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담 연내 개최 공감대… 러, ‘배타적 군사동맹’ 맹비난
‘한·미·일’ 협력 의지 재확인
일본·호주 등 5개국 정상회담
러 “韓, 아세안 나토화” 비난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라오스 총리 주최 갈라 만찬 당시 블링컨 장관과 환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블링컨 장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각별한 안부를 전하며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이어 ‘연내에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잘 알았다. 앞으로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 연내에 만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 취임(10월1일), 미 대통령 선거(11월5일) 변수와 관계없이 한·미·일 협력체계를 공고히 이어가자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는 2025년 1월20일까지다.
연내 주요 국제회의는 11월10∼16일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와 18∼19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있다. 이를 계기로 3국 정상이 만나 캠프데이비드 정신을 이어갈 새로운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캠프데이비드 원칙은 ‘공동의 가치와 규범에 기반을 둬 한반도, 아세안, 태평양 도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 평화 및 번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며 지난해 8월 3국 정상이 만나 공동 채택한 문건이다.
◆아세안과 안보관계 확장... 5개국 정상회담도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아세안과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각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협력 비전을 제시했다. 내달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가 처음 대면으로 열리고, 사이버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과 전략적 안보 협력이 강화된다. 특히 필리핀과도 해상연합훈련 등을 확대하기로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다.
또 경제 측면에서도 내년 한·아세안 싱크탱크 다이얼로그(대화체)를 출범하고 스마트시티 협력 등 미래사회 구축 측면에서도 서로 협력하기도 했다. 또 한국의 ‘소프트파워’ 신장으로 아세안에서 높아진 위상에 맞춰 향후 5년간 아세안 학생 4만명에 대한 연수사업, 이공계 첨단분야 장학생 사업 발족 등 미래 세대를 위한 교류도 확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계기로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라오스와 내년 재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포괄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합의하고, 기후, 개발협력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일본 이시바 신임 총리와는 취임 9일만에 첫 한·일 회담을 개최해 그간의 셔틀외교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와 회담에선 국방, 방산, 경제 안보 등 핵심분야 협력을 논의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만나 구체적인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호주는 현재 해군의 차기 호위함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방산 수출 낭보가 기대되는 국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라오스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서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 수호 국가로서 인태지역 및 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정부의 기여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참여한 이번 회의에서 러·북 군사협력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도전임을 강조했고, 중국이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와 관련해 자유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해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러시아는 이와 관련해 비판을 쏟아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일 협력 등을 맹비난했다. 그는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좁고 배타적인 미국 주도의 군사·정치적 연합을 만들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심 영역으로 끌어들이기로 결정했음이 분명하다”며 “여기에는 미국, 일본, 한국으로 구성된 트로이카가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주, 뉴질랜드, 한국, 일본을 포함하는 쿼드를 만들었다”며 “이 모든 것은 집단적 노력을 촉진하지 않고, 공동 공간을 ‘친구와 적’으로 나누어 분열시킨다”고 비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도 EAS 최종 성명 채택에 반대한 국가를 묻는 말에 “간단히 말해 미국·일본·한국·호주·뉴질랜드가 수십 년 간 이어온 EAS 관행에 반해 최종 선언을 정치적 성명으로 만들려는 집요한 시도 때문에 최종 선언이 채택되지 않았다”며 “기존 관행은 대립적인 지정학적 내러티브를 포함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몇 년 간 선언은 경제, 무역, 투자, 인도주의 분야 실질 협력에 초점 맞췄다”며 “이를 정치화하려는 시도가 비생산적”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남중국해 발언과 관련해서도 “일본·뉴질랜드·호주를 포함한 친서방 그룹의 참가자들이 미국의 수사를 반복했지만 이는 논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아세안 회원국들 사이에서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미국은 폐쇄적 블록 성격의 군사·정치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 정책은 중국과 러시아를 모두 견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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