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금융그룹이 주주환원 전략의 무게추를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에서 현금배당의 병행을 확대하는 쪽으로 옮기고 있다. 저평가 구간에서는 자사주 소각으로 주당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효과적이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개선되는 국면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비과세 배당을 활용해 주주가 체감하는 세후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1분기 주당 배당금을 1145원으로 결정했다. 전년 동기 906원보다 26.4% 늘어난 수준이다. 고배당 기업 요건 충족을 위한 지난해 4분기 현금배당을 포함하면 2025년 평균 주당 배당금보다 약 11.6% 증가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하나금융의 환원전략 변화를 현금배당 비중 확대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배당의 세제혜택이 시행되며 현금배당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하나금융의 주주환원 전략은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 경쟁 금융사들과 다른 결을 띤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은 보유 자기주식 전량 소각을 결정하며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주당가치 제고 모델을 전면에 세우고 있다. 신한금융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성장률을 함께 반영하는 주주환원 포뮬러를 제시했다. 우리금융은 이미 비과세 배당을 실시하며 세후 배당수익률을 부각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들 사이에서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의 균형(밸런스)을 다시 조정하는 쪽에 가깝다. 현금배당 확대가 자사주 축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배당과 자사주를 함께 활용해 총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의 올해 총주주환원율은 50%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의 1분기 주당배당금은 기존 추정치보다 8% 높은 수준으로, 주주환원 내에서 현금 배당 비중을 늘릴 의사가 있다고 실적 발표회에서 발표했다”며 “주주환원율 50% 달성도 애초 목표인 2027년에서 1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배당 확대와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이 동시에 이뤄질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의미다.
연간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1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 발표한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40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은 이미 매입을 마쳤고, 나머지 2000억원도 7월까지 매입할 예정이다. 하반기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돼 연간 1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금융의 현금배당 확대 배경에는 세제 변화가 있다. 하나금융은 2025년 기준 고배당 기업 요건을 충족했다. 이에 따라 2026년 1~3분기 현금배당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3월 주주총회에서는 7조4000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비과세 배당 재원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초 지급될 2026년 4분기 현금배당부터 비과세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배당금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주주층을 넓히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자사주 소각이 주당지표 개선에 효과적이라면, 현금배당은 투자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정기 현금흐름과 세후수익률을 높이는 수단이다.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기존에는 자사주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현금배당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주주 비중이 5.5% 수준인데, 이를 글로벌 수준인 20~30%까지 끌어올리는 단초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배당 비중 확대를 통해 개인주주와 장기 투자자 기반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다. 하나금융의 1분기 CET1 비율은 13.09%로 전년 말보다 29bp 하락했다. 환율 상승과 바젤3 경과조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자본비율이 13% 초반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할 수 있다. 구조적 외화포지션 관련 규제 완화 효과가 반영되면 2분기 이후 자본비율 부담은 일부 완화될 수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은 서로 대체되는 수단이라기보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상호 보완적 수단”이라며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세제 변화와 시장 여건을 반영해 주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환원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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