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바람에♡... 잘 돌봐 주세요” 반려견 버린 견주의 메모

한 견주가 키우던 강아지를 빈집에 버리고 가면서 남긴 메모. /동물보호연대

“이사 가는 바람에~^^♡”라는 메모 하나를 남긴 채 반려견을 버리고 간 견주가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21일 비영리 단체 ‘동물보호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 빈집 차고에서 6㎏ 정도의 믹스견 한 마리가 발견됐다. 밥그릇은 텅 비어있었고, 얇은 담요 한 장만이 놓여 있었다. 주인은 온데간데없었다.

믹스견 주변에서 종이봉투에 빨간색 펜으로 적은 메모 하나가 발견됐다. 여기에는 “울 똘똘이 좀 잘 돌봐주세요~ 이사 가는 바람에~^^♡”는 내용이 담겼다. 이사 가면서 강아지를 버리고 가니, 아무나 데려가서 키워달라는 의미로 보인다. 반려견을 유기하면서도 미안함이나 죄책감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견주는 봉투 뒷면에 ‘밤톨이’라는 강아지 이름까지 적어 놓고 떠났다.

제보를 접한 동물보호연대는 버려진 강아지에 ‘봉봉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준 뒤 봉봉이를 보호해 줄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동물보호연대는 “견주가 이사 가면서 묶어 놓고 갔다고 한다. 3주가 지났는데 입양 가지 못했다”며 “봉봉이를 3개월간 안정적으로 임시 보호 해주실 가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동물보호연대는 봉봉이를 향해 “눈물 그렁그렁한 아가야 봉봉이로 다시 살자”고 덧붙였다.

빈집 창고에서 발견된 강아지. 밥그릇이 텅 비어 있다. /동물보호연대

이번 유기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는 봉봉이를 버리고 간 견주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단순히 이사 간다는 이유로 유기를 하고, ‘^^’ ‘♡’ 등의 기호를 써가며 가벼운 듯한 말투로 새 보호자를 찾은 점이 지적 대상이 됐다.

네티즌들은 게시물 댓글 등을 통해 “가족을 버리고 이사 가는 게 뭐 자랑이라고 하트까지 붙이나. 눈을 의심했다” “‘이사 가는 바람에’ 뒤에 적은 웃음 표시 실화인가” “아기 때 잠시 이뻐하고, 커지고 관리 안 해서 냄새나니까 버리는 거다. 이사 가서 분명 또 품종 소형견 사서 키우다 유기견 만들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소유자를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 유기는 엄연히 불법임에도, 매년 한 해에 10만 마리 내외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2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1만3440마리가 구조됐다. 이 중 새로운 가정에 입양되는 경우는 10마리 중 3마리(27.5%)가 안 된다. 많은 유기 동물이 보호소에서 안락사(16.8%)되거나 자연사(26.9%)하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