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컷오프' 소문 무성했지만 주민 뜻은 결국 일할 사람···친윤·비윤 분류 안돼"
[22대 국회 강원도 당선자에게 듣는다]
"이준석 대표 시절 사무총장 한 것이지 '이준석의 사무총장' 아니야"
"정치판 와서 누구의 사람이었던적 없어 … 계파 스스로 용납 안돼"
"친윤·비윤 분열하기 보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가야 힘 생겨"
"도청사 이전으로 상실감 큰 지역구 발전에 도지사·교육감과 최선"
"4선 중진으로 당이 흔들릴 때 올바른 방향 제시에 중심잡는 역할"
두 달 가까이 이어졌던 4·10총선, 그리고 드넓은 접경지역을 빼곡히 채운 주말 일정까지. 꽤 강행군이었을텐데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을) 당선자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3성 장군으로 전역한지 벌써 15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를 따르는 지지자들이 여전히 '장군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치 신인들의 거센 도전을 뚫고 4선 고지에 오른 한 당선자를 국회 국방위원장실에서 만났다.
■ 본선보다 예선전이 더 힘든 선거였다. 당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느냐가 핵심이다. 주민들은 일해본 사람이 훨씬 낫다는걸 잘 안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자꾸 물갈이를 하면 좋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주민들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또 그걸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당이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생각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 지역에서 다른 후보가 나왔다면 과연 이길 수 있었느냐는 이 질문에 어느 누구도 장담 못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길수 있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거스르면 문제가 되는거다"
■ 강원에 대거 분포해 있는 친윤 의원들과는 결이 좀 다르다. 공천 전부터 이런 저런 얘기가 많았는데
"어떤 사람들은 한기호가 이준석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공천에서 '컷오프'된다는 얘기도 계속 있었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했고, 내가 이준석 사람이라 친윤계 중심의 현 체제에서 나는 공천을 못받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준석 대표 시절에 사무총장을 한 것이지, 이준석의 사무총장을 한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군인은 군에 충성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정치판에 와서도 나는 누구 사람으로 있었던 적이 없다. 어느 계파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스스로 용납 되지 않는다"
■ 흔히 '비윤계'로 분류되지 않나
"난 친윤도, 비윤도 아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사실은 어떤 식으로 분류하든 아무 관계 없는 것 아닌가. 내가 친윤계라고 해서, 비윤계라고 해서, 일을 안하거나 국회의원이 아닌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나라와 정당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 일해야지, 특정 세력화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원칙적으로 국민들도 똑같은 말을 하지 않나.
이제 앞으로 4년간 험난한 길을 가야한다. 여기서 또 친윤이다, 비윤이다 나눠서 움직이면 적이 진격해 오는데 분열돼 버리는거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주민들의 뜻을 받아 온 국회의원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갈 때 힘이 있는거다"
■ 강원도에서는 여당이 승리했지만 전국적으로는 참패했는데
"유권자들의 뜻을 얼마나 받아들여 공천했는지를 봐야 한다. 그 다음이 정권심판론이다. 물론 민주당이 절대 다수 정당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여러번 행사하고 이런 것들이 국민들에게 독선적으로 비춰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 마지막에 이종섭 전 장관 문제나 의대정원 확대 등은 정치적으로 풀 수 있음에도 풀지 못했다. 이런게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
■ 새 임기 4년동안 풀고 싶은 숙제는
"강원도청사의 동내면 이전으로 우리 지역구 주민들의 상실감이 크다. 지역에 활용할 수 있는 공지가 많은데 도지사도 그 지역을 개발하겠다고 했고, 교육감도 교육타운 조성에 긍정적이다. 교통망을 개선하고, 더 좋은 정주여건을 조성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그게 내가 할 일이라고 본다.
정치적으로는 당의 4선 중진으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당이 흔들릴 때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고, 똑바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21대 마지막 국방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동안 주로 국방위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개인적으로 지역 현안을 직접 챙길수 있는 행안위나 국토위를 희망했다. 그런데 이번에 군 출신들이 많이 낙선했다. 우리 당에 군 출신은 나 포함 2명 뿐인데 야당에서는 강경파 군 출신들이 대거 당선됐고, 국방위로 오려고 한다는 얘길 들었다. 만약 내가 움직이면 그나마 있었던 균형이 깨질 것 같아서 고민스럽다. 우리당이 108명 밖에 되지 않아 원하는 상임위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 지난 10여년간의 의정생활을 돌아봤을 때 가장 큰 업적을 꼽는다면
"접경지역지원특별법 제정이다. 껍데기 법안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법안 제정 이후 해당 법에 근거해 1조1,000억원이 강원지역에 투자됐다. 지뢰피해자지원특별법 만들어서 피해 보신 분들께 국가가 위로할 수 있도록 했고 군인들을 위한 복무기본법도 만들었다.
강원특별자치도법에도 군 관련 부분이 전향적으로 들어가 있다. 군 유휴지는 지자체장에게 통보하게 했고, 군 급식 자재 납품도 지역 농가가 수의계약 할 수 있게 했다. 이런건 주민들의 실질적인 소득 향상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구 획정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첫번째는 현재 8석인 강원도가 9석을 가져올 수 있느냐다. 여야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춘천 단독 분구는 저도 동의한다. 그런데 춘천과 원주에 각각 2석씩 4석을 주면 나머지 16개 시·군을 5석으로 나눠야 하는데 이 역시 어려운 작업이다. 인구만 갖고 하면 답이 안나온다. 합리적으로 법을 바꾸면 되는데 정치인들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서 스웨덴처럼 면적을 사람으로 환산해서 선거구를 획정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
■ 강원도의 비전은
"기업은 공공이 아니다. 이윤을 추구한다. 교통이 안좋고 인적 인프라가 없는데 어느 기업이 오나. 강원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게 무엇인지 그걸 찾아야 한다. 강원도의 80%가 산지다. 이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은퇴한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게 대학병원의 접근성이 될 것이다. 농촌지역에 다리 놓고, 교통망을 조금만 개선하면 강원대병원까지 금방 아니냐.
스위스같은 휴양지로 발전시키고 농업도 특화농업으로 가야한다. 이런데 중점을 둬야 강원도가 살지 않나. 그대신 접근로는 좋게 해줘야 한다. 경춘도로 하나만 똟어서는 부족하다. 더 개선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 아직 이른 질문이긴 하지만 벌써 5선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원래 죽을 때까지 출마하는게 정치인이라고 하지 않나. 4년 뒤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주민들이 원하면 나오는 거다"
■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좋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정치의 근본은 '국태민안'이다. 국가의 태평성대와 민생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 거기에 나의 전문 분야를 활용해 기여하는거다. 나는 평생 군복을 입었으니 안보분야에 기여하는게 목적이다. 다른건 없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것도 기본중에 기본이다. 우리 지역민들이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 더 살기 좋게 만드는것, 그런 일을 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주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감사하다. 이제 제가 할 일은 그 은혜를 갚는 것이다. 공천을 못받는다는 말이 많았는데 경선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신 분들, 당선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신 분들, 지역구 주민들께 감사드린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
서울=원선영기자 haru@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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