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도부, '김대남 녹취록'에 "진상규명하고 책임 묻겠다"

곽재훈 기자 2024. 10. 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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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위 감찰 추진…당 안팎 "과잉충성", "간도 쓸개도 없어", "尹 사과해야" 분분

용산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출신 공기업 감사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하며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너희가 이번에 잘 기획해서 치면 여사가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논란과 관련,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가 당 윤리위 차원의 감찰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일 "최근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출신 김대남 서울보증보험 감사가 좌파 유튜버와 나눈 녹취가 공개됐다"며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필요한 절차들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수석대변인은 "김대남 씨는 국민의힘 당원"이라며 "보수정당 당원이 소속 정당 정치인을 허위사실로 음해하기 위해 좌파 유튜버와 협업하고 공격을 사주하는 것은 명백하고 심각한 해당행위이자 범죄"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윤리위를 포함한 당내 절차를 진행하려 한다"고 기자들과 만나 덧붙였다. 그는 감찰 착수가 한동훈 대표 지시인지 묻는 질문에 "한 대표뿐 아니라 당 내에서는 감찰 절차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전날 SNS에 쓴 글에서 "현재 정부투자 금융기관 감사인 사람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버와 직접 통화하면서 저를 어떻게든 공격하라고 사주했다고 한다"며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했다.

당 안팎 보수진영에서는 계파·성향을 막론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나왔다. 곽규택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얼마나 한심한 행태냐"고 비판하면서 다만 "선거 때가 되거나 전당대회 때가 되면 자가발전을 하는 과잉충성파들이 많다. 마치 본인이 어떤 공을 세운 것처럼 하기 위해 오버하고 과잉충성하는 일련의 행태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김종혁 최고위원이 SNS에 쓴 글에서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는 연봉이 2억4000만 원에서 3억6000만 원이고 매달 470만 원을 쓸 수 있는 법인카드가 제공된다고 한다"며 "한동훈에 대한 공작을 지시한 김대남의 배후가 있는가, 김대남을 스스로 선택한 자리로 보내줄 정도의 막강한 힘이 개입한 것인가 밝혀져야 한다"고 한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김 최고위원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사후 뇌물죄 등 다양한 범죄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사를 통해 누가 배후이고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이번에는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건 대통령실 비서관이 어떻게 김 여사와의 대화를 공개한 전력이 있는 좌파 매체 서울의소리 기자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무려 11개월간이나 통화를 계속 했느냐는 것"이라며 "도대체 대통령실에는 보안의식, 혹은 기강이란 게 있기는 한 건지 혀를 차게 만든다"고 용산 대통령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중앙위의장을 역임한 김성태 전 의원은 이날 SBS 인터뷰에서 김 감사에 대해 "(지난 대선 때) 저는 직능을 총괄하고 있었고 옆에 조직본부에 이 친구가 있었다"며 "정말 아연실색이다. 정말 간도 쓸개도 없는 이런 친구들이 용산에서 대통령을 보필한다고 하고 있었으니"라고 원색 비난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아무리 대통령실 기강이 문제라 하더라도 이런 친구를 발탁하고 시민사회수석실에 선임행정관, 나중에는 비서관 직무대리(로 임명한 것은), 정말 참 한심하고 기가 막힐 일"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전반적인 위기라는 게 보수의 근본 가치와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총선·대선 때 권력자 주변에서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김 전 원내대표는 "이건 전적으로 김대남 행정관 이 친구 자작극"이라며 "이 친구는 나중에는 대통령실 안에서도 정무 쪽에서 해야 될 일도 자기가 나서가지고 옆 부서에서도 비판이 많았다"고 선을 그었다.

검사 출신 김경진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여당 소속의 당원으로서 국민들께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선 과정에서 서울의소리와 김건희 여사 사이에 한 번 큰 논란이 있었지 않나. 그런 매체의 기자와 나중에 또 통화를 하고 계속해서 얘기를 한다는 건 참 이해할 수 없는 전체적인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신평 변호사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께서라도 직접 이 문제에 관해서 국민에게 사과를 하셔야 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신 변호사는 "김대남 전 행정관 사건이 참 개탄스럽다"며 "어떻게 김대남 같은 정도의 사람이 대통령의 측근에서 일하게 됐는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고, 지금이라도 대통령실에서는 김대남이 어떻게 해서 들어왔고 또 어떤 행동을 했다는 점에 관해서 국민들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변호사는 "김대남의 대통령실 취직이라든가, 또 서울보증보험 감사로 가게 된 경위에 관해 상세한 조사를 해서 여기 관여된 사람이 누구든 상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윤석열 정부에서 배제하는 조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최근 정국 상황과 관련해서는 "한 대표가 시종일관 야권과 함께 윤 정부를 협공해 온 상황", "(당정 지지율 하락은) 한 대표가 당 대표로 있는 한 속수무책"이라고 한동훈 지도부에 날을 세우면서도 이번 김대남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서는 이같이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최근의 독대 논란 등과 관련, 한 대표에 대해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왜 그렇게 날을 세우며 사는 것인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독대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길이 열려있다. 자기가 윤 대통령한테 전화 한번 하면 되는 거 아니냐", "헌정사를 훑어봐도 야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것은 있어도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하면서 이렇게 계속 언론에 흘리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 등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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