

새 유니폼은 치마 정장도, 와이셔츠도 없습니다. 봄가을 상의는 맨투맨 셔츠에 신축성 자켓, 여름 상의는 반팔 티셔츠에 조끼예요. 하의는 바지로 통일했죠. 긴급 상황에서 치마가 걸림돌이 된다고 봤거든요.

색상도 화려함과 거리가 멀어요. 짙은 남색 바탕에 노란 띠로 포인트를 냈죠. 승무원이 승객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안전 요원’처럼 비춰지길 바랐거든요.

“유니폼은 오직 승무원의 관점에서 디자인했어요. 통기성, 신축성이 좋은 원단을 써서 서거나 앉기 편하게 했죠. 승객에게 나눠 줄 서류나 볼펜을 갖고 다니기 쉽도록 주머니도 크게 만들었고요.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옷이길 원했어요.”

_나혜미 에어로케이 브랜드전략팀장
에어로케이의 유니폼. ⓒ에어로케이

승무원이 처음부터 반긴 건 아니었어요. “내가 아는 유니폼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쏟아졌죠. 많은 승무원에게 유니폼은 ‘자부심’을 드러낼 수단이었으니까요. 조금 불편해도요.

브랜드전략팀은 승무원에게 ‘입어도 될 용기’를 주기로 해요. 패션지 보그와 GQ 화보를 찍어서요. 대중이 먼저 호응하면, 승무원도 점차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죠.

화보 속 승무원들은 자유분방해요. 다리를 꼬고 앉거나 한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죠. 칼 단발에 안경을 쓴 승무원이 자신 있게 미소 지어요. ‘이렇게 해도 괜찮다’는 뜻을 녹인 거예요. 외신도 에어로케이에 주목했죠. ‘현대적인 이미지를 가진 항공사’라면서요.

“프레스 발표나 내부 쇼케이스를 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항공 관계자’의 눈을 믿지 않았어요.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우리 유니폼을 봐주길 원했어요. 그들의 호응을 통해, 우리 승무원은 업계 흐름을 바꿀 ‘선두 주자’라는 인식을 입히고 싶었죠.”

_나혜미 에어로케이 브랜드전략팀장

그 결과, 유니폼이 바꾼 건 승객과 승무원의 ‘태도’였어요. 무례한 승객은 줄었고, 승무원도 더 친근하게 다가갔죠. 스스로를 낮추는 게 친절이 아니란 걸 깨달은 거예요.


Chapter 3. 지루할 틈 없는 비행을 설계하다

에어로케이의 좌석 선반에 놓인 랜덤 도서. ⓒ에어로케이

4년의 준비 끝에 2021년, 에어로케이는 하늘길에 올라요. 여객기는 단 한 대. 청주와 제주를 오가는 노선뿐이었죠. 팬데믹이라 항공업 전체가 침체된 시기였고요.

이렇다 할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 브랜드전략팀은 ‘경험의 질’을 높이는 데에 집중합니다.

“전 비행기 타는 걸 정말 지루해해요. 저비용 항공사는 더 힘들죠. 좌석도 비교적 좁고, 모니터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린 대형 항공사에 비해 예산이 부족해요. 적은 돈으로 고효율을 낼 방법을 고민하다, 비행하는 동안 즐거움을 주기로 했죠.”

_김상보 에어로케이 커머셜본부장

승객의 시선이 닿을 만한 곳에 ‘새로움’을 넣자. 브랜드전략팀은 ‘기내 서점’을 오픈해요. 좌석마다 비치된 선반에 주목했죠. 승객이 심심할 때 면세 책자나 안전 카드를 꺼내 보는 습관을 떠올렸어요.

브랜드전략팀은 여기에 ‘랜덤 책’을 꽂았어요. 서울 공항동의 독립책방 ‘다시서점’과 협업했죠. 한 시간 동안 읽을 만한 책 180종을 선별했어요. 시나 소설, 에세이, 그래픽 노블, 매거진까지 다양해요.


에어로케이는 이착륙 음악까지 허투루 넘기지 않아요. 아티스트가 직접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 온보드’를 운영하죠. 김이나 작사가가 만든 노래를 좌석에 꽂힌 가사집과 들을 수 있어요.

하루는 기내 콘서트가 열린 적도 있어요. 안전벨트 착용 표시가 풀리자, 가수 선우정아가 좌석 승객들 사이에서 일어났죠. 스피커가 놓인 카트를 끌고, 복도를 걸어 다니며 노래했어요.

“어느 항공사나 이착륙할 때 음악을 틀어주곤 해요. 단지 그 음악이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바꾸지도 않을 뿐이죠.

어떻게 하면 음악을 다채롭게 들려줄까 고민할 때, 승객분들도 알아주지 않을까요.”

_나혜미 에어로케이 브랜드전략팀장

기내에서 들었던 노래가 좋아, 여행 다녀온 뒤 플레이리스트를 찾는 승객도 생겼어요. 비행기에서 겪은 일을 집에 가서도 기억하는 것. 브랜드전략팀이 추구하는 ‘핵심 경험’이에요.

가수 선우정아의 에어로케이 여객기 라이브 뮤직 비디오 ⓒ선우정아 유튜브 채널
기성 항공사의 관습을 하나둘 깨며
새로운 항공사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에어로케이의 이야기.
롱블랙에 가입해서 더 읽어보세요!

#지식토스트_프리미엄 #롱블랙 #에어로케이 #항공사 #승무원 #선우정아 #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