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사랑하는 수많은 우유들. 딸기우유, 초코우유, 바나나우유부터 블루베리우유, 검은콩우유까지. 근데 우유팩을 뒤집어 성분표를 살펴보니... 아무리 찾아봐도 원유는 단 1퍼센트도 함유되어 있지 않다(??) 성분만 약간씩 차이가 날 뿐 원유가 어느 정도는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유튜브 댓글로 “원유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원유 0퍼센트 우유를 우유라고 불러도 되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시중에 판매되는 가공우유는 무려 60개나 된다. 이 중에서 원유가 한 방울도 포함되지 않은, 원유 0퍼센트의 우유는 15개였다. 원유 함량이 50퍼센트 미만인 제품은 53개. 원유 함량 75퍼센트 이상인 우유는 단 6개에 불과했다. 가장 원유 함량이 높은 가공 우유는 원유 함량 85.7퍼센트의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인데 대신 가격은 비싸다. 그럼 원유 0퍼센트의 우유들은 원유 대신 어떤 걸 쓰는 걸까?

한 딸기우유의 성분표를 살펴보니 여기에 원유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정제수와 탈지분유, 유크림을 혼합해서 우유처럼 만든다고 해서 환원유라고 부른다. 다른 0퍼센트 제품들도 공통적으로 탈지분유와 유크림, 물을 배합해 원유를 대체하고 있었다. ‘홍철 없는 홍철팀’도 아니고 원유 없는 우유라니... 원유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우유도 우유라고 해도 되는걸까?
식약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
“환원유도 현재 우유로 보고 있기 때문에 우유라고 표기를 합니다. 뒤에 성분 표시에는 환원유와 원유 비율을 표시가 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이름에 말씀하신 우유나 밀크 뭐 이렇게 적는 것에 대한 별다른 제재는 따로 없습니다.”

환원유는 딸기우유나 초코우유 같은 가공우유에만 쓰이는 건 아니고 흰 우유에도 쓰이곤 한다. 소비자들은 초코우유, 바나나우유 같은 가공유는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흰 우유는 영양보충이나 건강을 위해 고르는 경우가 많아 여기 쓰이는 환원유는 문제 삼아야 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요즘은 우유가 오히려 칼슘 섭취를 저해한다는 등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영양학 전문가, 낙농업계, 심지어 환원유 업계조차 원유보다 환원유의 영양성분이 못하다는 점은 동의하고 있다. 환원유는 공정 특성상 분유화하는 과정에서 비타민A, B 무기질 등 여러 영양소가 파괴된다는 점에서 원유보다 영양 성분이 떨어지고, 환원유의 주재료인 탈지분유가 보관과 유통에 용이해, 비교적 값싼 수입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환원유 특유의 물 탄 거 같은 맛이 나기도 한다.

2020년 ‘우유 자조금 성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0%만이 환원유가 뭔지 알고 있었는데, 이건 소비자 대부분은 원유와 환원유 차이를 잘 모르고 구매한다는 의미가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흰 우유는 당연히 소에서 짠 원유로 만드는 줄 알았는데, 환원유를 샀다며 뒤늦게 성분 표시를 확인해보고 속은 것 같다는 후기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환원유 85퍼센트에 원유 15퍼센트를 혼합해 흰 우유로 판매 중인 국내 한 업체에 전화해서, 환원유에 대해 우유라는 명칭을 쓰는 게 혼란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여기선 가공 우유라고 표기했으니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답변했다.
푸르밀 고객센터
“원유는 15퍼센트 정도 약간 좀 미세하게 들어가 있을 거예요. 가공유라고 표기가 되어 있고요. 영양성분은 일반 우유와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가 있어요. 우유를 먹었을 때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되시는 분들, 특히 연세 좀 있으시거나.. 이 제품을 많이 드세요 이러한 문의를 가끔씩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설명해 드리면 이제 좀 수긍을 하세요”

특히, 영양성분에 차이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칼슘혼합제 등으로 보충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소화에 좋아 고객들이 선호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반면 낙농업계와 소비자들은 환원유를 원유로 교묘히 속여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명확한 표시 규정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서는 꾸준히 환원유와 원유를 구별할 수 있도록 명칭을 정리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정책기획과 한지태 본부장
"소비자들은 환원유나 원유 이름 구분 잘못합니다. 사실상 저렴한 분유 함량이 훨씬 높은 건데 원유랑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죠. 가공유라고만 적을 것이 아니라 정확한 인지를 할 수 있도록 명칭 정리를 해야하지 않나...”

딸기우유에 딸기 대신 딸기 착향료, 우유 대신 환원유가 들어가서 요즘 딸기우유엔 딸기도 없고 우유도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뭐, 돈을 더 주고 원유를 먹든, 아니면 좀 저렴한 환원유를 먹든 소비자들이 각자 알아서 선택할 일이긴 한데 두 제품이 헷갈리지 않도록 구분하는 일은 필요할 것 같다.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범고래는 인간을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던데, 이거 맞는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림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결과가 올라올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