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잔디밭에 옥타곤을 세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이란전 출구도 못 찾은 대통령이 백악관에 옥타곤부터 세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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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대통령의 집이지만, 한 사람의 공간은 아니다. 나는 그곳을 미국이라는 나라가 권력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장소라고 본다. 백악관 잔디밭은 대통령의 취향을 전시하는 무대가 아니라, 국가의 얼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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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격투기는 스포츠다. 선수들은 자기 몸을 걸고 싸운다. 팬들은 그 긴장감에 열광한다. 그것까지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문제는 백악관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는 시점이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최신 평화 제안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협상은 이어지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과 핵 프로그램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휴전은 있어도 출구는 흐릿한 상황이다.

외신이 주목한 장면도 이 지점이었다. 가디언은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애미 UFC 경기장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앞서 파키스탄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합의 없이 끝났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스포츠를 볼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순서다. 전쟁의 문이 아직 닫히지 않았고, 유가는 불안하고, 시장은 대통령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그런 시기에 백악관에 옥타곤을 세우겠다는 발표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이라면 환호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

국민이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 지다.
지금 미국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대형 스크린 앞의 함성이 아니다. 전쟁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유가와 물가 충격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답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생활을 보고 있다는 신호다.

지금 필요한 건 설명인데, 백악관은 장면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은 불안한데 카메라는 이미 켜져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UFC를 좋아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다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와 가까운 관계라는 점도 잘 알려져 있다. 대통령에게도 취향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이 백악관을 차지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취미를 실현하는 행사장이 아니다.

더구나 이번 행사는 미국 독립 250주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독립을 기념하는 일은 가볍지 않다. 자유를 되새기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의미가 대통령의 생일, UFC 흥행, 백악관 이벤트와 한데 섞이면 상징은 흐려진다. 국가의 기념일이 한 사람의 쇼처럼 보이는 순간, 그 행사의 의미는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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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정치는 늘 장면에 강했다. 강한 남자. 밀어붙이는 지도자. 적을 쓰러뜨리는 승자. UFC는 그 이미지를 가장 쉽게 보여주는 무대다. 옥타곤 안에서는 말보다 주먹이 빠르고, 결과는 선명하다.

하지만 국가는 옥타곤이 아니다.

대통령의 일은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다. 갈라진 사회를 붙들고, 전쟁의 비용을 설명하고, 국민의 생활을 챙기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더 센 장면이 아니다. 지금 멈춰야 할 일을 아는 감각이다.

그래서 이 일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위기 앞에서 권력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드러낸다. 국민에게 필요한 답보다 지지층이 좋아할 이미지를 먼저 고른 것이다.

지지자들은 무료 행사라고 말할 수 있다. 독립 250주년을 축하하는 축제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이 전부는 아니다. 직접 세금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일이 적절해지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행동에는 때가 있다. 지금은 백악관에 옥타곤을 세울 때가 아니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은 백악관 옥타곤이 아니다.

전쟁의 출구다. 유가 불안에 대한 해법이다. 국민의 삶을 먼저 보는 대통령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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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세계 최고의 챔피언들을 데려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백악관에 필요한 것은 챔피언이 아니다. 대통령이다.

출처 : 스탠딩아웃(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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