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옵션 다친 대표팀, 난세의 영웅 등장할까?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기세가 매섭다.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있었던 레바논과의 FIBA 제다 아시아컵 2025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97-86으로 승리했다.
무려 22개의 소나기 3점슛을 터트리며 A조 2위를 차지했다. 레바논은 화력의 한축인 와엘 아라지가 빠졌다고는 하나 귀화선수 디드릭 로슨(28‧201cm)이 플러스 됐다. 설상가상으로 대한민국은 여준석(23·202.5cm), 이정현(26‧187cm)이 부상으로 결장한 상태였다.
불리하면 더 불리했지 유리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장점인 외곽슛을 앞세워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죽음의 조’에 이름을 올려 1승도 장담하기 쉽지 않다는 혹평도 있었으나 2승 1패로 A조 2위를 차지했고 결국 8강 결정전에 이름을 올렸다. 우승 후보 호주에 대패할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으나 이후 카타르, 레바논을 차례로 잡아내며 평가전 때의 기세를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현재 상승세만 놓고 볼 때는 욕심을 내볼만하지만 아쉽게도 변수가 생겼다. 팀내 주축 선수인 여준석, 이정현이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여준석은 무릎 내측 인대 1도 손상, 이정현은 MRI 검사 결과 우측 무릎 외측 반월상 연골판 손상 진단을 받았다.
경기출장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안감독 또한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무리해서 출전은 시키지 않겠다"며 당장의 성적을 위해 선수를 희생시키지 않을 뜻을 밝혔다. 맞는 선택이다. 둘은 향후 국가대표팀에서도 10년을 책임질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앞으로의 일정은 둘이 못 나온다고 생각하고 플랜을 짜야 한다. 쉽지 않아졌다. 둘은 이현중에 이어 팀내 2-3옵션을 맡고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공수에서 공백이 커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에이스 이현중(25·201cm)이 건재한 가운데 유기상(24‧188cm)의 슛감이 절정에 달해있다는 부분이다. 이번 대회에서 유기상은 기대 이상을 해주고 있다.
카타르전에서 24득점(3점슛 7개)을 기록한 그는 레바논전에서도 28득점(3점슛 8개)을 터트렸다. 찬스마다 과감하게 던져주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50%를 훌쩍 넘는 3점슛 성공률은 놀랍기 그지없다.
이정도면 거의 쏟아붓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눈꽃 슈터’로 통하는 그이지만 카타르, 레바논 입장에서는 눈사태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이현중에게 집중마크가 들어가는 가운데 중요한 시점마다 유기상의 슛이 혈을 뚫어주고 있다. 유기상이 이정도로 해주지 않았다면 여준석, 이정현의 공백은 메우기 힘들었을 것이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현중, 유기상 쌍포로 언제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현중과 유기상은 강력한 슈터이면서도 수비 등 궂은일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만큼 많은 출장시간과 함께 체력도 적지않게 소모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앞으로 만날 상대 팀에서는 유기상에 대한 수비가 더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유기상이 여준석, 이정현에게 몰린 수비를 이용해 저격수로 거듭난 것처럼 이번에는 유기상 우산효과 속 ‘제3의 공격 옵션’이 절실해졌다.
최상은 돌아가면서 터져주는 것이다. 양준석은 대표팀 내 유일한 퓨어 포인트가드다. 안정적인 리딩과 빼어난 패싱 감각을 바탕으로 동료들을 두루두루 봐주며 기회를 만들어내고 찬스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던져야 한다. 야전사령관의 컨디션이 좋으면 전체적인 경기력 역시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윤기는 이번 대회에서는 기대만큼은 못해주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컨디션이 올라오는 모습인지라 3점슛과 스페이싱 위주의 대표팀에서 골밑 존재감을 보일 필요가 있다. 여준석의 매력 중 하나는 폭발적인 덩크슛 등으로 경기 흐름을 끌어온다는 점이다.
하윤기 또한 그런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장점인 운동능력을 앞세워 쇼타임 농구의 선두에 선다면 상대 수비는 더욱 흔들릴 수 밖에 없고 이현중, 유기상의 외곽슛 역시 한층 뜨거워질 것이 분명하다.
정성우, 박지훈 등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뽑은 선수들이다.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상대 팀의 앞선에 자물쇠를 채우는 것이 주된 임무다. 하지만 이들 역시 기복은 있지만 한번씩 터지면 무서운 선수들이다. 달리 국가대표에 뽑힌게 아니다.
그런만큼 찬스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슛을 던지고 림을 향해 달려들어야 한다. 이들에게서 파생되는 점수가 많을수록 주포들의 부담도 덜어진다.
문정현 또한 마찬가지다. 문정현의 가치는 모든 부분에서 두루두루 잘한다는 점이다. 사이즈는 크지 않지만 레바논전에서 귀화선수 로슨을 효과적으로 막았을 만큼 수비력을 검증받고 있다.
다만 슛 기복이 심해서 공격력에서는 기대만큼 못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만큼 좀 더 자신있게 공격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문정현의 손끝에 불이 붙는다면 대표팀의 공격옵션은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여준석, 이정현의 부상 악재 속 ‘난세의 영웅’은 누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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