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방위청 이전, 산업단지 유치…'대전의 강남' 둔산동 다시 뜬다
갑천 엘리프 청약 99대1 기록
둔산 ‘크로바’ 134㎡ 18억 찍어
‘대전의 강남’으로 불리는 서구 둔산동 일대에 최근 공공기관이 잇따라 이전하고 국가산업단지 개발 등으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예고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개발을 시작한 둔산지구는 1997년 정부대전청사 완공 이후 50여개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이 이전하면서 6400여명이 근무하는 행정도시로 자리잡았다. 이후 대전시청·대전지법·대전지검·둔산경찰청 등 행정 기관이 들어오고 금융기관, 병원, 업무시설, 학교, 상권, 학원가가 형성되면서 대전의 최고 인기 주거지로 떠올랐다. 북측 유성구 일대에 카이스트, 대전 예술의 전당, 엑스포공원을 포함한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됐다.
경기 침체 여파로 다소 주춤했던 둔산동 일대 부동산 시장에는 최근 2가지 호재가 한꺼번에 터졌다. 먼저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다. 방위사업청과 기상청이 대전 청사로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두 기관 근무인원은 2000여명에 달한다. 방사청은 2027년까지 대전청사 서쪽 8만여㎡ 땅에 지하2층~지상7층 2개 동 규모 복합컨벤션센터를 지어 이전할 예정이다. 기상청도 지난해부터 대전청사로 이전 중이다. 일부 정책 부서는 먼저 옮겨왔고, 나머지 현업부서는 2026년 6월 대전청사에 국가기상센터가 완공하면 이전한다.
국가산업단지도 새로 들어선다. 정부는 지난 3월 대전에 2030년까지 530만㎡ 부지에 총 3조 4585억원을 투입해 나노·반도체·항공우주·바이오헬스·의료 산업을 유치한다고 밝혔다. 지방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산단을 통해 대전을 방산혁신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입주 의향을 신청한 기업만 484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호재 영향으로 둔산동 일대 아파트 분양 시장은 청약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12월 둔산지구 인근 유성구에 공급한 ‘갑천2 트리풀시티 엘리프’는 일반공급 474가구 모집에 4만7055명이 청약해 평균 9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구에 분양한 ‘해링턴플레이스휴리움’(15대1)과 ‘중촌SK뷰’(22 대 1)도 각각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기존 집값도 강세다. 둔산동 대표 단지로 꼽히는 ‘크로바’ 아파트 전용 134㎡는 지난해 9월 18억원에 거래돼 서구를 통틀어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 전용 114㎡는 지난해 12억원보다 1억원 더 상승한 13억원에 실거래됐다. 인근 목련 전용 117㎡도 올 5월 11억5000만원에 팔려 석달만에 5000만원 상승했다. 대전청사에서 직선거리로 300m 떨어진 곳에선 최고 47층 랜드마크 주거시설 ‘그랑 르피에드’가 분양 중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둔산지구 인근에 추가로 공공기관이 이전하고 산업단지 개발이 이뤄지면 고급 주거시설이나 세컨드 하우스 수요도 새롭게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