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로템이 2028년 LA 올림픽·2030년 모로코 월드컵·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 철도 프로젝트를 연달아 확보했다. 또한 '우즈베키스탄 비단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고속철도 수주를 따낸 쾌거를 올렸다.
수출 품목이나 구성, 수출 국가들의 면모가 예전과는 다르다. 철도 산업이 성숙된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2~4위권 기업(프랑스 알스톰, 스페인 탈고, 일본 히타치)를 제치고 계약을 가져왔다.
김정훈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은 지난 24일 진행된 KTX-이음(2세대) 시승식 행사에서 수주 소회를 밝혔다. 그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 했다"며 "자체 플랫폼 기술, 운용 협력, 적기 납품 등 모든 자원을 동원한 결과"고 했다. 지난 성과를 발판 삼아 중동·북아프리카 시장까지 고속철 영토를 확장한다는 구상도 함께 전했다.

스페인 뒤집은 우즈벡 실크로드 수주전
우리나라 고속철도의 첫 해외 진출길은 우즈베키스탄 실크로드에서 열렸다.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문화·교통 요지인 만큼 상업·관광 수요가 급격히 늘었지만 기존 교통 인프라는 크게 부족한 국가다.
현대로템은 2011년부터 운행된 스페인 탈고사 열차의 현지 운행 실태를 면밀히 분석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탈고는 차량 납품 이후 이뤄져야 할 운행·선로 관리와 유지보수 기술 이전을 원활하게 제공하지 않았고 수준도 낮았다. 그는 "기술을 가진 업체가 제품만 판매하고 후속 조치를 꺼린 듯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탈고가 공급한 열차는 수송 능력 확대에 한계가 있는 ‘동력집중식’ 구조였다. 앞뒤 동력차가 객차를 끌고 밀어야 해 편성 길이를 늘리기 어렵다.
현대로템은 고속철 사업 수주를 위해 코레일·국가철도공단과 원팀을 꾸렸다. 우즈베키스탄이 겪어 온 불편과 불합리한 부분을 해결하겠다며 2004년 이후 축적한 방대한 철도 운영·유지보수 데이터를 일부 제공하기로 했다.
동시에 전 객실에 동력 장치를 배치한 ‘EMU-250’(동력분산식) 열차를 제안했다. 동일 편성 기준 승객 수송능력은 30% 이상 높고 가감속 성능도 뛰어나다. 레일에 가해지는 하중이 적어 유지보수 비용까지 줄어든다는 점을 어필해 수주로 이었다.

정시납기로 승부한 'LA 올림픽·모로코 월드컵'
미국(LA) 메트로, 호주 브리즈번 전동차, 아프리카 모로코 철도. 이 세 사업의 공통점은 국가적 행사를 앞뒀다는 것이다. 2028년 LA 올림픽, 2030년 모로코 월드컵,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인프라 확장 수요가 생겼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세 나라 발주처가 내건 1순위 조건은 △납기 지연 없는 정시 공급 △무결점 품질 등이다. 행 능력, 제작·공급망 관리 역량 등의 종합 평가는 후순위로 봤다.
다만 모로코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영향력이 큰 시장이라는 점이 부담이었다. 두 국가는 식민지배 역사와 긴밀한 경제·정치 관계를 근거로 영업했고 장기 저리 금융 제공 의사도 밝혔다. 현대로템도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을 확보해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납기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는 "KTX-이음의 국산화율은 85~90%다. 추진제어장치, 견인전동기, 주변압기 등 핵심 전장품을 모두 국내에서 생산한다"며 "장기간 협력해온 300여개의 부품사 공급망 구성을 갖춘 만큼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품질이나 납기 이행은 를 줄이는 배경이 됐다.
다음 해외 수주 타깃은 중동과 모로코다. 그는 "다음 고속철 목표 시장은 중동국가 중 UAE"라고 전했다. 이어 "모로코는 알스톰이 1차 고속철을 공급했지만 추가 노선 확장을 추진 중이어서 발주처에 우리의 기술력을 적극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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