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에 빵 올리는 제주...수백 년 된 전통?

제주방송 신동원 2023. 9.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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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빵' 풍습, 13세기 고려 탐라총관부 유래
넓적 모양 빙떡·느르미전, 조상님 '음식 보따리'
과일 귀했던 제주, 갖가지 떡 올려 감사 의미 담아
금사과 대신 '샤인머스캣' 올려도? "마음이 중요"
명절 차례상 자료사진


제주지역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카스테라나 롤케익, 소보루 등 빵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는 이제 꽤나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제주 사람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어서 타 지역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경한 풍경일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고, 타 지역 사람들은 제주 차례상을 실제 볼 기회가 거의 없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최근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차례상에 빵을 올리는 이 풍습은 언제쯤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13세기 말 제주에서 운영됐던 원나라의 탐라총관부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원나라 당시 들어온 상화병이라는 음식이 점차 현지화, 보편화되면서 현재 제주에서 불리는 상웨떡(상애떡,상외떡)이 됐다고 합니다. 탐라총관부(?~1284)의 운영 시기를 감안하면, 약 700여 년 전부터 제주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합니다.

상웨떡(사진,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향토음식』, 제주특별자치도, 2012)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양용진 원장은 "상웨떡이라는 것 자체가 요즘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호빵인데, 고려 말 탐라총관부 시절의 상화병이라는 떡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라며, "제주도에선 쌀이 없으니까 밀가루나 보리가루로 밀상웨떡이나 보리상웨떡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용진 원장은 "나중엔 일본으로부터 '앙꼬'라고 불리는 일본식 팥앙금이 들어오면서 빵에 앙금을 넣은 게 찐빵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그걸 상에 올렸다"며 "상웨떡에 앙꼬를 넣은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앙꼬 찐빵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상웨떡은 제사나 상례(喪禮) 등 큰일이 생기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떡이라고 합니다. 나중엔 좀 더 고급화, 다양화되면서 카스테라나 롤케익, 소보루, 파운드 케익 등으로 현대에 맞게 변했다는 설명입니다.

상웨떡이 탐라총관부 당시 유래됐을 것이란 내용은 학술논문에서도 등장합니다.

중앙대학교 이종수 교수가 지난 2015년에 발표한 「13세기 고려의 탕(湯) 음식문화 변동 분석; 개성, 안동, 탐라 음식문화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탐라총관부 군사가 제주에 주둔하면서 그들 유목 민족의 식문화와 제주 원주민의 식문화가 융합돼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상웨떡외에도 제주 고소리술(몽골 아르키)과 쉰다리(몽골 아이락), 돔베고기(몽골 오츠) 등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내용도 나옵니다.

■ 쌀 귀했던 제주, 과일 대신 떡을 올렸다고?

제사상(사진,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향토음식』, 제주특별자치도, 2012)


제주도가 쌀이 귀한 섬이었지만 과일은 더 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모든 물자가 귀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텐데요.

그 이유는 구하기 어려운 과일 대신 갖가지 떡으로 대신해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양용진 원장은 "제주는 과일이 나는 종류가 적어서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등 육지처럼 구색을 갖춰 과일을 올리기 힘들었다"며, "그 대신 떡을 만들어 올려서 마음을 표했다"고 말했습니다.

제펜(사진,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향토음식』, 제주특별자치도, 2012)


지름(기름)떡(사진,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향토음식』, 제주특별자치도, 2012)


그는 "'제펜'이라고 부른 일종의 시루떡을 밑에 깔고 그것을 밭이나 들판처럼 생각했고, 그 위에 떡을 차례차례 고여서 올렸다. 맨 위에는 지름떡(기름떡)을 올리면 그게 별을 표시하는 것이다. 추석 같은 경우엔 송편을 올리면 그게 달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로 일월성신(日月星辰)을 표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별모양을 한 지름떡을 별(星)로, 제주의 둥근 송편을 달(月)로 치환하는 등 농사를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일월성신을 표현해 농업 수확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 빙떡·느르미전은 조상님들 '음식 보따리'

메밀 반죽을 부친 일종의 전 위에 익힌 무채를 놓고 말아서 만드는 빙떡은 제주의 대표적인 토속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에선 이 빙떡이 관혼상제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으로 알려졌는데, 음식의 만드는 방법이나 생김새로 인해 제주에선 조상님이 음식을 담아 가는 보따리 역할의 의미로 올렸다고 합니다.

빙떡(사진,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향토음식』, 제주특별자치도, 2012)


느르미전(사진,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향토음식』, 제주특별자치도, 2012)


양용진 원장은 "빙떡 자체가 조상님들이 보자기처럼 거기에 음식을 싸서 가시라는 의미였다"며, "메밀 농사가 잘되는 동쪽에선 빙떡을 많이 해서 올렸고, 서쪽은 비교적 농사가 잘되니까 느르미전(누르미전)을 보자기 역할을 하는 음식으로 해서 많이 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느르미전은 파와 고사리를 계란 물에 부쳐서 만든 넓적한 모양의 전입니다.

■ 金사과 대신 샤인머스켓? "마음이 중요"


올해는 초여름 폭우와 전체적인 생산량 감소로 사과나 배, 포도 등 대부분 제수용 과일이 크게 올랐습니다.

반면,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고가의 포도 품종 '샤인머스캣'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차례상에 샤인머스캣을 올리는 신풍속도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양용진 원장은 요리연구가의 입장에서 이에 대해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에 관한 것이 가가례(家家禮)에서 나온 것으로 지방마다 집 안마다 다르다"라며, "생선을 예로 들 경우에도 어떤 집은 생선의 뒤집어서 올리는 집도 있고 배를 가르지 않고 그냥 통으로 올리는 집도 있었다. 어떤 게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포도는 홍동백서 개념에 따르면 원래 붉은 과일로 취급을 하는데, 샤인머스캣이나 청포도는 초록색이다. 이런 건 오히려 흰색이다 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추석 차례라는 것이 외국으로 치면 일종의 추수감사절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며 풍년을 들게 해줘서 감사하는 마음을 의례화한 것이기 때문에 그해 우리 땅에서 난 가장 좋은 농산물이나 식재료를 올리면 된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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