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안치홍 PO엔트리 탈락, 달감독이 밝힌 그 이유는?

안치홍의 이름이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졌다는 소식이 뜨자 팬들 사이에선 바로 “왜?”가 터져 나왔다. 72억 베테랑의 무게, 큰 경기에서 보여 준 존재감, 무엇보다 ‘위기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늘 먼저 떠오르던 이름이 안치홍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지금은 권광민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다.” 한 문장으로 요약되지만, 그 안엔 시즌 내내 쌓인 판단과 데이터, 그리고 가을야구 특유의 ‘한 점·한 발’ 승부에 대한 계산이 촘촘하게 들어 있다.

먼저 성적과 몸 상태 얘기를 피해 갈 수 없다. 안치홍은 올 시즌 66경기, 타율 0.172, 2홈런, 18타점.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가파르게 꺾인 라인이다. 시즌 초중반 복통과 오른쪽 손목 통증이 길게 따라붙었고, 스윙의 힘과 타이밍이 끝내 제자리를 못 찾았다. 2군에서 잠깐 반등하나 싶으면 1군에 올라와 다시 막히는 패턴이 반복됐다. 결국 타석에서 방망이를 믿고 밀어 붙이기보단, 투수 공을 끝까지 보며 대처하는 특유의 여유가 사라졌다. 숫자가 말하는 건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큰 경기에 바로 투입하기 어려운 컨디션이라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한화가 만들어야 할 경기 그림이다. 플레이오프는 정규시즌과 다르다. 흐름이 빠르고, 한 장면이 시리즈를 가른다. 여기에 한화는 홈에선 강하지만 원정에선 약했다. 김경문 감독이 “첫 경기가 중요하다”고 못 박은 이유다. 슈퍼 ace 폰세를 1차전에 세우고, 불펜에 문동주까지 대기시키는 그림은 ‘선제·선점·선승’이라는 메시지다. 이 전략을 뒷받침하는 야수 운용 키워드는 두 가지다. ‘수비 범위’와 ‘대주자 카드’. 권광민이 뽑힌 배경엔 이 두 가지가 선명히 들어 있다.

권광민은 경험 면에선 베테랑과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그가 가진 발과 수비 범위, 베이스러닝은 가을야구에서 금처럼 귀하다. 채은성이 출루했을 때 대주자 투입, 수비 이닝에서 범위를 넓히는 카드, 1점 차 경기에서 한 베이스를 더 훔칠 수 있는 기동력. 감독이 직접 “채은성이 나가면 대주자로 쓸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은, 한화가 시리즈를 ‘한 점 싸움’으로 설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편 더그아웃엔 준플레이오프에서 기세를 끌어올린 삼성이 있다. 그 흐름을 끊으려면 수비에서 주는 아웃, 주루에서 뺏는 베이스가 꼭 필요하다. 권광민의 등판 이유가 여기서 설득력을 얻는다.

세 번째는 벤치의 쓰임새다. 플레이오프 엔트리는 30명. 모든 자리를 “혹시 모를 한 방”으로 채워 넣을 수는 없다. 한화 라인업을 보면, 손아섭–리베라토–문현빈–노시환–채은성까지 중심축이 분명하다. 대타 자원으로도 우타·좌타 균형이 어느 정도 맞춰져 있다. 문제는 안치홍이 지금 역할을 부여받았을 때 확실히 바꿔줄 ‘한 방’의 근거가 약하다는 점이었다. 대타 타율은 0.200. 득점권 타율도 시즌 전체 0.238에 그쳤다. 맞을 땐 찰지게 맞고, 몰릴 땐 헛스윙이 늘었다. 김경문 감독이 시즌 막판까지 “큰 경기에서 해줘야 한다”고 수차례 언급했지만, 막판의 타격 감과 타구 질은 엔트리를 밀어 넣기엔 근거가 부족했다.

여기에 수비 포지션 문제도 있다. 가을야구는 이닝 후반 수비 교체가 잦다. 1점 차 리드를 지키는 장면에서 “안정적인 한 수”가 필요하다. 하주석–심우준으로 이어지는 키스톤, 노시환의 3루, 채은성의 1루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안치홍이 2루 수비로 들어가 팀 전체의 수비 질을 올려줄 확실한 근거를, 올 시즌엔 보여주지 못했다. 반대로 권광민은 1루와 코너 외야, 대주자·수비 대체로 들어가는 활용도가 높다. 벤치 카드의 다변화, 즉 “한 자리만 맡는 선수보다 두세 자리 돌려 쓸 수 있는 선수”를 더 중시하는 가을의 문법이 작동한 셈이다.

네 번째, 심리와 공기의 문제다. 감독은 “포스트시즌은 똑같은 경기지만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말을 많이 하느니 집중하게 만드는 게 역할”이라고 했다. 팀이 18년 만에 플레이오프로 돌아왔다. 벤치에 앉은 30명 중 20명이 포스트시즌이 처음이다. 이런 방 안에서는 ‘지금 제일 잘 뛰는가’가 최우선이 된다. 과거의 이름값, 계약서의 숫자는 자칫 벤치 공기를 무겁게 만든다. 김경문 감독이 경험보다 현재 컨디션과 유연성을 우선한 이유가 여기 있다. “정석대로 간다”는 그의 말은 화려하진 않지만, 지금 이 팀에 맞는 길을 고집하겠다는 선언이다.

다섯 번째, 존중과 결단의 경계다. 엔트리 제외는 베테랑에겐 상처가 된다. 팬들에게도 섭섭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려야 할 결정을 미루면 시리즈가 흔들린다. 김경문 감독은 두 가지를 동시에 잡으려 했다. “안치홍은 큰 경기에서 필요하다고 늘 말해왔다”는 존중, 그리고 “지금은 권광민이 해줄 수 있다”는 결단. 선수단 내부에선 이런 메시지가 중요하다. 공정한 경쟁, 지금 컨디션, 팀이 승리하는 길. 이 셋을 벤치가 일관되게 보여줄 때, 젊은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이름값만으로 엔트리를 채웠다 낭패를 보면 그때의 후폭풍이 더 크다.

여섯 번째, 한화의 시리즈 운영 청사진과도 이어진다. 폰세–(정석 로테이션)으로 이어지는 선발 계획, 상황에 따라 문동주 불펜 대기, 홈에서 먼저 잡고 가겠다는 플랜, 그리고 후반 이닝에 대주자·수비 강화 카드로 끊어 막겠다는 구성. 권광민은 이 퍼즐에 들어맞는다. 안치홍은 건강한 시즌이라면 ‘결정타’의 조각이었겠지만, 올가을의 그림엔 어울리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은 ‘다음 시리즈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눈앞의 이닝을 이기기 위한 싸움이다.

물론 이 판단이 영원한 낙인이 되어선 안 된다. 안치홍은 한국 야구에서 검증된 타자다. 손목이 온전하고, 타격 타이밍만 돌아오면 여전히 2스트라이크 승부에서 실투를 잡아당기는 능력, 바깥쪽 공을 밀어 담장 만드는 기술이 있다. 핵심은 ‘지금’이 아니다. 그가 내년에 몸을 완전히 만들고, 스스로를 다시 증명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한화가 장기적으로 강팀이 되려면 베테랑과 젊은 피가 동시에 살아야 한다. 이번 결정은 당장의 시리즈를 위한 선택이지만, 다음 시즌을 위한 자극이기도 하다. “이름값이 아니라 지금의 힘으로 경쟁하자”는 메시지 말이다.

팬들 입장에선 아쉽다. 2019년 한국시리즈, 2020년 포스트시즌, 수없이 봐 온 베테랑의 결승타 장면들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하지만 가을야구는 냉정하다. 1루에서 홈까지 18m를 더 빨리 밟는 발이, 9회초 2사 후 라인드라이브를 잡아내는 한 뼘의 범위가 시리즈를 결정한다. 한화는 그 ‘한 뼘’을 선택했다. 김경문 감독이 기자들 앞에서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았던 이유다. 엔트리는 설명서보다 결과로 말한다. 이 선택이 맞았는지는, 폰세가 지켜낸 선취점, 대주자 한 번의 도루, 외야 한 번의 다이빙 캐치가 곧 증명해 줄 것이다.

끝으로, 안치홍에게도 한마디를 보태고 싶다. 때로는 쉬어야 다시 뛸 수 있다. 이번 가을은 벤치 바깥에서 팀을 본다. 그 시선으로 본 야구가 내년 타석에서 더 많은 답을 줄 수도 있다. 한화가 한국시리즈까지 가는 길, 그 속에서 후배들이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다시 해야 할 역할이 더 또렷해질 수도 있다. 팬들은 오래 기억한다. 잘 맞을 땐 박수치고, 힘들 땐 기다려 준다. 이번 결정을 “끝”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다시”를 위해 몸을 만들고, 마음을 세우는 시간으로 삼았으면 한다.

요약하면, 안치홍의 엔트리 제외는 감정이 아니라 계산의 결과다. 시즌 성적과 몸 상태, 벤치 활용도, 수비·주루 카드의 무게, 시리즈 운영 플랜까지 모두 합친 판단. 권광민의 젊은 다리와 넓은 수비가 이번 가을 한화가 필요로 하는 퍼즐에 더 잘 맞았다. 선택은 끝났고, 이제는 결과만 남았다. 첫 경기부터 그 답을 찾아야 한다. 가을은 짧고, 한 점은 길다. 이번 가을, 한화가 그 한 점을 가져오길, 그래서 이 선택이 “맞았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