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난 임효준’ 린샤오쥔, 중국에서의 충격적인 근황

린샤오쥔. 한국 팬들에게는 아직도 임효준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선수죠. 2018년 평창 올림픽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 500m 동메달까지 따냈던 그때의 그 청년입니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 지금 그는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링크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몬트리올에서 열린 월드투어 2차 대회 첫날, 500m와 1500m를 연달아 실격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한 경기 실격도 뼈아픈데 하루에 두 번, 그것도 올림픽 티켓을 좌우할 중요한 대회에서 나온 실격은 선수 본인에게도, 중국 대표팀에도 참 혹독한 결과입니다.

사실 이번 시즌 초반 흐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1차 대회에서도 결승권 싸움에 제대로 끼지 못했고, 2차 대회에서는 충돌과 코스 방해 판정으로 실격을 연달아 받았습니다. 500m에서는 프랑스 선수와 부딪힌 뒤 반칙 판정이 나왔고, 1500m에선 직선 구간에서 상대 진로를 가로막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몸싸움과 라인 선점이 촘촘히 얽혀 있고, 순간 판단이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이루어집니다. 그래도 규정은 분명하고, 그 안에서 버틴 선수가 살아남습니다. 이번에는 그 선이 조금씩 어긋났습니다.

이 이야기가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걸어온 길 때문입니다. 임효준이던 시절, 평창에서 그는 한국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정을 선물했습니다. 개막 이튿날 전광판에 올라간 첫 금메달, 온 나라가 함께 환호했던 그 장면 말입니다. 그 후엔 모두가 아는 논란과 법정 공방, 징계, 그리고 결국 중국 귀화가 이어졌습니다. 이름은 린샤오쥔으로 바뀌었고, 대표팀도 바뀌었습니다. 오래 걸린 적응 끝에 월드컵 포디움에도 올랐고, 지난 겨울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500m 금메달로 다시 존재감을 알리기도 했죠. 시상대에서 중국 국가를 크게 따라 부르던 장면은 두 나라 팬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스포츠는 냉정합니다. 옛 명성은 다음 레이스 출발음이 울리는 순간 잊히고, 그날의 컨디션과 판단, 연습량이 결과를 가릅니다. 이번 월드투어는 올림픽 쿼터를 가르는 공식 무대라 더 중요합니다. 1~4차 성적을 합산해 국가별 출전권을 정하는 구조상, 실격은 곧 ‘0점’입니다. 2차 대회에서 0점을 두 개나 찍어버렸으니 뒤늦은 추격은 더 가파른 오르막이 됩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부담이 큽니다. 남자부 전 종목에서 최대 3장의 티켓을 확보하려면 각 포지션에서 꾸준히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데, 간판인 린샤오쥔이 흔들리면 계산이 복잡해지죠. 팀 동료들이 결승을 밟고 있는 상황이라 더 대비가 선명합니다.

부진의 이유를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한동안 어깨 수술과 회복을 거쳤고, 그 여파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경기 감각은 훈련만으로는 온전히 채워지지 않습니다. 실전에서 부딪히고, 템포를 읽고, 심판의 오늘 기준을 몸으로 체득해야 비로소 손발이 맞습니다. 500m의 폭발력과 1500m의 호흡 관리가 서로 다른 결을 요구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게다가 그는 늘 링 한가운데에 서 있는 선수입니다. 상대들이 가장 먼저 연구하는 표적이고, 가장 촘촘한 견제를 받는 선수죠. 그 압박 속에서 침착함을 잃으면 반칙과 충돌이 나올 확률이 훌쩍 오릅니다.

그래도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월드투어 3, 4차가 남아 있고, 거기서 포인트를 수확하면 상황은 금세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남은 기간 그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기술을 새로 얹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가 원래 잘하던 강점, 즉 코스 싸움에서의 날카로운 타이밍, 직선 구간 진입 각도, 인코스 라인에서의 어깨 위치라는 ‘작은 디테일’을 다시 세밀하게 맞추는 일일 겁니다. 특히 요즘 국제무대는 접촉에 훨씬 민감합니다. 반 바퀴 동안의 밀고 당김도 영상으로 정밀 판독합니다. 예전엔 애매하게 넘어가던 장면도 지금은 곧바로 페널티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전략은 간단합니다. 회색지대를 피하고, 흰색과 검은색이 확실한 선택을 반복하는 겁니다. 추월을 한 번 미루더라도, 코너 탈출 속도를 지켜 다음 구간에서 더 안전하게 찌르는 방식으로요.

마인드도 중요합니다. 귀화와 무대 전환은 생각보다 큰 에너지 소모를 동반합니다. 언어, 문화, 팀 내부의 룰, 훈련 철학, 코치의 지시 방식까지 모든 게 다릅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에서 왕성한 경쟁력을 보였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여전히 통하는 선수’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지금의 흔들림을 ‘내리막’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쇼트트랙은 경기력의 파동이 큰 종목입니다. 단 몇 주의 컨디션 회복, 라인 선택 하나의 조정으로도 성적표가 확 달라집니다. 팬들이 그를 잘 아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큰 무대에 강한 선수였고, 위기에서 방향을 금방 찾아온 선수였습니다.

중국 내부의 여론은 차갑습니다. 기대치가 큰만큼 실망도 큽니다. 일부 매체는 “전성기는 한국 시절이었다”는 식으로 극단적인 문장을 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문장에 흔들릴수록 스케이트는 더 무거워집니다. 그는 이미 한 번 커다란 비바람을 통과했고, 다시 링크로 돌아와 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입니다. 필요한 건 조급함을 덜어내는 것, 판정 기준에 맞춘 주행 습관을 몸에 다시 새기는 것, 그리고 남은 두 번의 월드투어를 ‘결승처럼’ 준비하는 겁니다.

한국 팬들 입장에선 감정이 복잡합니다. 평창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고, 이후의 선택은 각자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릅니다. 다만 스포츠 팬으로서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얼음 위에서 땀 흘리는 선수의 노력과 결과는 늘 현재형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지금 위기입니다. 동시에 그는 아직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500m의 폭발력과 1500m의 운영 능력을 동시에 갖춘 스케이터는 많지 않습니다. 기본기가 살아 있는 한, 세밀한 조정만으로도 상위권 복귀는 가능합니다.

올림픽은 냉정한 무대입니다. 출전권부터가 경쟁입니다. 린샤오쥔이 그 문을 다시 열 수 있을지는 그의 다음 두 주에 달려 있습니다. 충돌을 피하는 길목에서 한 번 더 브레이크를 밟을 용기, 억지 추월 대신 다음 코너를 준비하는 침착함, 레이스 전체를 조망하는 큰 그림—이 세 가지가 지금 그의 스케이트에 가장 필요한 요소일 겁니다. 한때 한국 링크를 달리던 소년이, 국적을 바꾸고도 여전히 승부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성적표를 바꾸는 일 역시 그의 발끝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이미 수없이 봐왔습니다. 쇼트트랙은 한 번의 턴, 한 번의 인코스 파고들기, 한 번의 페이스 다운으로 흐름이 뒤집히는 종목이라는 걸요. 그러니 이번의 두 번 실격을 시즌 전체의 낙인으로 박아둘 필요는 없습니다. 남은 건 레이스, 그리고 준비입니다. 스케이트 날을 한 번 더 곱게 갈고, 몸의 균형을 다시 가운데로 모으고, 라인 하나를 더 점검하면 됩니다. 그게 선수 생활을 길게 이어온 사람들이 위기를 통과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팬들마다 생각은 다를 겁니다. 하지만 링크 밖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견디는 선수에게 과장도, 폄하도 아닌 정직한 평가와 묵묵한 관전입니다. 린샤오쥔이 다시 일어설지, 아니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지는 곧 알게 되겠죠. 중요한 건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얼음 위에서 답을 내는 건 결국 본인뿐이라는 단순한 진실입니다. 지금 그는 갈림길 앞에 서 있습니다. 그가 어느 쪽으로 스케이트 날을 꺾을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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