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와 멧돼지도 잡는 귀요미 포식자 근황

이 장면을 보라. 대구 도심에서 길고양이 기강 확실히 잡는 동물로 온라인에 퍼진 사진인데 주인공은 바로 이렇게 귀엽게 생긴 담비다 . 하지만 귀여운 외모와 달리 호랑이 잡는 담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며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데 현재 이 담비의 근황이 어떤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한국에 사는 담비는 이렇게 생겼다. 한반도에는 두 가지 담비가 사는데, 하나는 시베리아와 북한 등 추운 곳에서 사는 검은 담비고, 다른 하나는 동남아와 한국 등 상대적으로 따뜻한 데 사는 아까 그 담비다. 이 담비는 목 주변을 중심으로 노란 털이 덮혀있는데, 학명을 직역해 ‘노란목도리담비’로 불리기도 하는데 멸종위기종이다.

한국 담비는 1960~90년대 사이 급격하게 줄었는데, 사실 밀렵하고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한다. 가죽이 상품성이 별로 없기 때문인데 옛날부터 모피 재료로 사냥당한 건 북한에 사는 검은 담비다. 한국에 살던 담비가 줄어든 데는 일제 강점기부터 이어진 난개발 때문에 숲이 없어지고 민둥산이 된 이유가 훨씬 컸다고 한다.

하지만 몇년전부터 꾸준히 담비가 도심에서도 발견되면서 담비 개체 수가 서서히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2021년에 서울 불암산 인근 서울여대 기숙사 뒤편에서 담비가 목격되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목격담이 끊이지 않는데, 대구에서도 2021년 도심 아파트단지에서 길고양이와 싸우는 게 목격됐고지난해 10월에도 수성구 아파트단지 근처에서 무리가 발견됐다. 우리나라에 사는 담비는 정확한 국내 개체 수도 조사를 한 적이 없어서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은데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짐작할 근거는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야생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기준으로 무인카메라 등에 발견된 담비 수는 2003년엔 5마리밖에 없었는데 지난해에는 54마리로 10배 넘게 늘어났다. 카메라에 발견된 것만해도 이 정도라서 연구자들은 담비 개체 수를 3000마리에서 1만 마리 사이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담비의 특성 중 첫번째는 말도 안 되게 활동량이 많다는 것이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생태응용연구실장
“(활동반경이 담비 중에서) 제일 크죠. 수컷은 한 100㎢ 넘어가요.”

이 숫자가 어느 정도냐면 서울시 전체 면적의 6분의 1 정도 된다. 국내 대부분 야생동물보다 한참 넓은 건데, (멧돼지 5.1㎢ 삵 3.7㎢ 너구리 0.8㎢ 오소리 1.2㎢)와 비슷하다고 할만한 건 지리산에 복원 중인 반달가슴곰(24∼200㎢) 정도라고 한다.

예전엔 우리나라에서 담비의 서식지는 숲이 울창한 산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들어선 더 넓어졌다. 2019년 국립생물자원관 자료에 따르면 담비 발견 지역은 이렇게 넓다. 전국을 가로 10㎞ 세로 10㎞ 격자로 나눠서 관측했을 때 우리나라 면적의 최소 62%에서 담비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가 많아지다보니 사냥터가 겹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넓은 지역으로 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 담비의 또다른 특징은 덩치가 크고 무리를 짓는다는 점, 그리고 먹잇감이다. 담비가 가장 많이 먹는 건 다래나 버찌 등 식물이지만, 먹이의 20% 정도는 포유류다. 세계 다른 지역에 사는 담비들은 혼자서 기껏해야 청솔모 정도 사냥하는데, 한국 담비는 무리지어서 고라니와 멧돼지 등 덩치가 큰 숲속 포유류를 잡는다. 멧돼지를 사냥할 땐 새끼를 노리지만, 고라니나 사슴은 성체든 새끼든 가리지 않는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생태응용연구실장
"무리를 지어서 집단으로 사냥합니다. 담비 중에, 전 세계 담비 중에서 덩치가 제일 커요. 덩치가 제일 큰데, 무리까지 지어요. 원래 (다른) 담비들은 사냥해봐야 청솔모나 다람쥐 새 그런 거나 사냥하는 애들인데 지금 발굽동물들 사냥을 하잖아요. 이거는 완전히 다른 케이스입니다. 그러니까 맹수의 역할을 하는 거죠.”

담비 배설물을 추적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담비 1마리가 1년 동안 멧돼지 2㎏, 노루나 고라니 11㎏, 청설모 3.8㎏를 먹는 걸로 추정된다. 이렇다보니 한국에서 담비의 주 사냥감인 고라니 수가 최근 유해동물급으로 폭증한 것도 담비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담비는 숲이 복원되면서 계속 느는 추세다. 그럼 혹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그럴 염려가 없는 게, 담비는 ‘착한 맹수’라고 한다. 식성도 그렇고 성격상 민가로 내려와 곡물을 훔쳐먹는다든지, 가축을 사냥하진 않는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생태응용연구실장
“담비가 좋은 게 호랑이나 늑대는 주민들의 두려움이 마찬가지로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거에 대한 우려가 없는 상태니까 담비는 굉장히 남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수도 있고. 오히려 고라니나 멧돼지 새끼를 잡아먹기 때문에, 또 청솔모도 주식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농민들한테 굉장히 좋은 동물이죠."

호랑이와 늑대가 사라진 우리나라에서 담비는 중소형 잡식동물과 대형 초식동물 개체수를 조절하는 생태계 탑티어 포식자이자 백두대간 숲의 복원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동물로도 여겨지는 중요한 동물인데 담비 서식지가 파괴되지 않고 멸종위기종에서 하루빨리 탈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