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음료가 원통 모양인 진짜 이유

시원한 음료수 사려고 편의점 냉장고를 열어보니 문득 음료를 담고 있는 캔은 왜 하나같이 원기둥 모양인지 궁금한 적이 있는지? 유튜브 댓글로 한 왱구분이 “왜 음료 캔은 전부 원기둥 모양인지 알아봐 달라”고 의뢰해주셨는데 나도 갑자기 궁금해져서 취재해봤다.

언뜻 생각해보면 원기둥 모양이 우리가 잡았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곡선 형태이기 때문에 이렇게 만든 거라고 볼 수 있다. 삼각기둥 사각기둥 등의 모양이면 캔을 잡았을 때 뾰족한 모서리가 느껴져서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질 수 있지만, 원기둥은 상대적으로 불편함이 크지 않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손잡이들을 생각하면 대부분 부드러운 곡선 형태인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숨어있는데, 이 작은 캔 안에 수학과 경제학의 원리가 담겨있다고 한다. 일상생활 속 수학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EBS 김세식 수학 강사님께 물어보았다.

김세식 EBS 수학 강사·풍생고 수학교사
“이제 같은 부피를 가졌다면 재료가 원기둥이 적게 들어갈 거예요. 원기둥하고 정사각기둥하고 정삼각기둥하고 다른 정다면체로 만든 기둥으로 돼 있다면 그거는 확실하죠. 원재료 때문이죠. 이게 한두 개 할 때는 큰 차이가 안 나지만 사실 이게 수백 개도 아니고 수천 개도 아니고 수만 개도 아니고 막 어마어마하잖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재료비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날 겁니다”

두 기둥의 부피가 같다고 가정했을 때 오각기둥보다 사각기둥의 겉넓이가 더 넓고, 사각기둥보다는 삼각기둥의 겉넓이가 넓다. 예를 들어, 같은 1000㎤의 부피를 가진 삼각, 사각, 원기둥의 겉넓이를 계산해보면 각각 삼각기둥(656㎠)> 사각기둥(600㎠)> 원기둥(554㎠) 순이다.

그러니까 삼각에서 사각이나 오각으로 각이 점점 늘어날수록 부피 대비 겉넓이는 줄어드는 셈인데, 이게 무한히 늘어난다고 생각해보면 기둥 형태에서 부피 대비 겉넓이가 가장 작은 형태는 원기둥이다. 여기서 부피는 음료를 담을 수 있는 공간, 겉넓이는 캔의 바깥 면적을 말한다. 즉, 원기둥은 캔에 같은 음료량을 넣었을 때 캔 원자재가 가장 적게 드는 기둥 형태인 것이다.

이걸 기업 입장에서 해석하면, 기업은 언제나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추구한다는 경제 원칙에 따르기에 캔 자재 대비 가장 많은 음료를 넣을 수 있는 원기둥 모양의 캔을 선호한다. 그래 봐야 얼마나 절약된다고 전부 원기둥 모양으로 만들까 싶지만, 캔 음료 업계는 음료 원가가 워낙 저렴하다 보니 용기의 원자재 가격이 전체 생산 원가에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고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도형 중 부피 대비 겉넓이가 가장 작은 형태는 ‘구’인데, 캔 음료가 구 모양이면 적재나 운반할 때 비효율적이고 상품을 진열해놓거나 캔을 세워둘 때도 데굴데굴 굴러다녀서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구와 다각형 기둥의 단점을 보완해서 만들게 된 게 원기둥 모양이다. 이런 점은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우주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최근 발사된 누리호를 포함해 거의 모든 로켓의 추진제 탱크가 원통 모양인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국내 음료캔 시장의 40% 이상 점유율을 가진 캔 제조업체에 물어보니, 이런 부피의 효율성 뿐 아니라, 제조 공정에서도 원기둥 모양이 더 효율적이라고 하는데, 원기둥 모양이 제조할 때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불량률도 적다고 한다.

한일제관 기획팀
“사각처럼 꺾어버리면 알루미늄 코일이 벗겨지거든요. 그쪽에 이제 발청이라고 하는데 녹이 쓴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잘 꺾지는 않아요. 일단 제일 불량이 안 나니까 동그란 게 불량률이 떨어지거든요”

삼각기둥이나 사각기둥 모양의 캔을 만들면 알루미늄을 한번 꺾어야 하는 공정이 들어가지만, 원기둥은 동그란 위 아래 면에 넓은 옆면만 이어붙이면 되기 때문에 더 간편하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위에서 누르는 하중을 견딜 때나 음료가 안에서 밖으로 미는 압력을 견딜 때도 보통 모서리에 힘이 몰리는데, 원기둥은 고루 분산할 수 있어 튼튼하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한일제관 기획팀
“또 동그라면은 이제 받는 압력이 규칙적으로 받으니까 한쪽으로 찌그러지는 형상이 거의 없죠. 그래서 이제 전통적으로 계속 그렇게 쓰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