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riter. 차이트
* 전편("너도나도 미니멀-세리프)을 먼저 읽고 와주시면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람은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다. 그러니까 이런 순서와 방향을 우리는 가장 자연스럽다고 여긴다. 이에 따라 타이포그래피 및 조판 등 글자와 관련한 모든 일들도 이러한 시선의 흐름을 고려하여 진행된다. 디올의 로고는 2024년도까지 모두 대문자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 후 2025년부터 소문자를 함께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로고 역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현대인의 시선 흐름을 의식한 배치에 해당한다.

모두 소문자여도 상관은 없다. 이 때 탬버린즈 로고처럼 왼쪽부터 오른쪽까지로 눈으로 읽는 순서를 확실히 해주는 시각적 요소나 장치는 없어져 버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대신 이 전체가 통일감 있는 하나의 덩어리로 묶여 보인다는 점에서 무게중심은 중앙이 된다. 소문자 군집이 하나의 박스 형태로 묶이면 응집성과 안정감을 동시에 가지게 되니 로고로서의 필요조건은 모두 충족하게 된다.

반면 아이브의 로고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아서 매우 애매하다. 모두 소문자이지만, 그렇다고 일렬로 늘인 것도 아니다. 힘과 형태력을 갖기 위해 글자를 역삼각형 모양으로 뭉쳤으나 대신 수직으로 긴 기하도형(여기서는 역삼각형 혹은 세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가 되면서 안정감을 잃었다. 그래서 이런 형태는 오브제 및 머천다이즈 프린팅에만 활용도가 뛰어날 뿐, 로고 자체가 위엄 있고 웅장하게 걸려야 하는 곳에서는 어색해진다.

이렇다 보니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여전히 초대 로고를 유지하고 있다 한들, 정작 관객과 만나는 페스티벌의 스크린에서는 추후 만든 대문자 로고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식으로 애로사항이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확실한 것은 세 철자(i,v,e) 모두 소문자로 결정한 것부터가 ‘임팩트’라는 것이 필요한 로고 제작에서 그다지 좋은 환경을 쥐어 주지는 못하는 선택이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고 제작자나 의뢰자인 스타쉽 엔터테인먼트가 소문자를 쓰고 싶은 상황이라고 해 보자. 그럼 로고가 성공적으로 파워를 보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탬버린즈의 선례처럼 같은 소문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일렬로만 배치해야 할까? 일단 탬버린즈(t,a,m,b,u,r,i,n,s의 8개)보다 아이브(i,v,e의 3개)는 철자 개수가 훨씬 적다. 따라서 같은 소문자라도 로고에 파워를 보완하는 방식은 탬버린즈와는 분명 달라야 할 것이다.


철자의 조합 순서나 실루엣을 유지할 것이라면 문자에 있는 모든 사선은 사선끼리, 직선은 직선끼리 방향축 및 기울기를 통일해야 한다. 1, 2번 그림은 바로 이 로고에서 갖는 사선 축에서 하나 둘씩 벗어난 부분을 짚어 보았다. 이런 부분에서 규격 외 여백이 군데군데 보이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사실 1, 2번은 단독으로만 놓고 보면 큰 문제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3번 그림에 표시한 사선 축은 로고 전체를 가로지르는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이렇게 큰 부분에서 어긋나면 망가진 비례를 눈치채기 쉬워진다. 상술한 1, 2번 그림의 문제점까지 겹쳐 로고의 비례, 비율 및 기울기 같은 모든 요소에서 하나씩 무언가 제대로 맞물리지 못한 어색함을 크게 키운다.
‘e’는 대문자와 소문자의 차이가 너무 크니, 최대한 소문자가 주는 빈약한 인상을 피하고 싶다면 ‘I’, ‘v’만이라도 함께 대문자처럼 보이도록 기준선이나 그래픽 크기, 변형 부위를 조금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 i(아이)에서 소문자 특유의 어센더(Ascender; 문자 제일 꼭짓점에 찍힌 요소)라도 마름모꼴로 각이 졌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아이브는 마이너한 감성의 미술과 음악 연출로 일종의 ‘비주류 감성’인 ‘힙함’을 노릴 때가 아니다. 활동마다 다른 로고를 선보이는 전략과, 음울한 네거티브 감정에 기반한 스타일도 상기한 이유로 모범적인 변화보다 방황하는 움직임에 가깝게 비치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브는 빈티지 감성이 아니라 ‘K’ 라벨을 붙여 쌓아온 한국 대중문화 특유의 모던한 디자인 레거시 위에 서 있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산-세리프가 더 어울리는 핫바디 걸그룹 씨스타(SISTAR), 고풍스러운 마이너 서브컬처를 위시한 우주소녀(WJSN), 그리고 00년대 인터넷 문화와 브레인 롯(Brain rot; 저퀄리티 및 B급 감성과 갖은 감각을 자극하는 시청각 요소의 남용, 또는 이로 인해 겪는 피로감.)스러운 힙함 및 저항 문화에 기반한 키키(KiiiKiii)와는 모두 달라야 한다.


아이브는 지금 우주소녀의 최근 결과물 및 데뷔 초기 키키의 결과물 그 사이 어드메 즈음에 자신의 미학 스펙트럼을 걸치고 있다. 아주 넓고, 애매하고, 흐릿하게 말이다. 스타일의 유행에 잠시 흔들리거나 편승하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이렇게까지 아이브가 오랫동안 반문화나 하위문화를 표방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고, 빛이 있어서 어둠이 있다. 세련됨과 촌스러움, 위와 아래 등 대부분의 개념은 상반되면서도 상호보완적이라는 사실을 좀 상기했으면 좋겠다. 물고기에게는 아가미가 있고, 새에게는 날개가 있는 법이다. 꽉 찬 육각형이란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바라보기에 당장은 너무 먼 욕심 같아 보인다.

〈I AM〉과 〈Blue Blood〉로 지극히 케이팝의 지형도가 충실하게 반응한 음악을 들고 나오면서도, 동시에 〈Kitsch〉, 〈Either way〉를 내놓는 것처럼 계속해서 눈치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Kitsch〉보다 나중에 내놓은 〈I AM〉이 더 좋은 반응을 얻었음을 생각하면 〈Baddie〉의 방향성과 결과를 좀 재고해 볼 만도 한데 말이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몬스타엑스와 함께 캐시카우 취급하는 아이브를 정말 그 위상에 걸맞게 제대로 돌볼 생각이 있다면, 해외에서 디자인 및 작곡 소스를 가져오는 방식보다는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K’라벨이 붙은 문화와 그 유산을 한 번 독자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참고문헌(전편-후편 통합)
- @luxuriousbymm, @marketingmentor.in,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p/DLXs07DzGpL/?img_index=6, 2025.06.27
- https://www.brandb.net/agency/%EC%9C%A4%EB%AF%BC%EA%B5%AC-%ED%83%80%EC%9E%85-%ED%8C%8C%EC%9A%B4%EB%93%9C%EB%A6%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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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14634, 허핑포스트, 만국의 로고여 산세리프로 단결하라?, 전종현,2015.10.06.
- https://brunch.co.kr/@parkisthinking/17, 브런치, ‘세리프(Serif)’, 낭만에 관하여, Sehwan, 2016년 8월 26일
- 윅스블로그, 세련된 로고 디자인을 위한 폰트 20가지, 2023년 2월 17일, https://ko.wix.com/blog/post/best-fonts-for-logos
- https://oncuration.com/%EB%B8%8C%EB%9E%9C%EB%93%9C-%EB%A1%9C%EA%B3%A0-%EB%8B%A4%EC%8B%9C-%EA%B3%BC%EA%B1%B0/,
- 온 큐레이션, 브랜드 로고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윤희선, 2023.07.30
- https://leedotype.com/journals/burberry-logo-2023, leedotype, 버버리의 새로운 로고, 세리프의 부활?, 2023.03.02
- https://www.youtube.com/shorts/RRWTbyCFblo, 채널M, 요즘 명품 로고들이 다 똑같이 생긴 이유, 2022.09.28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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