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단기납 종신보험' 다시 군불…빅3 수성 노림수?

교보생명이 이달 들어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에 전방위적으로 힘쓰고 있다. 상대적 우위에 있는 저축성보험과 함께 '쌍끌이'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라이프에 생명보험 빅3(자산규모 최상위 3개사) 자리를 넘겨주지 않으려는 목적으로도 읽힌다.

5일 월간생명보험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교보생명이 판매한 저축성보험은 9만3994건으로 계약체결 금액만 5조6334억여원에 이른다. 이는 생명보험사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 중인 하이브리드연금 등 연금상품이 저축성보험 판매를 끌어올렸다"며 "타사 대비 높은 금리 등 상품 경쟁력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보장성보험 신계약 건수 및 총액의 경우 삼성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에 이어 4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도입된 IFRS17 환경에서 보장성보험은 계약기간이 길고 전체 납입보험료가 큰 만큼 보험계약마진(CSM)기여도가 높은 반면 저축성보험은 상대적으로 CSM 기여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교보생명은 CSM 향상과 보장성보험 판매에서의 높은 성과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이 일환으로 보장성보험의 특약을 강화하거나 가입금액을 높이는 등 개정된 상품을 통해 연말 막판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5, 7년납 등 단기납 형태의 종신보험 상품의 환급률을 강조한 상품군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7월 금융감독원에서 단기납 종신보험의 단기 환급률을 강조해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하는 구조를 개선하라는 시정명령과 대치되는 내용이다.

올해 8월 단기납 종신보험의 절판 판매 이슈가 지나간 이후 생명보험사들은 상품 개정을 통해 가입 후 7년 시점의 해약 환급률을 100% 아래로 낮추는 대신 거치기간을 거쳐 10년 시점이 됐을 때에 맞춰 해약 환급률을 높이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처럼 해약 환급률을 강조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으며 결국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10년 시점에 설계사를 통해 가입한 상품의 해약을 권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는 승환계약의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장기간 안정적인 보험료 수익을 기대하는 생보사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보생명도 이 점을 의식, 지난 몇 달동안은 헬스케어서비스 강화, 경증질환 간편가입 상품 인수 확대 등 보장성보험 상품에 관한 내용을 강조했을 뿐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약 환급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 들어 이런 기조를 깨고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약 환급률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앞세웠다.

또 경영인정기보험에서 업계 최고의 환급률을 강조하고 교보종신보험도 10년시점 해약 환급률 100% 이상을 보장하는 플랜을 출시했다. 암보험의 경우 80세도 일반암 진단비를 1억원까지 가입 가능하도록 보장을 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 시장이 다시금 과열될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대안이 있는지 질의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얻기는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