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노피가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도입한 파킨슨병 신약 개발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파장을 키우고 있다. 임상 중단은 아니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실적 자료에 '우선순위 조정(deprioritised)'이라는 표현을 명시하며 개발 일정 지연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다만 에이비엘바이오는 신약 개발 중단설에는 선을 그으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번 조정은 향후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신중한 R&D'? 리스크는 파트너 몫

사노피는 29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년 연간 실적 자료에서 에이비엘바이오의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 'ABL301(SAR446159)'을 개발 우선순위 조정 자산으로 분류했다. 통상 'deprioritised' 표기는 후속 임상 착수 시점이 늦춰지거나 투입 자원이 조정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회사는 이번 우선순위 조정의 구체적 배경이나 일정 변화에 대해서는 별도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을 꼽고 있다. 파킨슨병의 주요 병인인 '알파시뉴클레인(alpha-synuclein)'은 임상에서 뚜렷한 효과를 증명하기 까다로운 타깃으로 평가받는다.
사노피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2상에 앞서 1b상을 진행해 추가 데이터를 쌓을 예정이다. 특히 PET 트레이서를 활용해 환자군과 표적 단백질 발현 수준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바탕으로 적정 용량을 재설정하고 설계를 한층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사노피의 파이프라인 전략 재편이 파트너사에는 적잖은 리스크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회사는 과거에도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뒤 개발 막바지 단계에서 전략을 선회한 전례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다. 사노피는 2015년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도입한 뒤 임상3상까지 진행하며 상업화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2019년에는 R&D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겠다는 수정 계약까지 체결하며 개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5월 상업화 문턱에서 한미약품에 권리 반환을 통보했다.
당시에도 사노피는 당뇨·심혈관 분야 전반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유로 들었지만 한미약품과 시장에서는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다는 비판이 거셌다. 임상 비용과 신약 개발 리스크를 함께 떠안은 상황에서 최종 전략 변경 부담은 일방적으로 한미약품에 넘겼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사노피 결정에 선 긋는 에이비엘 '주가 방어 총력'

업계에선 이번 ABL301 우선순위 조정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중단은 아니자만 현재 후속 연구 일정을 두고 불안한 시선이 많다"면서 "사노피가 명확한 개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 한 그 부담 비용은 파트너사와 주주가 떠안게 될 것"고 말했다.
사노피의 이번 결정으로 시장 내 불안도 빠르게 확산됐다. 30일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19만7700원에 마감해 전일 종가(24만5500원) 대비 19.47%(4만7800원) 급락했다. 임상 지연과 그에 따른 마일스톤 유입 시점이 불투명해진 것이 투심을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즉각 진화에 나서고 있다. 사노피가 ABL301 개발을 포기한 게 아니며 되레 후속 임상을 위해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ABL301의 후속 임상에서는 약물의 효능을 보다 직접적이고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분석기법을 활용할 예정"이라며 "단순한 일정 지연이 아니라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ABL301는 에이비엘바이오가 2022년 사노피와의 계약으로 첫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한 파이프라인이다. 계약 규모는 최대 10억6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양사는 지난해까지 임상1상(SAD·MAD)을 진행해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시장에서는 올 1분기 내 사노피 주도의 임상2상 진입을 기대해왔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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