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 ‘룸메’ 김호령과 홍원빈, 성실함이 통했다

8년 차이로 야수와 투수로 포지션도 다르지만 '성실함'으로 통한 김호령과 홍원빈은 스프링 캠프에서 룸메이트로 호흡을 맞췄다. /김여울 기자

성실함도 실력이다. 성실함이라는 실력만으로 평가를 한다면 KIA 타이거즈에서 김호령과 홍원빈, 이 두 선수의 이름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많이 다른 두 사람이다.

8살 차이의 김호령과 홍원빈은 각각 외야수와 투수로 포지션이 다르다. 출발선도 달랐다. 김호령은 10라운드 102순위로 프로 무대에 진출해 하위 라운드의 희망이 됐던 선수다. 홍원빈은 타이거즈의 1라운드 지명 선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뭔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사람은 ‘성실함’으로 통했다. 일본 고치에 이어 오키나와 캠프에서 룸메이트가 된 김호령과 홍원빈은 하루도 쉽게 흘려보내지 않았다.

미국 어바인에서 ‘우승 선수단’의 스프링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김호령과 홍원빈은 고치 퓨처스 캠프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는 마음은 어느 해보다 특별했다.

김호령은 지난가을 이범호 감독의 장탄식을 불렀다. 이범호 감독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구상에는 김호령의 이름이 있었다. 수비하면 우선 떠오르는 선수였던 만큼 코칭스태프는 김호령을 생각했지만, 우승 순간 그는 없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타격을 하는 김호령. /김여울 기자

김호령은 조금이라도 팀에 더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따로 타격 훈련을 하다가 내복사근 부상을 입었다. 그렇게 2017년 이후 김호령의 두 번째 한국시리즈 무대는 물거품이 됐다.

“처음에 다쳤을 때는 마음이 진짜 아프긴 했는데, 어차피 일어난 일이고 야구 인생이 끝난 것도 아니니까 빨리 회복해서 내년 준비하자는 생각을 했다. 한국시리즈 경기 다 봤다. 안 다쳤으면 저기 있었겠지라는 생각은 했는데 연습하다 다친 거니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잘못해서 떨어졌으니까. 무조건 우리 KIA가 우승했으면 해서 계속 보고 응원했다.”

재활을 마치고 뒤늦게 고치로 건너간 김호령은 늘 그렇듯 성실하게 시즌을 준비했고 오키나와 콜업 소식을 들었다.

“감독님께서 (부상 소식에) 속상해하셨다고 들었다. 죄송했다. 비시즌 때 배운 것을 함평에서부터 계속하고 있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작년보다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콜업돼서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KIA 강속구 투수 홍원빈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김여울 기자

홍원빈도 이번 캠프를 맞는 마음이 달랐다.

그는 비시즌에 자비로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스를 찾았고 그곳에서 자신의 문제점과 장점을 확인했다. 절박한 마음으로 답을 찾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홍원빈은 희망을 안고 돌아왔다. 그리고 상상하지 못한 오키나와행 티켓을 받았다.

“상상도 못 했다. 등록선수가 아니라서 5월까지는 못 올라가니까 상상도 안 했다. 동기부여가 되는 소식이었다. 신인 때 오키나와 왔을 때는 무서웠는데,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안정감이 많이 생긴 것 같아서 내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설렘이 컸던 것 같다.”

간절하게 기다리고 절실하게 준비했던 만큼 두 룸메이트는 오키나와 콜업 소식을 들었을 때 서로 기뻐하면서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김호령과 홍원빈은 ‘타격’과 ‘제구’라는 주제를 놓고 오랜 시간 자신과의 싸움을 해왔다.

김호령에게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수비가 있지만, 타격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는 있다.

“매년, 맨날 안 좋은 게 타격이니까 그걸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겨울에 시퀀스를 배웠다. 타격할 때 시퀀스가 있는데 그게 되게 안 좋아서 그걸 배우려고 했다. 공격까지 하면 수비를 더 오래 보여드릴 수 있다. 요즘 수비에서 실수가 많았다. 처음에는 수비할 때 여유가 있었는데 긴장도 하는 것 같다. 수비가 아무리 자신 있어도 나갔다가 안 나갔다 하면 잘 안된다. 특히 나는 중요한 상황에 나가게 되는데 적응이 안 되면 나도 긴장하고 실수도 나온다.”

홍원빈도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확실한 실마리를 찾지 못했었다. 그는 트레드에서의 시간을 통해 장점을 살리기 위해 장점을 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배웠다.

“비시즌에 트레드 다녀오면서 폼을 수정했다. 전에 가지고 있는 메커니즘은 스피드는 잘 나오는 메커니즘이지만 그 폼을 계속 유지하면 잦은 부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구속도 떨어지고 불편해도 지금 올바른 메커니즘으로 가자고 했다. 키도 크고 장점을 살리기 위해 팔을 높게 들었는데 지금은 팔을 평평하게 맞춰서 상체를 최대한 움직임 없이 하려고 한다.”

보여주기 위한 준비는 잘 됐었다. 마음도 간절했다. 오키나와에서의 첫 불펜 피칭이 끝난 뒤 홍원빈은 “다행히 연습했던 게 나왔다”며 “이대로만 유지한다면 한이 풀리지 않을까”라면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호령과 홍원빈은 캠프 연습경기에서 아찔한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한 아쉬운 캠프. 이제 시작이고, 그들에게는 성실함과 간절함이라는 무기가 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수비를 마치고 이닝 교대를 위해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김호령. /김여울 기자

이제는 팀의 중고참 선수가 된 김호령은 1년 1년이 다르다.

“마음은 26인데 33이다(웃음). 솔직히 나이 드니까 기회가 적어질 것이다. 그래서 더 진짜 간절해지는 것 같고 잘하고 싶다. 잘해서 야구 오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친구들도 잘하고, 후배들도 너무 잘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애들이 너무 잘하니까 나도 잘하고 싶고, 시합도 뛰고 싶다. 애들이 진짜 다르다. 나이 어려도 준비하는 과정이 다르다. 나이가 어린 애들도, 중간 애들도 다 잘한다. 보고 배우는 것도 많다. 원빈이한테도 많이 배운다. 나름 몸관리나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원빈이는 정말 철저하게 한다.”

홍원빈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미국에 다녀왔고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

“올해 7년 차인데 한 번도 1군에 못 올라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후회 없이 그만둘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하면서 미국을 갔다. 미국 가서도 배워보고 안 되면 그만두자고 생각했다. 1군 훈련도 5년 만이라서 감회가 새로웠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은 같다.

누구나 인정하는 수비 실력을 갖춘 발 빠른 외야수와 누구나 탐내는 피지컬을 갖춘 강속구 투수. 여기에 누구보다 성실한 두 사람을 알기에 가까이에 있는 동료, 코칭스태프는 이들만큼이나 간절하게 “잘됐으면…”이라는 마음으로 김호령과 홍원빈을 지켜보고 있다.

김호령과 홍원빈도 같은 마음으로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그라운드에 서 있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하는 홍원빈. /김여울 기자

간절하게 기다리는 1군 데뷔 날, 홍원빈은 중견수 자리에 있는 김호령과 눈을 마주치는 장면을 그린다. 김호령은 최선을 다해 공을 향해 달릴 것이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김호령이 공을 쫓아가는 모습. 두 사람이 꿈에서도 그리는 장면이다.

“원빈이한테 배울 점이 많아서 무조건 방 같이 쓰자고 했다. 너무 열심히 하는 친구고, 진짜 잘했으면 하는 친구다.”

홍원빈에 대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김호령의 모습에 슬쩍 웃음이 났다. 사실 김호령을 보는 팬들의 마음도 그와 같기 때문이다.

“김호령도 홍원빈도 정말 열심히 하는 것 팬들이 다 아는데, 항상 안 되고 부족하고 그래서 팬들이 안타까워하는 선수들”이라는 나의 이야기에 김호령은 “이런 마음인가?”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원빈이 생각하는 그런 마음인가? 아 그렇구나. 맞아요”라면서 김호령이 환하게 웃었다.

다른 선수들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에 두 사람은 ‘끝’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끝을 이야기했지만,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이다. 간절하게 ‘시작’을 바라고 있는 두 룸메이트가 팬들의 함성이 가득 찬 그라운드에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