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 홀로 백상아리 사냥...2분 만에 간 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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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생태계 정점에 군림하는 범고래가 백상아리를 홀로 사냥하는 극적인 상황이 포착됐다. 백상아리 역시 바다 최강의 포식자로 꼽히지만 범고래의 예리한 공격에 2분 만에 치명상을 입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로즈대학교 해양생태학 연구팀은 4일 관찰 보고서를 내고 범고래가 백상아리 간을 교묘한 공격으로 빼내는 사냥법을 소개했다. 이 내용은 1일 국제 학술지 ‘아프리카 해양 과학 저널(African Journal of Marine Science)’에도 실렸다.

교묘한 기술로 백상아리를 무너뜨린 범고래는 스타보드(Starboard)라는 이름이 붙은 수컷이다. 스타보드는 포트(Port)라는 또다른 수컷 범고래와 더불어 남아공 연해에서 상어류를 사냥하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연구팀은 지난해 6월 남아공 모셀베이 인근에서 약 2.4m의 백상아리를 사냥하는 스타보드를 목격했다. 평소 케이프타운 근처에서 포트와 함께 백상아리를 사냥하는 스타보드는 당시 혼자였다. 어린 백상아리의 간을 빼내기까지 단 2분이 걸렸다.

로즈대 앨리슨 타우너 교수는 “원래 범고래는 협력해 사냥하는 것으로 유명해 스타보드나 포트의 행동은 전부터 관찰대상이었다”며 “이번에 확인한 스타보드의 사냥법은 그간 범고래 관찰에서 쌓은 지식을 날려버릴 만큼 놀라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스타보드와 포트는 등지느러미가 각각 오른쪽과 왼쪽으로 휘어진 데서 붙은 이름이다. 형제지간으로 생각되는 이들 범고래는 2015년 이래 저들만의 수법으로 남아공 해역의 칠성상어와 백상아리를 죽여 왔다. 더욱이 이들은 상어의 가슴을 찢고 칼로리가 높은 간만 뽑아내는 잔인한 방법을 사용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연해에 출몰하는 범고래가 백상아리 새끼를 손쉽게 단독 사냥하는 상황이 포착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타우너 교수는 “스타보드가 새끼 백상아리를 사냥할 때 포트는 거리를 두고 헤엄치고 있었다”며 “아마 포트는 범고래 형제가 홀로 사냥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 서식하는 범고래는 상어와 물고기, 해양 포유류 등 다양한 사냥감을 죽이지만, 스스로 사냥법을 개발하고 개량하는 듯하다”며 “이는 범고래의 창조적 사고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추측했다.

생존을 위해 범고래가 보여주는 전략은 다양하다. 남극의 범고래는 협력해 파도를 만들고 사냥감을 유빙에서 밀어내는 전술을 쓴다. 2017년 러시아 앞바다에서 범고래가 연계해 북극고래를 몰아붙이는 상황이 목격됐다. 최근 호주에서는 범고래 10여 마리가 고래의 힘을 번갈아 빼 탈진시키는 것이 확인됐다.

환경 문제로 개체가 줄고 있는 백상아리. 멸종 위기등급 취약이다. <사진=pixabay>

타우너 교수는 “물론 북미 서해안을 따라 분포하는 범고래나 늙어 힘이 없는 개체는 이따금 단독 사냥도 한다”며 “다만 어디까지나 자신보다 작은 개체에 한하며, 백상아리 같은 사나운 종은 혼자 사냥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스타보드의 사냥법에 대해 교수는 “수컷 범고래는 체중 6t 미만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 백상아리의 몸무게는 100㎏ 정도로 일방적인 싸움이기는 했다”면서도 “스타보드는 일부러 손쉬운 백상아리를 골랐을 가능성이 있고, 포트가 곁에서 학습했다는 점에서 점차 큰 백상아리 사냥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스타보드가 새끼를 죽인 뒤 해역에 서식하던 백상아리 무리는 약 4개월간 터전을 떠났다. 이후 돌아왔지만 전보다 개체 수가 줄었다. 연구팀은 전에도 백상아리들이 범고래 무리에 습격당한 후 비슷한 양상을 보인 점에서 멸종 취약 상황에 처한 이 상어류가 범고래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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