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영구 미제' 되나…1999년 '제주 변호사 피살' 어떤 사건?
기사내용 요약
1999년 발생한 제주 지역 최장기 미제 사건
공소시효 착각한 피고인이 직접 방송 제보
2020년 수사 재개, 살인 혐의로 재판 넘겨져
2심 징역형 선고했으나 대법원이 파기환송
"진술 신빙성 약해" 판단…영구 미제 가능성
![[제주=뉴시스] 강경태 기자 = 제주지역 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피고인 김모씨. 2021.08.21. ktk2807@newsis.com](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1/13/newsis/20230113090015008utje.jpg)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24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50대 남성의 살인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판결을 내놨다. 피고인의 방송 제보가 단초가 돼 수사가 재개됐지만 최고 법원은 그 제보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이들이 사망한 상태이기 때문에, 파기환송심 때까지 핵심적 증거 및 증인이 나타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건은 계속 미제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변호사 피살 사건은 24년 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변호사는 그해 11월5일 새벽 제주시 삼도동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흉기에 의해 흉부 등을 여러 차례 찔린 상태였는데, 검사 출신의 전도 유망한 40대 변호사가 시내 한복판에서 피살됐다는 사실 자체로 당시 제주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였으나 용의자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이 흐르며 사건은 제주 지역 최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잊혀져 가던 사건의 재수사 불씨를 당긴 건 김모(57)씨의 방송 제보였다. 김씨는 2019년 8월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 자신이 이 변호사의 사망과 관련돼 있다며 제보를 보냈다.
김씨는 두 달 뒤인 10월엔 통화 및 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 변호사를 상해하라는 유탁파 두목의 사주를 받고 친구 손씨와 공모해 상해만 가하려 했다. 그런데 손씨가 혼자 가서 가해를 하다 일이 잘못돼 이 변호사가 사망했다"는 취지로 과거 상황을 설명했다.
2020년 6월 이 같은 내용이 방송을 타며 제주 경찰은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2021년 8월 당시 캄보디아에 머물고 있던 김씨가 국내로 송환됐고 수사 결과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송치됐다.
이처럼 자신이 사법처리 될 수 있음에도 김씨가 제보를 했던 건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15년(살인죄 공소시효)이 지난 시점이므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었다. 김씨는 공소시효 만료 시점인 2014년 11월4일 전 수십여회 해외를 방문한 적 있었다. 해외 도피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규정에 따라 김씨의 공소시효 완성일은 2015년 12월로 미뤄졌고, 그 사이 시행(2015년 7월)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태완이법' 적용을 받게 됐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지역 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 피고인 김모씨. 2021.08.27. woo1223@newsis.com](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1/13/newsis/20230113090015133sujm.jpg)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김씨와 손씨와의 관계나 범행방법 등을 토대로 살인교사에서 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해 기소했다. SBS PD를 협박한 혐의도 적용했다.
1심은 김씨의 방송 제보 진술을 신뢰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살인 고의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김씨를 살인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다만 PD 협박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제보 진술의 신뢰성뿐 아니라 살인 고의와 기능적 행위지배까지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살인 혐의 징역 12년, 협박 혐의 1년6개월까지 총 징역 13년6개월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손씨가 살상력이 높은 흉기를 제작해 범행에 사용하는 것을 김씨가 알면서도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살인죄에 대한 판단은 전날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2일 "김씨의 제보 진술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고, 범행 현장 상황 등 정황증거만을 종합해 손씨와 김씨의 살인의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집에서 자신에게 가해를 지시했다고 지목한 유탁파 두목이 당시 교도소에 수감돼있었던 점, 손씨가 범행 뒤 한동안 서울로 떠나 있었다고 했지만 그 사이 제주에서의 행적이 발견된 점 등을 들어 김씨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손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여지는 있으나, 이러한 미필적 고의는 싸움 과정에서 생긴 인식과 용인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현장에 있지 않았던 김씨에게까지 함부로 살인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이 기속력을 가지는 만큼 환송 과정에서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파기환송심에서도 무죄 선고가 날 것으로 보인다.
김씨 진술에서 범행과 관련해 주요 인물로 꼽힌 손씨와 유탁파 두목은 모두 이미 사망했다. 다른 핵심 증거나 증인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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