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밀어붙이는 한미일 '동맹화'의 7가지 문제
근년 들어 미국의 세계전략은 다중적 동맹체계 구축을 통한 패권의 유지라는 견해에 별 이의가 없을 것이다. 몰락해 가는 제국의 말기적 증세인가. 문제는 어떠한 제국도 혼자 조용히 사라지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전쟁의 위험성이 커지고 필경 ‘최후의’ 결전이 벌어지고 수많은 생명이 사라지고 문명의 공든탑이 무너져 내린다. 인간의 본성이고 진화의 법칙인가. 결국 문제는 나의 삶, 내가 속한 공동체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다. 나와 공동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미국은 중국을 패권의 도전자로 확실히 지정했다. 신냉전 구조가 형성되는 것은 정해진 일이다. 새로운 동맹체계가 만들어지는 것도 그렇다. 과거 냉전시대 소련에 대응하기 위하여 나토가 있었다. 이제 중국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동맹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필요할지 모른다.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전략적 관심지역은 동아시아다. 한반도와 동북아, 대만 근역의 동중국해, 아세안의 남중국해, 인도양을 이어서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군사적으로 강력한 미국의 동맹은 한국과 일본이고 미국은 이 두 나라와의 양자동맹들을 한미일 3자동맹으로 단단히 묶으려 한다.
한미일 '동맹화'의 문제점들
한미일 국방장관들이 지난 7월28일 토쿄에 모여 '3자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에 서명했다. 국방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TSCF는 “고위급 정책협의, 정보 공유, 3자훈련, 국방교류협력 등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한미일 국방당국 간의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안보협력의 제도화란 ‘사실상의 3국동맹’(또는 ‘동맹화’)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뒷받침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견고한 토대가 구축된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자발적 적극적 저돌적으로 미국의 동맹전략에 협력해 왔다. 안보를 튼튼히 하고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는 가치와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강한 신념, 그 자체를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수 없다. 다만 몇 가지 문제점은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한국이 ‘신냉전’ 대결구도의 첨병이 되어 불이익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지정학적 특수성은 한국의 숙명이다. 미국의 동맹 진영에 속박될수록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소위 ‘다극적 세계’라는 외교 안보 경제의 거대한 상대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고 심지어 상호 적대화할 위험성이 커진다.
둘째,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사적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노무현정부에서 한미 외교장관 간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의 분쟁에 필요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해준다. 대만 문제로 중국과 미국이 군사적 충돌에 이르게 될 경우 주한미군은 당연히 출동하고 그들의 기지와 시설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공격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한반도 전쟁 위험성의 증대다.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의 어떤 반응을 유발했는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이제 한미일 연합훈련이 정례화되고 다영역화하고 있다. 훈련은 실전처럼 하고 전쟁은 훈련대로 하는 것이다. 한반도 전면전은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고 일단 일어나면 핵전쟁이고 민족공멸이다.
넷째, 대미 군사적 종속의 심화다. 윤석열정부에서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의제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휘체계뿐 아니라 무기체계의 종속도 큰 문제다. 한국군 전체가 미국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나친 것일까.
다섯째, 한미일 협력의 틀이 굳어지면 일본의 한반도 군사개입의 문이 열리게 된다. 그에 따라 한일 군사협력과 대일 군사적 의존성도 커질 것이다.
여섯째, 한국과 한민족의 최대 이익인 평화와 남북협력이 멈추고 오히려 퇴보할 것이다. 종전과 평화 협정 논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점점 더 돌이키기 어려워지고 있다.
일곱째, 경제사회 면에서의 직접적 손해가 발생한다. 이미 수출 투자 에너지 금융 등과 관련한 대외협력의 문이 좁아졌고 코리아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국내적 이념 갈등과 사회 분열까지 동맹정책과 연계되어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진다.
동북아 협력안보체제의 구축을 위하여
신냉전 구도에서 벗어나 다극적 평화 구도를 만들어 내는 일은 어느 한 국가의 정책이나 행위로는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앞에 열거한 많은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방안이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동북아 지역 차원에서 어떤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지 식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탈냉전기 초기에 만들어진 다자간 안보대화체인 ‘동북아협력대화(NEACD)’를 다시 불러볼 수 있을 것이다. NEACD는 미국의 ‘세계분쟁 및 협력 연구소(IGCC)’가 1993년 미국무부의 후원을 받아 출범시킨 민군(1.5track) 대화체로서 ‘동북아 국가 간에 대화를 통한 상호이해 신뢰구축 협력을 증진한 것을 목적으로 했다. 동북아 6개국(남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매년 한 두 차례 회의를 가졌으며 북한도 2002년 10월 모스크바 총회에 참여한 바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하여 2003년에 시작된 6자회담도 구성국들과 안보문제 해결이라는 목적 측면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신냉전적 대결 구도는 동북아에서 가장 첨예하게 형성되어 있다.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북한, 남북한 사이의 다중적 갈등이 대화가 아닌 다중적 동맹화로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미국의 세계전략 때문에 동북아 지역의 평화가 희생되어야 하는가. 우리 자신에 다시 묻자. 누구를 위한 동맹이고 무엇을 위한 안보협력인가.
(이 연재는 공공선 거버넌스(원장 강치원)에서 기획한 것입니다. 편집자)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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