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 테스트 "PC와 모바일 장점, 반반 무 많이"

홍수민 객원기자 2023. 5. 2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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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괜찮은 첫 인상, 호불호 갈리고 개선점도 많아
- 24일 베타 테스트 시작한 엔씨소프트 '쓰론 앤 리버티'

엔씨소프트가 신작 플래그십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 베타 테스트를 24일 시작했다. 테스트는 사전 신청 후 선정된 라슬란 선발대 5000명 이외에 거점 PC방에서도 참여 가능하다.

TL의 첫 인상은 "왜 이렇게 모바일 게임 같지"였다. 보통 PC 게임에서 모바일을 들먹일 때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그러나 TL의 경우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모바일과 PC의 중간 지점에 걸쳐 있었다.

우선 UI가 모바일 게임과 굉장히 흡사하다. 보통 PC 게임은 화면 중앙 하단에 스킬 창과 체력 바 등 주요 인터페이스가 밀집되어 있다. TL은 한 눈에 들어오는 모바일 게임과 비슷하게 왼쪽 상단에 체력과 마력 등 플레이어의 주요 정보가 표시된다.

- 보스전은 물론 잡 몬스터를 상대할 때도 디펜스 기믹이 존재한다

모바일 게임에서 으레 그렇듯 자동 사냥과 자동 이동을 지원한다. 퀘스트를 누르면 이동 속도가 빠른 야성 변신 상태로 목적지까지 자동 이동하며, 스텔라포스라는 자동 사냥 모드도 존재한다. 스텔라포스를 켜면 스킬을 자동으로 사용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양산형 모바일 게임의 자동 사냥 같지는 않다. 적정 레벨대 몬스터가 강해 자동만 돌려 놓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금방 비석을 보기 일쑤다. 적절하게 디펜스로 상대 몬스터의 CC기나 강한 공격을 막아낼 필요가 있다. 자동 이동도 이동만 가능할 뿐 퀘스트 진행까지는 해 주지 않는다.

TL은 한 마디로 모바일과 PC 게임을 반반 무 많이 방식으로 조합했다고 말할 수 있다.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은 특징이다. MMORPG를 플레이하면서도 퀘스트에서 요구하는 단순 노가다 사냥이나 의미 없는 이동에 무슨 의미가 있나 회의감을 느끼곤 했다. 무조건 PC 게임이라고 불편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 예상보다 재미있지만 개선이 필요한 전투

- 스탯 프리셋이 없어 주 무기 스탯에 따라 듀얼 무기가 고정된다

전투 시스템은 제법 준수한 편이다. 자칫 루즈해질 수 있는 닥사 구간에서 잠을 깨우는 디펜스 기믹도 재미있었고, 타격감이나 이펙트, 사운드도 뛰어나다. 베타 테스트 오픈 당일인 24일은 프레임 드롭이나 서버렉으로 플레이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25일 패치 이후 어느 정도 해소됐다.

다만 야심 차게 준비한 듀얼 시스템은 와닿지 않았다. 기껏 무기를 바꿔 들어도 스탯이 변경되지 않는다. 주로 사용하는 무기와 주스탯이 별개인 무기는 실용성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벨 1이나 다름 없는 스탯으로 스킬을 시전하면 "가능하다는 게 중요"도 아니고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기자의 경우 주 무기인 단검이 기량과 통찰을 요구해 자연스럽게 듀얼 무기는 석궁으로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은신 후 야비하게 독과 디버프를 묻히고 마법봉으로 스위칭해 광범위 저주를 거는 괴도 네티의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 모르쿠스 전리품 쟁탈전은 손도 못 대고 죽었다

근거리와 원거리 밸런스도 조정이 필요해 보였다. 모험 코덱스 진행 시 잡아야 하는 퀘스트 몬스터는 물론이고, PvP가 가능한 지역 이벤트인 '늑대 사냥 대회'에서도 원거리 캐릭터가 근거리 캐릭터를 압살했다. 애초에 기자가 선택한 단검의 경우 돌진기가 전무해 접근하지도 못한 채 상대의 원거리 스킬에 녹아버리기 바빴다.

이후 돌진형 희귀 스킬인 '그림자 습격'을 배운다고 쳐도, 처음 접하는 하위 레벨 경쟁 콘텐츠에서 박탈감이 심하니 PvP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초식 성향의 다른 유저들도 월드 채팅을 통해 "초반 쟁 콘텐츠 불쾌하다"라는 의견을 토로했다. 아무리 평화 버전이 존재한다 한들 모든 유저가 그 시간에 접속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움직이면서 스킬을 시전하는 '무빙 샷'이 불가능한 것도 불만 중 하나였다. 만약 원거리와 근거리 밸런스 조정을 위해 무빙 샷을 막아놓았다면, 근거리 공격에 한해 무빙 샷이 가능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

 

■ 친절한 성장 시스템, 불친절한 인게임 설명

- 전승 시스템 덕분에 경험치 아낄 필요 없이 강화해도 된다

캐릭터의 성장은 지역 이벤트, 의뢰 보상으로 획득한 재료 아이템을 통해 장비를 제작하고 강화하는 방식이다. 장비와 스킬 모두 실패 없이 일정 수치 이상 상승하며, 확률적으로 대성공이 발생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강화해서 사용하던 하위 아이템들의 강화 수치를 '전승'을 통해 상위 장비로 이전할 수 있다. 물론 하위 장비이니만큼 단계에 비례해 강화 수치가 하락하지만, 지금껏 투자했던 경험치 물약이 보존된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렇듯 시스템 자체는 잘 갖추어져 있으나 게임이 다소 불친절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주로 제작 재료를 의뢰를 통해 수급한다는 것, 밑도 끝도 없는 닥사가 아니라 의뢰를 먼저 받는 것이 레벨 업 효율이 좋다는 것도 게임 내 설명이 아닌 다른 유저와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 통곡의 벽이 될 줄 몰랐던 '아드리아나의 일지'

장신구 제작 역시 모험 코덱스의 부록으로 실려 있어 메인 코덱스 진행에 밀리기 쉽다. 메인 코덱스 중 재료를 지급하고 장비를 직접 만들게 하는 등 조금 더 직관적인 퀘스트가 있었다면 게임 시스템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초반 진행 과정 통곡의 벽 투 탑인 '튜토리얼 보스'와 '의문의 도서 단서 찾기'를 생각해보자. 물론 게임을 좀 해 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난이도의 보스와 흔한 3D 퍼즐이지만, 이런 장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이다.

 

■ 괜찮은 메인, 불편한 서브, 불안한 과금 모델 

- 악명 높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신바람 난 고블린'

메인 스토리인 모험 코덱스의 평은 대체적으로 좋았다. 엄청나게 독특하거나 참신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래픽과 연출에 힘입어 즐겁게 볼 만 했다. 스킵하는 유저를 위함인지 퀘스트가 끝날 때마다 내레이션으로 요약해 주는데 모험담을 듣는 듯한 감성이었다.

다만 21레벨까지 메인 코덱스를 진행하는 도중 기억에 남거나 임팩트 있는 인물은 별로 없었다. 또한 선택지 대답이 한정되어 있어 스토리 자체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준수하지만 세계관이나 캐릭터 하나 하나에 애정을 가지기는 힘들었다.

한편 메인 스토리와 연계된 모험 코덱스가 아닌 탐사 코덱스의 경우 동선이 불편하다, 대체 어디에 처박혀 있는 거냐, 시간대를 기다려야 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 등의 불만을 표하는 유저들이 있었다. 위치나 반경을 알려주지 않아 막막함을 느끼는 것이다.

- 시즌 패스, 성장 패스 외에는 딱히 과금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동선 불편함에는 야성 변신 자동 이동 시 장애물에 가로막히면 제자리를 빙빙 맴돌며 비비는 현상이 한몫 했다. 플레이 당시 자동 이동을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직접 조작하곤 했다. 자동 전투도 바로 옆의 몬스터를 인식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일이 많았다.

과금 모델은 베타 테스트 버전 기준 시즌 패스, 성장 패스 이외에는 별다른 요소를 찾을 수 없었다. 변신 시 가속 속도나 이동 속도, 스태미나 소모 효율 증가 등 스펙업 요소보다는 편의성에 치중되어 있다. 아미토이도 재료 획득 확률 증가 버프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 예상한 것보다 순한 맛으로 나왔다.

정식 출시 버전에선 어떻게 변할 지 모르겠지만, 현재 버전대로 무겁지 않은 과금 모델이라면 정식 서비스 시에도 꾸준히 플레이해 볼 의향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뽑기 기능에 불안감을 표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 산뜻하고 부담 없는 MMORPG

- 스텔라포스 켜고 접속 종료 시 비 접속 플레이도 지원한다

21레벨까지의 가벼운 찍먹이지만 출시 전 가졌던 두려움보다는 훨씬 괜찮은 게임이라고 느꼈다. 리니지 라이크류와는 분명히 달랐다. 큰 불편 없이 즐길 수 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했다.

모바일과 PC의 경계선에 걸친 느낌이 누군가에겐 불호 요소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모바일 게임을 가볍게 찍먹하는 것처럼 MMORPG를 즐기기에는 괜찮은 컨셉트다. PC 게임을 하고 싶지만 시간 투자나 피로도가 부담스러운 유저에게는 좋은 대안이다.

자동 이동 중 충돌 현상, 무빙 샷, 무기 밸런스 등 자잘한 개선점은 많지만 그럼에도 꽤 재밌다. 특별한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어도 사실 유구하게 인기가 있고 잘 팔린다 검증된 보증수표라 클리셰가 아니겠는가.

당신이 익숙한 맛을 선호한다면 근처 거점 PC방에 들러 가볍게 TL을 찍먹해보길 추천한다. 모바일과 PC 게임의 장점을 두루 섞은 게임이 취향에 맞을 지도 모른다.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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