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넘게 살면서 공짜라고 착각했던 것들

어릴 땐 세상이 참 너그러웠다. 누군가 나를 챙겨주고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이 당연했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은 언제나 나왔고, 밥상은 늘 차려져 있었으며, 해가 지면 집은 자연스레 불이 켜졌다. 그것들이 원래 '당연히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이 실은 누군가의 헌신과 사랑, 수많은 희생의 결과였음을 깨닫는 데는 4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나이 든다는 것은 결국 내가 누렸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되돌아보게 되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어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공짜라고 착각했던 순간들이 있다. 오늘은 그런 착각의 목록을 꺼내본다.


1. 누군가 기다려주는 집
젊은 날의 집은 늘 불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집에 누군가 나를 기다려준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는지 깨닫게 된다. 집은 단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다림과 사랑으로 채워진 온기 있는 공간이다. 살아가는 동안 받은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우리는 삶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공짜인 줄 알았던 모든 순간이 사실은 누군가의 소중한 헌신과 마음으로 만들어진 선물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그것을 아는 나는 더 많은 감사와 존중으로 남은 삶을 채워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2. 잔소리 같았던 부모님의 말
한때 부모님의 말은 그저 귀찮고 잔소리 같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자녀를 키우면서 깨닫게 된 것은 그 모든 잔소리 속에 담긴 간절한 염려와 사랑이다. 부모의 그 말 한마디 한마디는 나를 잘 되게 하려는 마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3. 아무 일 없이 눈 뜨는 아침
큰 사건이나 사고가 없는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이제야 깨닫는다. 별일 없이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지난 시간들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4. 전화 한 통에 달려오는 친구
나이가 들면서 친구와의 관계도 변한다. 친구가 많은 것이 아니라, 전화 한 통에 기꺼이 달려와 주는 친구 하나가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된다.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던 고민들을 기꺼이 나눠줄 수 있는 친구의 존재가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이제야 알게 된다.

5. 창밖으로 스며드는 봄 햇살
봄이 오면 햇살은 언제나 창을 통해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까지나 당연한 것이 아니다. 삶이 바빠질수록 그 소소한 햇살의 아름다움을 느낄 겨를이 없어진다. 여유롭게 창밖의 햇살을 바라볼 수 있는 순간 역시, 당연한 것이 아니라 삶의 선물이다.


6. 아무 이유 없이 나를 믿어주는 눈빛
누군가 나를 아무런 이유 없이 믿어주는 일이 얼마나 귀한지,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믿음은 조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선의와 사랑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사람은 삶에서 더 많은 신뢰와 사랑을 베풀게 된다.


7. 아프지 않은 하루
젊었을 때는 아픈 것이 특이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당연하지 않음을 매 순간 깨닫는다. 몸이 아프지 않고 평범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깨닫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오늘의 평범한 하루는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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