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휴식을 취하는 맹수에 올라탔는데, 모든 순간이 평온하다," 벤틀리 컨테넨탈 GT 스피드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

[양양=엠투데이 이정근기자]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탈 것'의 개념에서 시작하지만, 벤틀리는 타는 사람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파트너'의 개념으로 자동차를 접근하는 브랜드다.

벤틀리는 '궁국의 럭셔리', '장인의 수작업', '강력한 퍼포먼스', '편안함', '여유로운 일상'을 바탕으로 차를 만들고, 그 끝에 비스포크의 마스터피스 '뮬리너'를 두고 고객과 함께 고객의 이야기를 더해 하나의 벤틀리를 완성한다. 뮬리너를 거친 벤틀리는 오직 단 1대뿐인 고객의 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벤틀리에는 GT(Grand Tourer)라는 이름을 가진 컨티넨탈 GT가 있다. 지난 2003년 등장한 1세대 컨티넨탈 GT는 21년간 3번의 진화를 거쳐 2024년 4세대 컨티넨탈 GT가 글로벌 출시되었고, 한국 시장에는 올해 5월부터 고객들에게 인도가 시작됐다.

서울에서 양양까지 약 200km를 달리며 "장거리를 빠르지만 편하게" 달리는 GT의 특성을 느껴볼 예정이다.

벤틀리의 헤리티지와 미래를 동시에 품은 '휴식을 취하는 맹수'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

벤틀리코리아는 4세대 컨티넨탈 GT에 대해 '휴식을 취하는 맹수'의 모습을 닮았다고 표현한다.

최신 모델답게 벤틀리 뮬리너가 완성한 한정판 모델 '바투르'와 '바칼라'의 디자인 DNA를 곳곳에 스며들게 해 3세대 모델과 곳곳에서 차별화된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1952년 R-타입 컨티넨탈의 당시 '오픈 아이' 스타일의 헤드램프를 다시 가져와 최신 트렌드에 맞게 손 보고 양산 모델 최초로 기존 두 개의 원형 헤드램프 디자인을 과감히 버리고 타원형의 싱글 헤드램프를 최초로 적용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크리스탈 컷 다이아몬드 패턴이 더해진 헤드램프는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태양이 빛나는 하늘에 한껏 던져놓은 듯 빛나며, 사이드 미러에 비친 모습은 마치 맹수가 먹이를 사냥할 때 보이는 강렬한 느낌을 준다.

4세대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뒷모습이 가장 많은 변화가 있는데, 트렁크 리드에는 가변 스포일러가 사라지고 불쑥 솟아오른 디자인으로 변했지만 다운포스는 여전히 우수하다. 배기 파이프 역시 가로로 더 길어진 테일램프와 비슷한 형태로 변해 차체가 더 넓어보이고 스포티한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강력하지만 너무도 여유로운" 울트라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컨티넨탈 GT 스피드에 올라 도심 구간을 빠져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니 눈 앞에 숫자들이 보인다. 4세대 모델은 PHEV, 벤틀리는 '울트라 퍼포먼스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전기 주행 가능 거리와 엔진 주행 가능거리가 표시된다.

유럽의 WLTP 기준으로는 81km를 달릴 수 있지만, 한국에서 인증 받은 거리는 64km다. 하지만 숫자는 71km를 달릴 수 있다고 자랑하듯 녹색으로 강조하고 있다. 엔진으로는 670km를 달릴 수 있으며, 배터리와 엔진을 모두 쓰면 740km는 쉽게 달릴 수 있다고 보여준다.

전기모드를 위한 배터리는 25.9kWh의 용량이며, 리어 액슬 후방에 위치한 덕분에 49:51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이상적인 무게 배분이 가능해졌다.

도심의 신호등과 교차로를 차례로 통과하면서 "그렇지, 이 차는 GT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회상하며, 200km를 달린 도착지에서 어떤 숫자를 보여줄 지 기대감이 차오른다.

도심 구간에서는 엔진의 개입이 없다. 최대 140km/h까지 EV 모드로 주행할 수 있으니 실제 도심에서는 전기차처럼 달린다. 그렇다고 벤틀리의 우아한 움직임이 가벼워지거나 거칠어지지 않는다. EV 모드에서도 벤틀리처럼 부드럽게 모든 속도 영역을 아우르고 노면을 다독이며 달린다.
뒷모습을 봐도 3세대 모델(앞)과 확연히 다른 느낌을 보여주는 4세대 컨티넨탈 GT 스피드(뒤)

'스피드'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붙인 컨티넨탈 GT에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기본이다. 전동화 흐름에 맞춰 다운사이징 한 V8 4.0리터 엔진은 W12 엔진보다 19%의 출력을 향상시켜 600마력의 힘을 내며, 전기 모터는 190마력의 힘을 더한다.

합계 출력은 782마력으로 숫자만 보면 슈퍼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토크는 1000Nm(102.04kg.m)으로  엔진에 시동이 걸리는 순간부터 엔진 회전계가 다다르는 끝까지 어떤 도로를 만나더라도 여유롭게 품을 수 있는 힘을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eLSD를 통해4개의 휠로 전달한다. 덕분에 주행은 언제나 안정적이다.

고속도로에 오르니 장거리를 빠르게 달리고 싶어진다. 0-100km/h 가속이 3.2초, 최고속도 335km/h지만 트랙이 아닌 곳에서 이 숫자들을 보는 것은 위험하다.

도어가 2개인 쿠페는 보통 '빠르게 달리는 스포츠카'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벤틀리 컨티넨탈 GT는 스포츠카 보다는 '편안함에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공간'의 이미지가 어울린다.

가속페달 위에 올라간 오른 발은 가속을 위해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가볍게 올리면 어느새 원하는 속도에 올라가 있고, 브레이크는 감속이 필요한 순간에 스스로 조금씩 움직이며 잊지 말고 브레이크를 밟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정체 구간을 만나 급하게 감속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운전자가 더 급하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브레이크는 초기 답력 세지 않다. 하지만 제동을 시작하면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가 감속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을 틈도 없이 속도는 어느새 0km/h를 향해 내려간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모두 한없이 여유가 넘친다. 방심하면 가속페달에 발을 살짝 올린 정도로도 규정속도를 훌쩍 넘어갈 정도의 숫자를 보게 되고, 앞 차와 가까워지는 순간에도 컨티넨탈 GT 스피드의 브레이크는 운전자를 달래며 안전하게 차를 멈춰 세운다.

컨티넨탈 GT 스피드에는 EV 모드, 스포트 포드, 컴포트 모드, 'B' 모드, 커스텀 모드가 있다. 200km를 달리는 동안 다양한 주행 모드를 사용했지만 결국 '컴포트 모드'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강력한 회생제동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적절하게 엔진과 모터를 사용하도록 만들 수도 있고, 엔진을 다그치며 거칠게 몰아 부칠 수도 있지만 컴포트 모드에서도 모든 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EV 모드로 주행을 하다 급가속 또는 추월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저 멀리서 엔진이 깨어나며 내는 고요한 '천둥'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며 눈앞으로 사라진다.

엔진이 '내가 여기 있었다'며 알아달라는 듯 V8 특유의 사운드를 계속 귓가로 흘려보내고, 배기 파이프는 엔진 회전수가 떨어지는 순간을 노려 '팝콘' 소리와 함께 가속페달을 더 밟아달라고 애원한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며 깊숙이 밟으면 엔진 회전수는 5,000rpm 아래는 없다는 듯 순식간에 바늘을 돌리고 온몸은 시트와 '몰아일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속페달에서 힘을 떼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듯 숨을 고르며, 사냥이 끝난 맹수의 '그르릉' 하는듯한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힐 뿐이다.

도로는 언제나 잘 포장된 곳만 있지 않다. 곳곳이 파이고 요철과 도로와 다리의 이음새, 졸음 방지를 위한 장치들과 굴곡들이 가득하다.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이런 다양한 조건에도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한 요트처럼 부드럽고 흔들림 없이 미끄러지며 달린다.

차세대 벤틀리 퍼포먼스 섀시를 탑재한 덕분에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가진 모든 능력을 순간 순간에 맞춰 극대화 해낸다. 트윈밸브 방식의 댐퍼, 듀얼 챔버 에어 스프링을 더한 서스펜션은 세팅 범위를 더욱 넓혀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완벽에 가깝게 흡수하는 동시에 차체를 안정적으로 제어한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

요철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피치를 극도로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조금 빠르고 거칠게 요철을 통과하거나, 다리와 도로의 이음 부분을 통과하더라도 불쾌한 느낌은 거의 느끼기 어려웠다. 고속 주행 시 더 필요할 것 같은 장비와 기술이지만 저속과 다양한 도로를 만나기 쉬운 도심에서 더 유용하게 효능감을 볼 수 있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컨티넨탈 GT 라인업에서 '강력한 퍼포먼스'를 담당하는 센터 모델이다. 당연히 782마력의 최고출력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이탈리안 슈퍼카 부럽지 않은 폭발적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운전자의 혼을 쏙 빼놓을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동시에 고요한 바다 위 럭셔리 요트에 누워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처럼 한없이 고요하고, 여유롭고 부드러운 편안함까지 갖췄다.

서울에서 약 200km를 달려 양양국제공항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새 2시간을 훌쩍 넘었고, 피로함을 느껴야 할 상황이지만 벤틀리 관계자가 지나가듯 말한 '옆동네 마실가는 정도'의 느낌을 실제로 받았다.

장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달리는 본질에 충실한 그랜드 투어러,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운전자가 원할 때 슈퍼카로도, 럭셔리 세단으로도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이제 더이상 포르쉐를 겨냥하지 않을 것 같다. 스포츠카, 슈퍼카를 원하는 사람 중 '편안함', '부드러움'이라는 느낌을 원하는 순간, 분명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후보군의 가장 위에 자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궁극의 럭셔리, 화려하지 않지만 고급스럽게...

벤틀리의 인테리어는 고객의 취향을 따라간다. 천편일률적인 컬러 테마는 필요없다.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비스포크가 가능한 브랜드의 특권이고 그에 대한 대가는 엄청난 옵션 가격일테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벤틀리는 고객에게 인기 있는 옵션을 정리해 제안을 하고 있지만, 선택은 오로지 주인이 될 사람의 결정에 따른다. 도어를 여는 순간 시야에 들어오는 시트와 콕핏은 화려하게, 톡톡튀게, 부드럽게, 차분하게, 이처럼 원하는 대로 만든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도어를 닫고 시트에 오르면 어깨를 톡톡 치는 느낌으로 안전벨트를 건네준다. 안전벨트를 체결하는 동안 소리 없이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뒤를 돌아보니 결코 작지 않은 시트 2개가 보인다. 쿠페 특성 상 2+2 구조라고 해도 실제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배려한다면 뒷자리에 나름대로 편하게 탈 수는 있겠지만, "쿠페는 2사람 이상 타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며 가방에게 자리를 양보할 뿐이다.

영국차라는 것을 강조하듯 랩어라운드 디자인은 도어와 대시보드를 돌며 운전자를 감싸지만 이전의 벤틀리와 다르게 조금은 다이어트에 성공한 듯 슬림해졌다.

높이 솟아오른 센터 패널은 최신의 디지털화에 따른 대형 디스플레이를 비웃듯 실제 사용 빈도가 높은 공조와 관련된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모조리 빼놓았다. 물론 로테이팅 디스플레이로도 제어는 가능하다.
기어레버는 두툼하고 그립감이 좋다. 스티어링 컬럼으로 이동하거나 다이얼, 버튼, 작은 레버 등으로 변절한 경쟁자들에게 기어 레버를 잡고 딸깍 딸깍 움직이며, 엔진과 변속기를 내가 제어할 수 있다는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당당한 자신감과 '레트로'한 감성을 느끼기 충분하다. 

8 방향, 16 방향도 조절하기 어려운데 섬세하고 디테일한 고객도 불만을 표현할 수 없도록 벤틀리는 무려 20 방향 웰니스 시트를 탑재했다.

웰니스 시트는 운전자를 어떤 날씨에서도 언제나 '뽀송뽀송'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공조장치와 연계해 열선, 통풍, 에어컨을 쉬지 않고 제어해준다. 장거리 운전 시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자세 조정 기능도 추가해 GT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준다.

컨티넨탈 GT 스피드에는 영국의 하이엔드 오디오 '네임(Neim)'이 개발한 2,200W 출력의 18개 스피커로 완성한 '네임 포 벤틀리' 오디오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원음 그대로 탑승자에게 최고의 청음 공간을 만들어 주기 충분하다. 특히, EV 모드 주행 시 음악 스트리밍을 할 경우 콘서트홀이나 청음실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야간에는 컨티넨탈 GT 스피드의 실내에는 무드 라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터널 주행을 하는 동안 확인 해보니 30가지 컬러가 있고, 원하는 분위기와 기분에 따라 바꿀 수 있다. 경쟁 모델과 다른 것은 무드 라이트가 절대 화려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앰비언트 라이트가 더 강해지고 차량 곳곳에 자리해 실내를 마치 불야성을 이루게 만드는 것과 달리, 최소한의 조명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곳곳에 사용하는 반짝이는 크롬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을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컨티넨탈 GT 스피드를 타는 동안 조심해야 때는 단 한 번, 주차하는 순간 뿐이다. 어라운드 뷰를 보고 주차하면 편하지만 후방 카메라는 생각보다 위협적이다. 익숙해지면 아무렇지 않겠지만, 익숙해지기 전이라면 깜짝 놀라는 순간도 분명 있을것이다.

뮬리너, 아주르, 코어는 편안하고, 스피드는 강렬하다 

벤틀리는 컨티넨탈 GT 라인업을 4가지로 운영한다. 세상에 단 1대 뿐인 컨티넨탈 GT를 원한다면 비스포크 큐레이팅의 끝판왕 '뮬리너'를 선택하면 된다.

궁극의 편안함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싶다면 '아주르', 럭셔리의 기본에 충실한 컨티넨탈 GT를 원한다면 '코어'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스피드'를 선택하면 컨티넨탈 GT의 모든 라인업의 장점을 다 가질 수 있다.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는 기본이고,  무한 컬러 조합은 기본이고, 럭셔리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

울트라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덕분에 복합연비는 12.5km/l라는 놀라운 숫자는 보너스다. 곳곳에 있는 충전기를 잘 활용하면 주유소 가는 것을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영국 크루의 장인들이 한땀 한땀 소중하게 수작업으로 만드는 컨티넨탈 GT 스피드를 구매하려면 4억 7천만 원이 필요하지만, 벤틀리의 비스포크 옵션들은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추가하게 된다. 최종 가격은 5억 원을 훌쩍 넘어갈 수 있지만,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