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그랬던' 빌라시장이 부활한다고요?
정비사업 활성화 영향까지…거래량 28%↑
다세대·연립 시장 회복? "지역별 차이 클듯"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했던 다세대·연립주택 시장이 조금씩 꿈틀대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가격이 많이 빠져 접근 문턱이 낮아진 데다, 정부가 비아파트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 사격에 나선 영향입니다.
서울 모아타운이나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도 활발해지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투자를 저울질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요. '빌라'로 통칭하는 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 시장이 다시 회복되는 신호라고 봐도 되는 걸까요?
'빌라 사세요~' 정부의 총공세
빌라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는 것은 정부가 투자 유인을 마련한 영향이 큽니다. 국토교통부는 8·8 공급 활성화 대책에서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에 무게를 실었죠. 침체한 빌라 시장을 살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빌라 시장은 지난 2022년 말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인 '빌라왕' 사태 이후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는데요. 임대인들이 전세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도 급증했죠.
이에 임차인들 사이에 '빌라 포비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빌라 기피 현상이 생겼고요. 반대로 아파트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죠. 그 부작용으로 아파트 전셋값은 더 오르고, 신축 빌라 공급은 확 줄었죠.
정부는 이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을 대방출했는데요. 대표적인 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축 매입임대 사업입니다. 내년까지 민간에서 건축하는 총 11만가구의 비아파트에 대해 사전 매입 약정을 맺고, 준공 후 LH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인데요.
주택 사업자들의 반응은 꽤 뜨거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9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8월28일 기준 10만3000가구가 매입을 신청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 3월부터 접수한 결과라고 합니다. ▷관련 기사:박상우 "집값 상승세 둔화…노무현·문재인 때와 달라"(9월9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는 평년 대비 4배 수준입니다. 다만 심의·심사를 거쳐 실제 약정까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박 장관은 "과거를 보니까 약정까지 50% 정도까지는 이어졌다"며 "5만~6만가구는 수월하게 약정해 연말부터는 인허가 물량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습니다.
비아파트 6년 단기 임대 등록 제도를 되살린 것도 빌라 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기존 유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사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의무 임대 기간(6년)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연 5%) 등을 지키면 세금을 덜어주는 제도죠.
정비사업 활성화 역시 빌라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서울에선 모아타운이나 신속통합기획 등의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고요. 경기권에선 1기 신도시 재건축이 힘을 받고 있는데요.
해당 정비사업이 추진되거나 예정된 지역의 빌라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최근 일산을 제외한 1기 신도시 4곳에서 정비 기본계획을 공개한 직후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주말에 임장을 가야겠다", "다시 기회가 온 것 같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죠.
그래서 회복된다고?
빌라 시장의 가격이나 거래량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98.6으로 전월(98.3)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말 빌라왕 사태로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던 2023년 상반기(4월·98.6) 수준까지는 매매가격지수가 회복된 셈인데요. 전세가격지수도 96.2로 전월(96.0) 대비 0.2포인트 올랐습니다.
거래량도 전년 대비 증가했습니다. 올해 1~7월 누적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은 2만1607건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전년(1만6874건)에 비하면 28% 증가한 수치입니다. 물론 2022년 같은 기간 3만1805건에 비하면 여전히 적지만요.
선행 지표인 경매 시장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온기가 나타납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서울 빌라 경매 낙찰가율은 78.3%로 전월 대비 3.5%포인트 내렸는데요.
이달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주거시설 경매 중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던 물건도 '빌라'였습니다. 서울 중랑구 중화동 소재 전용 43㎡의 한 다세대주택은 응찰자가 35명 몰리면서 감정가(2억1800만원)의 181.8%인 3억9638만원에 낙찰됐죠.
이 빌라는 모아타운 대상지 안에 있는 물건이어서 정비사업 기대감으로 투자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정비사업 호재 등이 있는 지역 위주로 빌라 시장에 조금씩 훈풍이 불고 있는 거죠. 지역차가 있는 겁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빌라 시장은 가격이 워낙 많이 빠져 저가 매수 등이 이어지면서 올 상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정부의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 정비사업 활성화 등이 더해져 서울 모아타운 등 투자 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빌라 매매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정비사업 소식이 있는 곳 위주로 가격 동반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수요도 있다"면서 "하지만 시장이 크게 회복된다기보다는 조금 나아지는 정도이고 정부의 공급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기 때문에 투자 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모주달력]추석연휴 끝나면 제닉스 청약…공모가 4만원
- 날개 단 선박 가격에…조선 '빅3' 흑자도 불어날까
- [청기홍기]미국 생물보안법에 국내 바이오주 '환호'
- '교촌치킨은 빼고'…더본코리아가 계산한 몸값 공식[공시줍줍]
- '아이폰16 온다'…사전 예약 받는 이마트 가보니
- [인사이드 스토리]LG엔솔·파나소닉 '4680 장전완료'…승패 관건은?
- [넥스트 HBM]④AI 열풍에 떠오른 新수혜주 'QLC' 낸드
- 국장 닫는 추석연휴, '미장' 빅 이벤트는
- '제각각' 대출규제에 혼란 여전…어느 은행 찾아야 할까?
- '큰 돈' 들인 신세계 부산 아울렛…'MZ'부터 'VIP'까지 다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