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 비슷한 자전거·러닝크루 민폐…해법은 ‘성숙한 시민의식’

러닝·자전거 크루 에티켓 문화 정착 필요…교통·시민통행 방해 시 단호한 처벌도
[사진=뉴시스]

국내에서 민폐 논란에 휩싸인 러닝크루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선 법적인 제재보단 성숙한 시민의식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러닝·자전거 등 단체로 활동하는 크루가 대중화된 다른 나라에서도 민폐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문화가 사회적으로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러닝은 코로나 시기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는 러닝 크루를 결성해 함께 뛰고 있다. 이들은 함께하는 즐거움을 추구하며 모였지만 몰상식한 행동 때문에 시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50명 이상이 달리는 러닝 크루의 유행으로 인해 일반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조용하게 산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혼자 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방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공공장소임에도 불구하고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단체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로 도로 한복판을 차지하기도 한다. 또 유료 강습을 목적으로 유명 인사가 참여하는 행사를 개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평소 러닝을 즐기고 있는 정종현 씨(27·남)는 “친목 도모와 함께 달리는 즐거움을 목적으로 러닝 크루에 참여하고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리를 지르고 트랙을 전부 사용하는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충분히 피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에서 러닝은 매우 대중적인 운동 중 하나다. 뉴욕 같은 대도시의 경우에는 러닝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운영될 정도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기록 향상, 마라톤 완주 등 개인의 목적 달성을 위해 모여 함께 연습하는 개념이다.

러닝이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만큼, 미국에서도 러닝 크루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도로 통행을 방해하고, 함성 소리를 내는 등의 행동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인 처벌은 따로 없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편함을 인식한 일부 러닝 커뮤니티에서는 크루 스스로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시민들과의 갈등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윌슨 씨(38·남·미국)는 “아침부터 모여 큰 소리로 서로를 응원하며 달리는 등 미국 러닝 크루도 한국과 비슷한 논란이 종종 발생했다”며 “어느 순간부터 러닝 매너와 에티켓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 취미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은 신호를 지키지 않거나 도로에서는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진은 평창동 언덕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르데스크

특히 자전거 탑승자들을 ‘자라니’(‘자전거’와 ‘고라니’의 합성어로, 자전거 탑승자를 비하하는 표현)라고 부를 정도로 반감이 심하다.

혼자 자전거를 즐기는 경우에는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며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크루 활동을 하며 자전거를 타는 일부 사람들은 신호를 지키지 않거나 도로에서는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행자 도로와 차도를 구분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신호도 지키지 않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시민들은 사고 발생을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자동차가 지나지 않는 차도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도 해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성준영 씨(35·남)는 “가끔 차량을 운전하다보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차와 가깝게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하고 있던 내가 불리하다보니 ‘혹시 사고가 발생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자전거는 대중적인 이동 수단이다. 실제로 벨기에와 프랑스에서는 ‘투르 드 프랑스’ 대회가 개최될 정도다. 덴마크의 경우 도시 인구의 약 40%가 출퇴근 시간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시내에서도 다른 사람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시민들 사이에 갈등이 존재했다. 이에 정부는 보행자의 안전과 취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었다. 또한 자전거 이용자가 신호를 어기거나 보행자에게 상해를 입힐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법으로 제정해, 양측의 갈등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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