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 대해부] 한국투자증권, '경쟁과 보상' 공격적 익스포저 DNA

/사진 제공=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투자은행(IB) 사업의 핵심 축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PF 1세대인 김성환 대표를 주축으로 김용식-방창진으로 이어지는 계보에 따라 여전히  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하우스다.

한투는 지난 2019년 이후 PF그룹을 IB그룹에서 떼어내 운영하고 있다. PF그룹 아래 PF1본부와 PF본부를 두고 딜 발굴과 지원을 하는 8개 부서를 나눠 배치하고 있다.

'김성환-김용식-방창진' PF 전문가 계보

한투 경영의 총책임자인 김성환 대표는 PF 업계 1세대로 꼽힌다. 교보생명, LG투자증권을 거쳐 2004년 동원증권(한투 전신)에 합류했다. 당시 증권업계에서 PF 유동화라는 개념이 자리잡지 않았던 시절 관련 사업을 발전시켜 증권사에 새 먹거리를 가져다줬다.

한투는 동원증권 시절 증권사 최초로 PF 전담 부서를 조직하는 등 관련 업무 지원에 힘을 실었다. 김 대표를 이어 한투의 PF 업무를 이끈 인물이 김용식 한국투자리얼에셋자산운용 대표다. 1세대인 김성환 당시 부사장과 함께 한투의 PF 주선을 책임진 인물이다.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한투가 PF본부와 대체투자본부를 합쳐 PF그룹을 처음으로 출범시킬 당시 그룹장으로 선임됐다. 현재는 한국금융그룹 계열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다.

뒤를 이어 현재 PF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가 방창진 전무다. 방 전무는 김용식 대표가 PF그룹장이던 2021년 PF1본부장이었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05년부터 부동산금융 업무를 해온 3세대 PF 전문가로 꼽힌다.

2019년 상무보 승진 직후 주요 임원들을 제치고 사내 연봉 상위 5위에 오르며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2018년 증권업계 최고의 PF 실적을 인정받아 성과급으로 6억원을 수령했다.

방 전무는 이후 꾸준히 연봉 상위에 올라 있다. 2020년 연봉 16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고, 2021년에도 20억원으로 김남구 회장보다 연봉이 많았다. 지난해에도 23억원을 수령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PF 부문의 실적 성과가 연봉으로 나타난다고 입을 모은다. 방 전무가 높은 연봉을 가져간 것은 한투가 PF 사업으로 전체 매출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년 증권사 연봉 상위권을 보면 종종 PF 사업부문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한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방 전무가 연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투의 PF 취급 규모는 순증했다. 지난해 한투의 비연결구조화 기업 자산총액 중 PF 관련은 75조4501억원이었다. 2022년의 59조2652억원보다 15조원 이상 증가한 액수다.

방 전무를 보좌해 PF 사업을 돕는 인물은 박재률, 박철수 상무보다. 박재률 상무보는 PF1본부를, 박철수 상무보는 PF2본부를 맡고 있다. 서울대 자원공학과 출신인 박재률 상무보는 현대엔지니어링을 거쳐 2017년 한투에 합류했다. 박철수 상무보는 은행 출신으로 알려져다.

PF1본부와 PF2본부 산하 조직은 부동산금융1부, 부동산금융2부, 프로젝트파이낸스부, 부동산투자부 등 이름은 다르지만 실질적인 기능은 동일하다. PF 딜을 발굴해 자금을 빌려주고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경쟁 체제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딜을 관리하기 위해 8개 부서를 두고 조직을 운영해나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제적 대손충당금 반영, 공격적 딜 확보 기반 마련

한투는 최근 비우호적인 시장환경을 고려해 위험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선적립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당분간 신규 딜보다 기존 자산 모니터링과 리파이낸싱 등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는 증권업계에서 PF 익스포저가 큰 곳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요주의이하여신 자산은 8296억원이었다.

대손충당금은 5085억원으로 요주의이하여신의 61%다. 대형사 평균인 49%를 상회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한투의 IB 수익 중 상당 비중이 PF 대출에서 발생한 만큼 부동산 시장 둔화가 수수료 수익 증감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투 관계자는 "PF 부문의 전략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는 등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투가 하반기부터 PF 신규 발굴 등으로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부동산 PF 안정화 방안에 따라 부실 사업장 정리가 이어지면 이자수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PF 부문에 다시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지난해 PF 관련 비용을 선인식해 충격을 완화한 점도 신규 딜 발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투는 금융지주 아래 캐피탈, 자산운용 등을 두고 있고 이와 연계해 딜을 찾을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하기 때문에 부동산 PF 시장 회복 흐름이 나타나면 공격적으로 외형 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PF 사업을 하는 증권사들의 업무가 비슷하기 때문에 하우스별 특징이 크지 않다"며 "한투의 경우 계열사들도 있는 만큼 시너지 차원에서 다양한 딜을 검토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