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가 49층인데 우린 왜 35층이냐”…층수 상향 요구 빗발치는 강남 이 아파트
낮은 사업성·높은 분담금 부담
추진 땐 사업 연기 불가피
이 단지는 2010년대 초반부터 재건축 논의를 시작했으나 적은 일반분양 물량에 따른 사업성 부족, 조합원 내부 갈등 등으로 한 달여 전 어렵게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이런 상황에 조합이 층수변경 추진에 나설 경우 추가적인 사업 연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입주민 상당수는 초고층 랜드마크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원안대로 추진하자는 거주민 의견도 있는 만큼 내홍이 예상된다.
16일 도심정비업계에 따르면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층수 변경에 따른 정비계획 변경절차를 고심하고 있다. 최근 공급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모두 ‘초고층’을 내세우며 시장 분위기를 한껏 띄워놓은 상황인 데다가 인접한 은마아파트 등 구축 단지보다 낮게 결정된 층수가 사업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도곡개포한신아파트가 위치한 도곡동은 물론 인근 개포동 재건축은 49층이거나 49층으로의 신청을 준비 중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역시 줄줄이 49층으로 재건축 인가를 받았다.
도곡개포한신아파트는 조합이 신청한 사업시행계획이 2022년 12월 30일 인가돼 건폐율 18.03%, 용적률 262.43%, 최고 높이 99.9m를 받았다. 올해 8월 31일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를 통해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계획대로라면 이 단지(부지면적 3만6473㎡)는 지하 3층~지상 35층, 7개 동, 816가구와 부대복리시설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이에 조합원들 사이에서 층수를 높여 사업성을 끌어올리자는 의견과 재건축이 너무 지연된다는 의견이 맞서면서 사업 추진에 또다시 난항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내년에 관리처분을 넣어야 하는데, 지금 일부에서 변경안 추진이 계속 얘기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층수 변경과 설계도면, 평수 조정은 건축심의에 버금가는 거라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하게 되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라며 “소요 기간뿐 아니라 분담금도 늘어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공사비 상승, 공사 기간 연장 등의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추후 집값이 더 힘 받을 것을 생각해 높은 스카이라인을 갖춘 고급화 아파트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층수 등 설계를 바꾸려면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합원간 동의가 이뤄지면 시공사가 설계 등을 새로 하게 돼 추가 분담금은 물론 일반적으로 재건축 기간도 2~3년 더 늘어나고, 공사비도 다시 책정한다. 현재 공사비는 약 4385억원(3.3㎡당 918만원) 수준으로, 층수 변경 시 일반적으로 재설계비용 등을 포함해 20~3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층수를 높인다고 무조건 사업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반포주공1단지)는 비용과 공사기간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 최근 최고층수 49층 설계안 변경을 접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선 고층으로 가면 그만큼 공사비가 높아지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무조건 좋다고 보기 어렵다”며 “착공이 늦어지는 것 역시 리스크(위험요소)다. 공사비 협상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남구청은 조합원 의견을 반영한 변경안을 받게 되면 관계부서 회의를 거쳐 서울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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