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간 제주4.3...'진실·화해에 관한 기록' 알린다
4·3 유족 증언 듣고,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전시
한국·독일 전문가 학술포럼 '열기'
노벨평화상 수상자 댄 스미스 소장 기조강연
"4·3 갈등 해결 과정 세계적인 모범사례" 평가
4·3기록물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관심 고조
베를린 이어 영국 런던서도 진행 예정
제주4·3 기록물 국제특별전과 심포지엄이 독일에서 열렸습니다. 유럽 현지에서 4·3을 알리는 국제학술 행사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15일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현지시간 지난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제주4·3의 역사를 알리는 '제주4·3기록물: 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 국제특별전' 개막식과 심포지엄이 진행됐습니다.
이번 특별전은 4·3의 연대기와 과거사 해결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을 패널, 영상, 사진, 기록물 복제본 등 다양한 매체로 전시해 외국인에게 4·3의 역사를 알리는 장으로 마련됐습니다.
개막식은 김애숙 도 정무부지사와 임상범 주 독일 대한민국대사, 독일연방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인 토비아스 바헐레(Tobias B. Bacherle)의 축사로 시작됐습니다.
현장에는 독일 현지 기자단과 외교단 수십 명이 첨석해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노력에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개막식에선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위원회 공동위원장 문혜형 할머니가 직접 가족사를 소개해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문 할머니의 아버지인 고(故) 문순현 씨는 대구형무소 수감 중 6·25전쟁으로 행방불명됐습니다. 당시 아내에게 보낸 편지가 4·3기록물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신청에 포함됐습니다.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4·3 소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전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지인들이 제주 방문단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김애숙 도 정무부지사는 "이 소설에는 문혜형 선생님의 경험과 유사하게, 제주4·3으로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아 육지부 형무소로 찾아다니는 장면이 나온다"고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개막 공연에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제주 출신 부종배 성악가와 제주 출신 작곡가 겸 모던피아니스트 문효진씨가 참여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한편, 이날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국제 전문가와 현지 학자들이 4·3의 역사적 의미,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의의, 갈등해결 선도모델로서의 4·3의 가치를 공유했습니다.
기조연설은 2021년 제주4·3평화상 수상자인 댄 스미스(Dan Smith)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장(SIPRI)이 맡았습니다. 댄 소장은 기조연설에서 평화를 위한 진실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4·3을 기억하는 것은 희생자를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실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자유베를린대 한국학과장 겸 동아시아대학원 원장인 이은정 교수가 좌장을 맡아 심포지엄이 본격 진행됐습니다.
주제 발표로 나선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제주도민의 희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대통령 사과, 희생자 보상금 지급 등의 노력을 소개했습니다.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는 도민과 국가 차원에서 진행된 진상규명 운동과 화해와 상생의 과정, 4·3기록물의 가치를 설명했습니다.
패널 발표 후 토론에서 베르니 페니히 자유베를린대학교 교수는 "역사에는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가 내포돼 있어, 과거 기록을 다룰 때 법적, 사회적, 도덕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플로리안 펠킹 보훔대학교 교수는 "4·3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 노력은 국가적 맥락을 초월하는 중요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통해 4·3에 대한 집단기억이 새롭게 정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철인 제주대학교 교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된 제주 4·3기록물의 구성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유 교수는 "이 기록물에는 당시 군사재판에서 선고된 수감자 관련 문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증언, 진실과 화해를 위한 시민 운동 자료, 4·3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 자료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하며 4·3기록물의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제주4·3 갈등 해결 과정이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번 4·3 특별전과 심포지엄은 14일 독일에 이어 16일 영국에서도 개최해 세계에 4·3의 가치를 알릴 예정입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육아휴가 신청하자 쏟아진 업무꼬투리·타박...하다하다 퇴사 종용까지
- '독도는 우리땅' 불렀다 日 누리꾼 표적된 韓 걸그룹
- “결혼하고 애 낳고, 누구 좋으라고?” 정책 지원에도 ‘2040’ 등 돌렸다.. 남 “돈 없어” vs 여
- 어떻게 해야 1년 내내 호텔이 ‘만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끌었더니, 외국인 열에 아
- 여야 대표 '한동훈-이재명' 11년 만에 회담.. 공약추진 기구 운영
- 윤석열 대통령, 국회 개원식 불참...'87년 체제' 들어 처음
- [직격인터뷰] '제주 체육 새 역사' 오예진
- [자막뉴스] "당신 뒤 '그놈'" 혼란 틈타 태연히 '불법 촬영'
- "딥페이크 범죄 피해 발생 시 신속 수사"
- 대통령실 "26학년도 의대증원 유예하면 대혼란...굴복하면 정상국가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