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후 충격 고백' 한승혁은 한화에 섭섭할 시간도 없다… "다 비즈니스" 증명을 벼른다

[스포티비뉴스=질롱(호주), 김태우 기자] 1년 전에도 호주에 오기는 했다. 그러나 행선지와 유니폼은 달랐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멜버른에 캠프를 차렸다. 올해도 호주는 호주인데, 멜버른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질롱에 왔다. 무엇보다 유니폼이 달라졌다. KT 유니폼을 입었다.
한승혁(33·KT)의 이적은 2025-2026 KBO리그 이적시장의 가장 충격적인 일 중 하나였다. 타선 보강을 통해 다시 대권 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을 가진 한화는 오프시즌 초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최대어였던 강백호를 영입해 또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최근 3년간 이적시장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한화가 또 4년 총액 100억 원을 썼다. 우승을 위해서는 타격 보강이 절실하다고 느꼈고, 물이 들어올 때 노를 팍팍 저었다.
강백호는 A등급 FA였다. 강백호를 뺏긴 KT는 20인 보호선수 외 1명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화의 20인 외 보호선수 명단을 확인한 KT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한화의 필승조로 활약한 한승혁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 것이 단번에 들어왔다. 역시 불펜 보강이 필요했던 KT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바로 한승혁을 지명했고,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승혁도 예상을 못했다. 그래도 최근 꾸준히 팀의 필승조로 활약했고, 특히 지난해에는 팀의 8회를 지켰다. 시즌 71경기에서 64이닝을 던지며 3승3패3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2.25로 대활약했다. 후반기 구위가 다소 처지기는 했지만 지난해 한화 불펜을 버티게 한 일등공신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화는 젊은 선수들을 지켜야 했고, 부득이하게 한승혁을 풀었다. 안 데려가길 기도하는 수준이었으나 KT는 냉정했다.

예상 못한 이적에 섭섭한 마음이 없을 수는 없다. 자신의 팀 내 위상과 가치가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지 생각했을지 모른다. 한승혁은 “처음에는 진짜 예상을 못했다”면서도 “어차피 비즈니스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자꾸 거기에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나한테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새롭게 준비를 잘해서 여기서 잘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섭섭한 마음은 털어냈다.
어쩌면 섭섭할 시간도 없다. 소속팀이 달라졌을 뿐 야구는 계속된다. 팀 내 비중도, 올해 해야 할 몫도 비슷하다. KT도 한승혁에 필승조 몫을 기대하고 있다. 좋은 마운드 전력에도 불구하고 구위파 투수가 다소 부족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던 KT는 한승혁이 아시아쿼터 선수인 스기모토와 더불어 마무리 박영현까지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주길 바란다. 한승혁은 “연봉도 기대치에 대해 어느 정도 잘 받았다고 생각을 많이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올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후반기 막판 구위가 조금 떨어져 고생을 했다. 나름 화려했던 자신의 최고 시즌에 마침표를 찜찜하게 찍은 셈이다. 한승혁은 이에 대해 “체력적으로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인지를 하고 있어도 체력이 떨어지니 회복이 잘 안 되더라. 체력 운동에 더 준비를 잘해야 될 것 같다”면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만 생각하면서 야구를 했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체력 관리를 잘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나름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2년 연속 70경기 이상에 나갔다. 힘이 들기는 하지만 그만큼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됐다는 증거다. 한승혁은 올해도 KT의 잦은 호출을 받는 게 목표다. 준비도 철저히 했다. 이미 불펜 피칭 투구 수가 50개를 훌쩍 넘겼다. 미트에 꽂히는 공은 강렬하다. 투수 전문가인 이강철 KT 감독이 흡족해 할 정도다. 최상의 몸 상태로 시즌에 대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도 얻는다. 동기부여가 될 법도 하지만, 사실 한승혁은 그렇게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고, 그 결과로 시장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어릴 때는 항상 기대치에 쫓기는 선수였지만, 수많은 풍파를 겪으며 더 성숙한 선수가 됐다. 한화에 대한 섭섭함을 빨리 잊고, 이제는 웃어넘길 수 있는 것도 다 그런 단단함이 기반이 된다. 증명할 것이 많은 시즌, 준비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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