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며 '후공정(Back-end)'이 반도체 패권의 승부처로 부상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적층 수가 늘어날수록 미세 오염 제어가 수율과 직결된다. 이에 반도체 세정·코팅 전문 기업 미코가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로 주목받고 있다.
볼륨 확대…이익률은 둔화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미코의 매출은 전년 대비 80.7% 증가한 9770억원을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 및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본업의 외형이 빠르게 확대됐다.
특히 고마진 사업으로 분류되는 코팅(28.1%)과 세정(21.8%)이 매출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며 질적 성장을 견인했다. 세정·코팅 사업은 고객사의 반도체 생산량과 가동률에 연동되는 '소모성 서비스'다. 장비 납품으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생산이 지속되는 한 반복 매출이 발생한다.
현재 미코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마이크론 등 글로벌 주요 고객사를 모두 확보했다. 지난해 매출 비중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42%, 인텔·TSMC·마이크론 등이 58%다. HBM4(6세대)와 2나노 공정 도입으로 오염 제어 중요성이 커지면서 세정·코팅 솔루션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둔화됐다. 미코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010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매출 증가율과 비교하면 이익 성장 속도는 제한적이다. 영업이익률은 10.3%로 전년(17.5%) 대비 7.2%p 하락했다.
이는 매출원가와 판관비(판매비와관리비)의 동반 상승 영향이 컸다. 매출원가는 6478억원으로 전년(2832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원재료·소모품 사용액이 2059억원으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고, 외주용역비(713억원), 소모품비(577억원) 등 생산 관련 변동비도 크게 증가했다. 고객사 가동률 상승이 재료비와 외주비 증가로 이어진 구조다.
인건비 부담도 확대됐다. 종업원 급여는 전년 대비 41.2% 증가한 2246억원으로 인력 확충 영향이 반영됐다. 경상개발비(534억원), 지급수수료(213억원), 감가상각비(114억원) 등 고정비 성격 비용이 전반적으로 확대됐다. 이에 전체 판관비는 40.3% 늘어난 228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상개발비는 전년 대비 38.6% 증가하며 기술 투자 기조를 유지했다. 지급수수료와 외주용역비 증가는 글로벌 고객 대응 및 사업 확장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증가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매출 확대 과정에서 변동비와 고정비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영업이익률은 하락했다. 다만 이는 생산능력 확대와 고객 대응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투자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CAPEX·신사업 비용 부담 해소 기대

미코의 수익성이 둔화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신성장 동력인 에너지&환경 부문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103억원이 발생했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등 미래 사업 투자가 반도체 부문 이익을 일부 상쇄했다.
또 다른 요인은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다. 미코의 연결기준 유형자산 취득액은 2023년 476억원에서 지난해 3156억원으로 563%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감가상각비와 상각비도 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64.3% 늘었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단기적으로는 회계상 이익이 눌리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회성 요인도 확인된다. 지난해 기타이익 항목에 '염가매수거래 차익' 307억원이 반영됐다. 이는 기업 인수 과정에서 공정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취득하며 발생한 이익으로, 당기순이익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기타수익은 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565.5% 증가했다.
금융비용은 738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차입 확대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차손·외화환산손실 증가가 반영됐다.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R&D 비용은 541억원으로, △2021년 222억원 △2022년 284억원 △2023년 304억원 △2024년 386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미코는 세라믹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히터(Heater)와 ESC(정전척) 등 핵심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일본 경쟁사 대비 원가 경쟁력과 납기 대응력 측면에서 우위 확보 요인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CAPEX·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큰 만큼, 비용 증가세가 안정되는 시점부터는 매출 확대가 이익 증가로 연결되는 레버리지 효과가 본격화될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레버리지 효과가 가시화되기보다는 비용이 선반영되는 국면에 가깝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투자 회수 구간 진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되고 HBM 가동률이 본격화되면 고정비 부담을 넘어서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단기 이익보다 1조원에 근접한 매출 체력과 글로벌 공급망 내 위상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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