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도 신분제…사람처럼 역할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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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충 같은 기생충들의 세계에도 계층과 역할이 존재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는 14일 발표한 논문을 통해 기생충 세계에도 엄연히 계층이 존재하며 구성원들은 마치 사람처럼 이에 따른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소라에 기생하는 흡충 등 다양한 종류의 기생충 사회에는 인도의 신분제 같은 ‘카스트’가 존재한다. 카스트 제도란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등 네 계층으로 사람들을 엄격하게 나눈 고대 인도의 신분제다.

연구소 관계자는 “꿀벌이나 개미처럼 고도로 조직화된 동물처럼 기생충들도 사회계층, 즉 신분이 구분된다”며 “이에 따른 각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조직을 유지해 나간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신분 및 지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기생충'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 관계자는 “예컨대 흡충이라면 ‘번식’ 계층은 일반에 비해 몸집이 크고 ‘군대’ 계층의 경우 몸집은 작아도 주둥이가 커 공격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대’ 계층의 흡충들은 적의 침입이 빈번한 곳에 배치된다”며 “하천 A와 B가 있는데 A 하천에 흡충에 대한 외부위협이 많다면, A 하천에 서식하는 흡충들의 사회에서는 ‘군대’ 계층의 개체수가 B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팀은 “기생충들의 계층은 인간처럼 돈이나 지위, 교육정도가 아닌 본연의 역할에 따라 나뉜다”며 “인간사회처럼 지위고하가 존재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의 주목을 받는 이 연구는 영국 학술원 로열소사이어티(Royal Society)가 출판하는 생물학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도 소개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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