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주연은 사실 원빈이 아닌 '이 배우' 였다...'대반전'

"원래 50대 주인공이었다"…원빈의 한마디가 바꾼 영화 '아저씨'의 운명

2010년 개봉해 617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형 감성 액션 누아르의 독보적인 이정표를 세운 영화 '아저씨'. 개봉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태식'이라는 캐릭터는 대체 불가능한 액션 히어로로 회자된다.

그러나 한국 액션 영화의 판도를 뒤흔든 이 걸작의 출발선에 서 있던 주인공은 본래 원빈이 아니었다.

영화 '열혈남아'로 묵직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이정범 감독이 집필한 '아저씨'의 초기 시나리오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니고 있었다.

당초 기획 단계에서 차태식은 대략 50대 안팎의 전형적인 '진짜 아저씨' 설정이었다. 실제로 6~7세가량의 아이를 키우다 잃어버린 깊은 상흔을 품은 중년 가장이 이웃집 소녀를 마주하는 이야기였다.

이 때문에 제작 초기 물망에 오른 배우군 역시 설경구, 김윤석 등 묵직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는 중견 배우들이었다.
그러나 뜻밖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당시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로 연기 변신을 꾀했던 30대 초반의 청춘스타 원빈 측에서 먼저 시나리오를 읽고 "역할을 맡고 싶다"며 만남을 제안해 온 것이다.

이정범 감독은 훗날 예능 프로그램 및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는 머릿속에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며 당황스러웠던 첫인상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정범 감독의 의구심을 단번에 무너뜨린 것은 첫 미팅 자리였다.

원빈은 꼼꼼하게 캐릭터를 분석한 시나리오를 직접 챙겨왔고, 두 시간 동안 진중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원빈은 영화의 본질을 관통하는 결정적인 통찰을 내놓았다.

아저씨가 소미를 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아이 때문에 아저씨 또한 구원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이 한마디는 이정범 감독이 시나리오 밑바닥에 깔아둔 주제의식의 코어(핵심)를 완벽하게 꿰뚫은 해석이었다.

단순히 사건 중심의 복수극이 아닌 두 결핍된 존재 간의 정서적 교감과 영혼의 구원이라는 본질을 간파한 원빈의 열정에 감복한 감독은 주저 없이 그를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원빈의 합류로 시나리오는 전면적인 재설계에 들어갔다.

우선 서사적 개연성을 위해 차태식의 전사를 바꿨다. 6~7세 아이를 잃었던 중년의 과거 대신, 임신 중이던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눈앞에서 잃어야 했던 국군 특수부대(UDU) 요원 출신이라는 젊은 비극으로 수정했다.

무엇보다 액션의 톤 앤드 매너(Tone & Manner)가 180도 뒤집혔다. 50대 아저씨였다면 진흙탕에서 구르고 처절하게 부딪히는 '땀 냄새 풀풀 나는 거친 격투'가 중심이 되었겠지만, 원빈이라는 배우의 신체 조건과 분위기에 맞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액션을 입혔다.

동남아 전통 실전 무술인 카리 아르니스(Kali Arnis)와 시랏(Silat)을 베이스로,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걷어낸 '깔끔하면서도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근접 격투 액션'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이는 후반부 터키탕 단검 액션 시퀀스를 비롯해 한국 액션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들을 탄생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거울 앞에서 바리캉으로 머리를 깎는 명장면 역시 원빈의 완벽한 몰입이 빚어낸 결실이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존재했던 장면이었으나, 연출진의 예상조차 훌쩍 뛰어넘는 파괴력을 발휘했다. 감독은 모니터 뷰파인더를 보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소미를 구하기 위해 오직 직진하겠다는 단단한 결의의 방점을 찍고자 했다"고 회고했다.

스스로 역할을 찾아 나선 배우의 날카로운 작품 해석, 그리고 그 시선에 맞춰 이야기와 액션을 과감하게 탈바꿈시킨 감독의 유연한 결단. 두 사람의 시너지는 흔한 납치 복수극에 머물 뻔했던 이야기를 지금까지도 관객들의 뇌리에 선명히 각인된 '감성 액션의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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