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실패했는데...‘이 기업’ 또 공개매수 나선 MBK, 거세지는 반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란 명분을 내세워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에 개입한데 이어 고려아연 사태까지 반복되자 MBK파트너스 측 셈법에 기업의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가 나온다.
이날 고려아연 노조 측은 성명서를 통해 “50년간 근로자들의 피땀과 헌신으로 일군 고려아연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매수하려고 한다”며 “우리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약탈적 공개매수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MBK파트너스는 즉각적인 공개매수 철회를 선언하고 정부는 국가기간산업 핵심인 고려아연을 해외로 팔아넘길 우려가 있는 이번 공개매수에 적극 대응하라”고 밝혔다.
앞서 김두겸 울산시장과 시의회 등 울산 정치권도 국가기간산업으로 울산과 고락을 같이 한 고려아연에 대해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김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MBK파트너스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회·정부와 함께 국가기간산업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 대응할 계획을 시사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지난 13일부터 고려아연 지분 6.98∼14.61% 확보를 목표로 1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고려아연 경영은 영풍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과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 지명권 등을 가진 MBK파트너스가 주도하게 된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경영권 갈등에 MBK파트너스가 개입한 것을 두고 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정치권과 노조까지 가세하며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는 분위기다.
MBK파트너스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개인의 독단적인 경영형태에 의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 훼손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와 기업가치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모펀드 운용사로서 본래 목적은 이익 극대화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있는 곳에 개입할 경우 MBK 입장에선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 부담을 낮춰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MBK가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섰던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MBK는 오너가 장남과 연합, 차남의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공개매수를 추진했다.
그 때에도 MBK파트너스가 내세웠던 명분은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전문경영인을 도입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에게 공개매수 참여를 호소했지만, 결국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며 무위에 그쳤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당시 공개매수를 재료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MBK파트너스는 실패한 공개매수와 관련, 별다른 금전적 손해나 책임을 지지 않아 시장의 비판을 받아야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결정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주가가 크게 오른데다 특히 고려아연의 주가는 이미 공개매수가를 넘어서서 공개매수의 성공 여부를 단언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MBK파트너스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의 틈을 노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판단해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공개매수 실패시 주가 변동성만 키워놓고, 치고 빠지는 식”이라며 “이같은 행보는 향후 대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의 평판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매수가) 실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소 목표물량) 7% 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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