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이미지와 광고 위약금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
품위 유지약정 위배로 거액 배상
계약 전 벌어진 학폭은 예외 판결
윤리 강제 가혹하지만 의무 따라

요즘 소비자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연예인이 광고에 나오면, 신속하게 SNS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광고사 홈페이지에 ‘꼴 보기 싫다’는 글을 올립니다. 해당 사안이 범죄이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심각할 경우,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광고사들은 이런 문제에 있어 누구보다 예민합니다. 모델 관련 루머가 터지면 광고사들은 허둥지둥 계약을 해지하고, 광고판과 현수막을 내리고,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바꾸느라 비상이 걸립니다.
앞으로 발생할 매출 하락은 어떻게 막았다지만, 이미 생긴 손해까지 메울 수는 없습니다.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만든 광고 캠페인을 영영 쓸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브랜드나 기업의 이름이 스캔들과 연관되어 수백 번, 수천 번 언급되고 보도되면서 경제적으로 환산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이미지가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노한 광고주들은 소송에 나섭니다.
2000년대 초반, 아파트 분양 광고에 출연했던 여배우 K는 배우자와의 폭행 사건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부은 얼굴을 공개했는데, 건설회사는 ‘가족이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아파트’ 이미지를 망쳐버렸다며 무려 30억5000만원을 청구했습니다. 예능인 J는 불법 도박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후 모델을 했던 자동차용품업체로부터 20억원을 청구받았지만, 조정을 통해 7억원을 배상하고 끝났습니다. 멤버 왕따 루머에 시달렸던 걸그룹 L의 소속사는 광고주인 아웃도어 브랜드에 4억원을 배상했고, 불륜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여배우 P는 ‘신비롭고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운 광고를 해오던 화장품 회사에 위약금을 물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학창 시절 학폭했던 게 밝혀진 경우에도 광고 위약금을 물까요?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놀랍게도 ‘NO’입니다. ‘남자친구 가스라이팅’과 ‘중학교 일진 학교폭력’, 그리고 ‘학력위조’ 논란이 일었던 배우 A와 광고주인 유산균 제품 업체의 민사소송이 판례가 되었는데요. 배우 A는 광고주에게 수억원의 위약금을 물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법원에서는 배우 A의 각종 논란이 ‘전부 계약 체결 전에 있었던 일이고, 이를 계약 교섭 과정에서 밝히라고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약금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 대신, 배우 A와 광고주 사이의 계약은 신뢰 관계가 깨져 도저히 유지될 수 없다고 하면서, 남은 계약기간만큼의 모델료인 2억5000만원 상당을 반환하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손해배상이든, 모델료 반환이든, 집 한 채 값이 왔다 갔다 한다는 건 변함없습니다. 연예인이 성직자도 아닌데 윤리까지 강제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싶다가도, 결국 이 모든 게 자본의 논리라는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하게 됩니다.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의 명대사가 떠오르네요. Great power comes with great responsibity. 높은 계약금에는 많은 의무가 따라오나 봅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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