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사상 초유의 폭력 사태, 이제는 행정의 영역입니다
[점프볼=조원규 기자] 3년 6개월의 출전 정지, 2년의 자격 정지.
지난 12일, '2025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남중부 경기에서 사상 초유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한국중고농구연맹(이하 중고연맹)은 가해 선수에게 3년 6개월 출전 정지, 소속팀 코치에게 2년 자격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대한농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대회 중 경기질서 문란행위’에 대해 행위 발생 직후 징계를 결정할 위원회 개최를 행위자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통보 후 48시간 이내에 위원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이번 사안의 ‘해당 단체’는 중고연맹입니다. 중고연맹은 13일 위원회를 소집해 절차에 따라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중고연맹 관계자는 “엄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되는 사안이었다. 몸싸움 과정에서 뿌리친 것도 아니고 (리바운드 상황에서) 공을 보고 있는 (상대 팀) 선수 눈을 가격한 상황이라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라며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코치 징계는 너무 무겁다는 현장 지도자들 의견도 있다는 지적에 “심판 2명에게 신체 접촉이 있었다. 2019년에 모 코치가 경기 지연과 폭언으로 2년 자격 정지를 받은 사례도 있다. 그것과 비교하면 과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회도 교육의 현장이고, 심판의 신체에 접촉하는 행위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코치도 경기의 안정적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겼습니다.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것은 피해 학생입니다. 안와골절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도 남을 수 있습니다. 후유증 없이 완치할 수 있도록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피해 학생의 코치는 “성실하고 영리하다. 키도 계속 크고 있다. KCC 연고 선수로 구단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선수”라며 “내년에 팀의 중심이 될 선수”라고 얘기합니다. 지금 이 선수는 안정을 취하며 병원에서의 다음 검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소 2주는 안정이 필요합니다.
가해 선수도 상처는 남습니다. 개인 신상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정보까지 유통되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학생입니다. 큰 잘못을 했지만, 그렇다고 무분별한 비난까지 용납되는 건 아닙니다. 한 번의 잘못이 인생의 실패로 이어지면 안 됩니다.
당시 경기 심판과 심판위원장도 “본인들이 더 주의했으면 사고가 안 터졌을 텐데” 자책하고 있다는 중고연맹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심판에 대한 불신과 거친 항의는 꾸준히 개선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번 사태에 심판의 책임은 없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이제는 행정의 영역입니다. 치유와 재발 방지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지도자, 심판을 포함한 관계자 모두에게 상처가 남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학생과 지도자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특히 소속 학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신뢰하고 존중하는 경기장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것은 대한농구협회, 중고농구연맹, 심판부 모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징계는 최후, 최악의 선택입니다. 그것이 나오지 않도록 경계하고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행정입니다. 지도자, 선수, 응원하는 학부모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과도한 야유나 욕설을 응원으로 포장하면 안 됩니다.
▲ 신뢰하고 존중하는 경기장 문화를 만들어야
경계할 것은 또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농구 종목의 문제, 엘리트 스포츠의 문제로 일반화되는 것입니다.
농구는 시작부터 안전이 가장 중요한 스포츠였습니다.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는 성인 남성들이 겨울철에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포츠로 농구를 만들었습니다. 신체 접촉을 없애기 위해 공을 잡고 이동하는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이후 드리블과 몸싸움이 허용됐지만 그것은 흥미를 높이기 위한 요소일 뿐입니다.
폭력이 농구 종목에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운동부에 국한된 문제도 아닙니다. 다만 운동선수는 이 문제에 보다 엄격해야 합니다. 대체로 운동선수는 ‘반드시 이긴다’는 마음으로 인생을 쏟아붓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것을 배웁니다. 그 과정에서 과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규칙의 준수, 동업자 정신, 상호 존중과 감정 조절은 필수입니다.
그것을 교육하고 규칙 준수를 강제하는 것도 행정의 영역입니다. 상과 벌을 명확히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울러 그 벌은 행위에 대한 것임을 명확히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고연맹의 이번 결정은 재발 방지를 위한 고심의 결과입니다. 이제는 치유가 필요합니다. 보호가 필요합니다. 그 대상에서 가해 학생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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