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있어도 길게 사는 인생, 어떤 보험으로 대비해야 할까?

보험이라는 금융상품은 장수와 질병의 직접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버팀목이 된다. 만성질환이 심대한 질병으로 진전된 상황에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적 치료비를 미리 대비할 방도는 실상 보험뿐이다. 병이 있어도 길게 사는 인생, 어떤 보험으로 대비해야 할까.

최근 필자가 만나는 은퇴 시기를 앞둔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는 이미 가입해 둔 보험의 보장 만기가 길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30년 전 가입해 둔 보험은 이미 보험료 납입까지 완료했는데 정작 보장 만기는 80세 수준이라 앞으로가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먼저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만기를 잘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결국 보험으로 대비해야 할 건 건강보다 장수 위험이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장수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상태를 확인하고, 보장 공백이 발생하는 연령 구간이 있다면 미리 대비해 두는 것이 좋다. 결국 보험이란 현재의 소비를 통제해 미래의 더 큰 지출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행위다.

보험의 문턱, 낮아지는 추세

보험은 만성질환을 가진 자를 위한 상품이 아니었다. 오히려 거절의 대상이 됐다. 당뇨, 고혈압, 천식, 통풍 등 만성질환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질환은 꾸준한 치료를 동반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언제든 큰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라는 의미다.보험금을 줄 확률이 높은 가입자를 선별하는 게 보험사엔 당연한 일이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다. 보험금 지급이 많아질수록 직접적인 손실이 커진다. 또 하나는 이를 메우려 건강한 가입자의 보험료까지 인상해야 한다. 건강한 가입자일수록 이러한 보험사를 선택하겠는가. 결국 이 악순환은 보험사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었다.보험사의 생각이 바뀐 건 그리 길지 않다. 유병자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건 지난 2016년경이다. 이후 간단한 고지사항만 통과하면 병력이 있더라도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 대상 보험상품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즉, 몇 가지 질문을 통과한 유병자에게 그에 상응한 보험료를 더 받는다면 보험금 지급에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다. 이미 병력이 있다거나, 보험에 가입하기에 너무 늦은 시기라는 생각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물론 충분한 보험료를 낼 능력이 있는지는 다른 문제지만, 적어도 못할 일은 아니게 됐다.

최근 보험사의 유병자보험 트렌드는 좀 더 건강한 유병자를 찾아나서는 일이다. 표준체(건강한 사람) 대비 보험료를 조금만 더 받고도, 가입을 받아줄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고지의무를 살펴보면 유병자 대상 보험의 첫 탄생은 ‘3.2.5’였다. 3.2.5 보험은 숫자 순서대로 ‘3개월 내 입원 및 수술, 추가검사 소견’, ‘2년 내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입원, 수술 여부’, ‘5년 내 암으로 진단 및 입원, 수술 여부’ 등에 해당하지 않아야 가입이 가능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1년씩 고지 대상 기간이 늘어나면서 10년 내 입원, 수술 여부를 판단하는 상품마저 생겼다. 점차 유병자에게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보험사의 간편고지 항목을 일반 사람이 적절히 체크해보긴 어렵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를 한번 가보는 걸 추천한다. 간단한 본인인증만 끝내면 자신의 질병 이력과 투약 이력 등이 상세히 보인다.

간병과 입원이 진짜 리스크

질병의 치료만큼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치료 기간이다. 심대한 질병일수록 치료와 요양을 위해 필요한 기간은 늘어난다. 이때를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이 간병보험과 입원보험이다.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간병비를 급여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입법을 예고한 건, 간병비에 대한 고통이 무엇보다 크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입법이 실질로 이어질진 미지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평균 간병비가 하루 15만원 내외로 입원비보다 더 비싸다는 사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이다.병원 내 간호간병통합지원 서비스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병실은 부족하고 간병인 역시 파견 형태에 대다수 의존하고 있다. 이를 대비할 방법도 사적보험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간병인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비용을 유추해 보려면 보험사의 공시가 힌트가 된다. 간병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매해 간병인지원비용으로 얼마를 지급하는지에 대해 공시해야 한다.간병인 지원비용 담보를 가장 오래 판매해 온 A 보험사가 최초 판매한 시점인 지난 2012년 당시 간병인지원비용은 8만원이었다. 이후 매해 비용은 커져 약 11년이 지난 2024년 현재 14만원대로 무려 75%나 상승했다. 약 한 달간 입원하며 간병인을 사용했다고 따지면 420만원이다. 이 보험사가 10년 후 시점에 예상하는 간병인 일당은 15만 2,000원이다. 보험사는 지금의 간병인 사용료 상승률로 미뤄볼 때 10년 뒤 최소 하루 18만원이 간병인 사용료로 지불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간병인 보험에 가입하려면 현물급부와 현금급부 두 가지를 알아봐야 한다. 현물급부인 간병인 지원 담보는 보험사가 사람을 대신 파견해 주는 상품이다. 24시간 180일 한도가 보통이고, 만약 부르지 않더라도 가입한 한도만큼 입원일당으로 보상해 준다. 현금급부인 간병인 사용 담보는 가입자가 간병인을 부르고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장기간 입원 역시 치료비 걱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최근 보험사마다 경쟁적으로 1인실, 상급병실에 대한 입원일당을 보장해 주는 담보의 가입 금액을 늘리는 것도 그만큼 상급병실료 보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는 1인실 입원에 대해 하루 최대 60만원까지 보장해 주는 상품이 나왔다. 이미 실손의료보험으로 병실료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함께 가입해 두려는 수요가 많다는 후문이다.다만 불필요하게 다건의 입원일당에 가입하는 건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이 된다. 보장의 대상이 되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1인실은 전체 병상의 6% 내외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에 단순히 병실료를 보전받을 목적이라면 실손보험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입원비 한도나, 이미 가입해 둔 입원일당의 보장내역 등을 미리 확인하고 추가 가입하는 것이 좋다는 게 금융감독당국의 조언이다.


박영준(대한금융신문 보험 전문기자)
기획 정아람 기자
발행 에프앤 주식회사 MONEY PLUS
※2024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