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밀키트계의 GOAT라며 떠오르고 있는 ‘땅스 부대찌개’ 밀키트다. 요 녀석을 제외하면, 다른 밀키트는 사실 요새 말그대로 찬밥 신세다.

“밀키트를 구매했는데 감자를 손질해야해서 당황스럽다. 밀키트 1~2인분이라 하지만 조리하면 막상 1.2인분이다. 마트에 파는 밀키트는 지뢰도 많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많기 때문. 유튜브 댓글로 “밀키트 시장은 왜 망하고 있을까”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밀키트가 망하고 있는 이유 첫째,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 서울의 한 대형 할인점(이마트)에서 파는 부대찌개 밀키트(2인분) 가격은 1만3000원 정도. 혼자서 간편하게 먹기엔 애매하게 비싼 금액이다. 차라리 음식 1인분을 배달시키거나 아예 더 저렴한 즉석 조리식품을 사는 게 나을 정도다.

밀키트 코너 바로 옆에 위치한 조리 식품 진열대를 부대찌개 1인분 가격이 5000원밖에 안 했다. 또 마라샹궈, 마제우동, 감바스 알리오 밀키트는 1만4980원으로 배달 음식과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

배달이 더 편리하고 양도 많은데 굳이 밀키트를 먹을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이는 게 사실. 다른 부대찌개 업체에서 배달을 시켰더니 비슷한 가격에 3인분의 부대찌개가 왔다. 가격은 1만4000원. 밀키트보다 1000원 비싼데 양은 훨씬 더 푸짐했다.

여기서 잠깐. 밀키트는 도대체 왜 비쌀까? 특성상 싸게 파는 게 불가능하다는데. 일단 신선식품이라 냉장유통이 필수다.일반 냉동식품과 비교해 운송과정에서 비용이 더 드는 거다. 감자, 양파, 파 등 재료들도 전부 손질해서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더 나오는 것.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밀키트 자체가 싸게 팔 수가 없는 구조예요. 식재료를 소분해서 각각의 포장을 해가지고 팔아야 되잖아요.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드는 거지요. 밀키트가 현실적으로 급속 냉동해 보면 맛이 그래도 보장이 되니까 그래서 냉동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둘째, 밀키트로 음식을 만들기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식재료를 일일이 다듬기 귀찮은 사람들을 겨냥해 만든 게 밀키트인데 그렇게 편리하지도 않다.

실제로 부대찌개 밀키트를 끓일 때 파와 양파를 물로 씻어야 했다. 감자를 깎아야하는 밀키트도 있다. 어차피 손질이나 세척을 해야 한다면 그냥 요리를 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유.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도 단점. 부대찌개 밀키트를 구매했더니 나온 쓰레기의 양이 이 정도나 됐다.

셋째, 유통기한이 짧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부대찌개 밀키트를 사러 대형할인점을 방문한 게 지난 14일이었는데, 소비 권장기한은 17일까지로, 냉장고에 넣어둔다해도 3일 안에 만들어 먹어야만 했다. 통상 밀키트 유통기한은 5일까지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유통기한이 길어야지 오래 버티다가 싸게 파는데 안 팔려 그럼 또 소비 기한이 다가오니까 또 할인 쳐 그럼 더 안 남아 그러니까 안 좋게 돌아가는 거죠.”

그러다보니 팔리지 않아 울며겨자먹기로 할인 행사를 하는 밀키트도 많다. 마트에서 직접 확인해보니 돼지고기 김치찜 밀키트는 소비기한이 바로 다음날까지라,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었다. 바로 옆에 로제쉬림프파스타 밀키트에도 40% 할인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할인된 밀키트가 팔리지 않으면 신규 밀키트를 팔기도 어려운 구조라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소비기한이 지난 밀키트는 그냥 처분해야 한다.

취재하다가 알게된건데, 실제 밀키트 시장 규모는 성장세가 더디다고 한다. 당초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올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가 7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23년 3800억원대 수준에 그쳤다. 이게 가장 최근 통계다.

대기업들도 손을 떼고 있는데, 자체 밀키트 브랜드를 만든 CJ는 지난해 쿡킷의 운영을 종료했다. 코로나 이후 성장세가 계속 둔화되면서 7000억원대 전망치를 달성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최근엔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유명 셰프들과의 협업을 내세운 프리미엄 밀키트가 쏟아지고 있다. 밀키트 업계는 이번 기회에 재기를 노리는 거 같은데 가격이나 가성비, 유통기한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반짝 인기에 그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