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세조 업적보다 단종 눈물을 기억하는 이유

한경국 2026. 3. 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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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화제를 모으며 조선 제7대 임금 세조의 시대가 다시 대중의 관심 속으로 소환되고 있다.

권력의 탄생과 유지 과정을 서늘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 '권력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세조가 권력 유지를 위해 공신들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결과가 훗날 조선 정치의 경직성과 부패로 이어진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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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화제를 모으며 조선 제7대 임금 세조의 시대가 다시 대중의 관심 속으로 소환되고 있다. 권력의 탄생과 유지 과정을 서늘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 ‘권력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세조는 분명 유능한 통치자였다. 직전법을 실시해 토지 제도를 정비했고, 국방을 강화했으며, 조선의 기틀인 ‘경국대전’ 편찬을 주도했다. 이러한 성과만 놓고 본다면 그는 국가 운영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군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역사는 세조의 치적을 온전히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그 과정에서 흘린 수많은 피와 불의한 권력 장악의 서사에 더 큰 무게를 둔다.

이와 맞물려 유시민 작가의 과거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한 방송에서 “사람들이 세조를 잊고 단종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의 진의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정당한 목표를 위해 옳지 않은 수단을 쓴 것에 대한 단죄”라고 평가했다.

성취의 크기보다 과정의 정의를 우선시하는 민중의 역사관을 꿰뚫은 통찰이다.

정치의 본질 역시 이 지점에서 갈린다. 목적이 아무리 숭고하더라도 수단이 정당하지 못하다면 그 성취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잘못된 방식으로 얻은 권력은 필연적으로 그 정당성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특혜와 왜곡을 낳기 때문이다.

세조가 권력 유지를 위해 공신들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결과가 훗날 조선 정치의 경직성과 부패로 이어진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효율을 앞세워 원칙을 저버린 선택이 결국 더 큰 비효율과 불신을 초래한 셈이다.

이러한 역사의 교훈은 지방선거라는 현실의 문턱에 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화려한 공약과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지만, 숫자로 포장된 비전이 때로는 유권자의 눈을 가리기도 한다.

우리는 다시금 단종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선거가 단순히 인기를 겨루는 장을 넘어 우리 사회의 기본 원칙과 도덕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세조의 업적 뒤에 가려진 단종의 눈물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과정이 정당한 지도자를 가려내는 성숙한 선택이 필요하다.

수단이 잘못된 성공은 결국 오답일 뿐이라는 사실을, 역사는 이미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한경국 취재3본부 부장대우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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